아이디어는 왜 꼭 바쁠 때 찾아오는가?

영감은 왜 늘 엉뚱한 순간에 올까?

by다슬

글을 쓰면서 항상 의문이었던 것이 있다. 바로 '아이디어는 왜 꼭 바쁠 때 찾아오는가'에 대한 것이다. 내 인생에서 꽤 큰 의문 중 하나다.


식사할 때나 공부에 집중할 때, 또는 내가 내담자님과 상담하거나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며 다른 일을 할 때 갑자기 문장이 떠오르거나 잊어버렸던 소재가 생각난다. 문득 아이디어가 뿅! 하고 나타나는 것이다. 급하게 스마트폰 메모장에 끄적거리지만, 그렇게 적어 두어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어 너무 아쉬움이 남는다.


더 아쉬운 건 나중에 메모를 다시 읽었을 때다. 분명 내가 적어 놓은 문장이고, 어떤 생각을 하다가 썼는지도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의 느낌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분명 처음에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 보면 그때만큼 마음에 와닿지 않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메모가 잘못된 것도 아니고, 아이디어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분명 그 자리에 남아 있는데, 정작 내가 느꼈던 감정은 빠져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글을 쓰는 일은 단순히 문장과 소재를 모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가 보다.


같은 문장을 다시 읽어도 언제, 어떤 마음으로 읽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니까.


마치 가사는 알지만 멜로디가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분명 시험을 앞두고 외웠는데 막상 시험을 보면 죽어도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흔히 말하는 새벽 감성 중에 '이 습도, 이 공기, 이 분위기'라는 표현이 있다. 조금 오글거리기는 하지만, 그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내가 글을 쓸 때도 그런 새벽 감성이 있는 것 같다. 분명 그때는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그때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으니까.


처음 떠올렸을 때만큼 마음에 들지 않아도, 다시 읽고 고치면서 결국 내 글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다시 고치다 보면 새로운 영감이 떠올라 또 다른 길로 달려가게 된다. 마치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험을 하는 기분이다. 그렇기에 글을 쓰는 길은 더욱 재미있다.


바쁠 때라도 영감이 떠올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것만으로도 무척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다. 아이디어가 내게 불쑥 다가왔지만, 창작은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일이 아니기에 더욱 흥미로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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