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의 끈은 잡아당길수록 매듭이 작아졌다.
렌 부인은 가위를 가져오려다가 그만두었다. 가위로 끊으면 끈을 다시 쓸 수 없었다. 나는 매듭 사이에 펜대의 끝을 넣고 조금씩 벌렸다. 부인은 내가 그러는 동안 식탁 위의 바느질을 치웠다. 천 조각과 실타래가 없어지고 나자 상자의 넓이가 생각보다 작았다.
“남편이 묶었습니까?”
“아뇨. 제가요.”
부인은 매듭을 보았다.
“다시 열 일이 있을 줄은 알았는데, 언제일지는 몰랐어요.”
끈을 푸는 데 오래 걸렸다. 나는 자꾸 새 매듭을 만들지 않으려고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였다. 마침내 뚜껑을 들었을 때 위쪽에는 수건이 한 장 덮여 있었다. 수건 밑에서 먼지가 났다.
서류는 크기별로 포개져 있었다. 편지와 영수증, 작은 장부 두 권, 날짜가 없는 종이들이 나왔다. 나는 곧바로 읽기 시작하지 않고 빈자리 네 곳을 정했다. 집에 관한 것, 회사에 관한 것, 관계를 아직 알 수 없는 것, 부인이 따로 확인할 것. 부인은 마지막 자리를 자기 가까이 만들었다.
“이건 제가 보겠어요.”
그녀가 작은 봉투를 가져갔다. 봉투 겉에는 이름만 있었다. 나는 그 이름을 읽으려 하지 않았다.
우리는 처음에는 조용히 일했다. 부인이 펼쳐보는 종이마다 다른 날의 흔적이 있었다. 물이 묻어 서로 붙은 계산서가 있었고, 어린아이의 글씨로 생일을 축하한다고 쓴 카드도 있었다. 부인은 카드를 발견하자 한동안 들여다보다가 옆으로 놓았다.
“조카가 쓴 거예요. 지금은 이것보다 글씨가 못해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웃었다.
종이를 정리하는 사람이 죽으면 아무 관련이 없던 것들이 한 상자에 들어왔다. 나는 회사의 지급을 설명할 종이를 찾고 있었다. 렌 부인은 남편이 어느 편지에 답했는지도 알지 못한 채 같은 종이를 펼치고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나 부인의 언니가 식당 문을 열었다. 그날 저녁에는 이 식탁을 써야 한다고 했다.
“한쪽만 비우면 돼요?”
렌 부인이 물었다.
“여섯이 앉아야 하는데?”
우리는 종이를 놓을 자리를 다시 줄였다. 내 무릎 위에 집수리 계산서가 올라왔고, 작은 장부들은 창틀로 갔다. 상자 안에는 아직 절반이 남아 있었다.
부인은 지난해 남편이 아플 때 구입한 약값을 보고 손을 멈췄다. 이름 모를 약이 여러 번 적혀 있었다. 나는 다른 쪽을 보고 있었지만 그녀가 종이를 바로 접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도 회사에서 준 돈으로 샀느냐고 물으실 건가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무릎 위의 계산서에서 고개를 들었다.
“아닙니다.”
“처음에 두 실링을 물으셨을 때부터 자꾸 그렇게 들려요. 제 돈이라고 생각하고 쓴 것이 전부 남의 몫이 될 것 같아서.”
“별지에 어떤 내용이 있든, 부인이 실제로 받은 것과 집에 쓴 것은 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나눠 쓰면 제가 남편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도 정해지나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약값 계산서를 자기 쪽에 놓았다. 그런 뜻은 아니었다는 말을 나는 하지 않았다. 그 말로 내가 앞서 한 질문들이 달라지지는 않을 터였다.
***
별지는 가옥 수선 견적서 안에 접혀 있었다.
처음 발견했을 때는 부인이 두 장이 붙은 줄 알고 모서리를 비볐다. 종이의 접힌 방향이 달랐다. 안쪽 것을 펴자 첫머리에 에드윈 베일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나는 무릎 위의 서류를 의자에 옮겨놓고 일어났다.
“잠깐만, 원래 합의서를 먼저 놓아주시겠습니까?”
부인은 별지를 손에서 놓지 않은 채 나를 보았다.
“이것이 맞는지 보면 되잖아요.”
“베일 씨에 관한 다른 서류일 수도 있습니다. 함께 작성한 것인지부터 보려고요.”
그녀는 가방에서 금요일에 가져왔던 두 장을 꺼냈다. 우리는 세 장을 나란히 놓았다. 빛이 비스듬해져 글자가 흐린 곳에는 촛대를 가져왔다.
별지 맨 위에는 합의서의 날짜가 적혀 있었다. 천팔백팔십구 년 십일월 이십일일. 어느 합의의 별지인지 설명한 다음 줄에는 원문의 첫 구절이 그대로 되풀이되어 있었다. 두 장짜리 합의서 첫머리의 번호와 별지 오른쪽의 번호도 같았다.
나는 문장 전체를 먼저 읽었다. 그 뒤 금액을 다시 보았다.
미지급 임금 십육 파운드.
손의 손상과 이에 따른 생계 손실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정한 금액 팔십 파운드.
합계 구십육 파운드.
“구십육.”
렌 부인이 내 말을 따라 했다.
그녀는 별지를 조금 더 밝은 곳으로 당겼다. 다른 숫자가 보일 리 없는데도 나는 그녀가 왜 그러는지 알 것 같았다. 베일이 매주 창구에서 받던 네 실링으로 생각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액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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