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에는 빵을 사지 않았다.
전날 남은 빵의 잘린 면에 물을 조금 묻혀 불 가까이 두었다. 겉은 따뜻해졌지만 가운데는 여전히 딱딱했다. 나는 칼끝으로 갈라 버터통에 남은 것을 긁어 발랐다. 보고서를 다시 읽는 동안 빵에서 물기가 빠져나갔다.
종이에는 세 사람이 등장했다. 사망이라고 쓰게 한 사람, 그것을 쓴 사람, 살아 있는 사람. 그 순서대로 읽으면 크로프트 씨가 먼저 보였고, 마지막 문장부터 읽으면 내가 먼저 보였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더 읽고 종이를 접었다.
집을 나서기 전에 별도의 한 장에 같은 내용을 옮겼다. 원본과 사본을 나란히 놓자 줄이 끝나는 곳이 달랐다. 나는 빠뜨린 단어가 없는지 손가락으로 짚었다. 두 장 모두에 내 이름을 썼다.
창문 밑에는 렌 부인이 가져온 빵을 쌌던 종이가 있었다. 기름이 밴 한 귀퉁이에 가격이 적혀 있었다. 나는 오늘 장을 보면서 그만큼을 먼저 계산해두기로 했다. 남들이 음식까지 가지고 오는 동안 서류만 늘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사무실 앞 돌계단은 씻은 직후였다. 물을 뿌리던 소년이 양동이를 옮기는 동안 나는 아래에서 기다렸다. 소년은 내가 먼저 올라가도 된다고 했지만, 젖은 돌을 밟으면 그가 다시 닦아야 할 것 같았다.
하웰은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바카라상 한쪽에 아이 신발이 놓여 있었다.
“서류 보관 방식이 달라졌군요.”
그가 신발을 집어 들었다. 앞코가 벌어져 있었다.
“점심 전에 맡겨야 해. 이걸 신고 나가야 하는 사람이 집에 있거든.”
“다른 것은 없습니까?”
“있으면 여기 가져오지 않았겠지.”
그는 신발을 종이에 싸서 서랍에 넣었다. 내가 들고 있는 봉투를 보았지만 용도를 묻지 않았다. 나는 외투를 벗고, 당일 도착한 편지의 봉인을 자르는 일부터 했다. 주소가 잘못 온 편지 한 통은 옆 상회에 돌려보내야 했다.
크로프트 씨는 아홉 시가 조금 지나 들어왔다. 장갑을 벗으며 복도에서 누군가에게 말했다.
“월요일에는 아래쪽 바카라상을 비워두게. 두 사람이 함께 앉을 수 있도록.”
나는 그가 방에 들어가 외투를 거는 동안 기다렸다. 문이 닫히기 전에 바카라상 앞으로 갔다.
“어제 말씀드린 기록에 관해 보고서를 썼습니다.”
그는 봉투를 받지 않고 내 손에 든 채로 겉면을 읽었다.
“보고서까지 썼나?”
“누가 어떤 이유로 고쳤는지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고치라고 하지 않았네.”
“그래서 요청서입니다.”
그는 봉투를 집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문 밖에 서서 기다렸다. 문을 닫으라는 말도, 들어오라는 말도 없었다. 방 안에서 종이를 펴는 소리가 났고, 이어 의자가 움직였다.
“들어오게.”
보고서는 그의 바카라상 가운데 놓여 있었다. 내 서명 바로 위에 그의 검지가 얹혀 있었다.
“이런 문장은 불필요하네.”
그가 가리킨 곳은 크로프트 씨의 지시를 받아 기재했다는 대목이었다.
“기재한 경위를 적었습니다.”
“경위를 쓸 필요까지 없다는 거야. 수령인의 소재에 관한 착오가 확인되어 정정을 요청한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소재가 아니라 사망으로 썼습니다.”
“그 점을 내가 모르겠나?”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문장을 고치려고 펜을 들었다가 펜촉을 종이 위에 대지는 않았다.
“자네가 그 이름을 다시 확인했고, 살아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 아닌가. 자네가 확인한 사실만 쓰게. 누가 무엇을 말했다는 것은 서로 기억이 달라질 수 있어.”
“그 말씀을 다르게 기억하십니까?”
크로프트 씨의 펜이 멎었다.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 화를 내지 않는 동안 나는 내가 방금 한 질문을 조금 작게 고쳐 말하고 싶었다. 상대가 물러날 틈을 없애놓고 정확한 대답을 기대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다른 질문으로 바꾸면 대답을 듣지 못한 일도 사라질 터였다.
“이건 자네를 위한 말이야.”
그가 펜을 내려놓았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절차를 잘못 이해했을 수 있네. 나는 그 가능성까지 적으라고 하지 않았어. 작은 착오를 바로잡고 계속 일하면 되는 것을, 어째서 큰일로 만들려는지 모르겠군.”
“기재를 하라고 하신 분이 누구인지는 이해했습니다.”
“모로.”
나는 바카라상 끝에 손을 대려다가 내렸다.
“제 바카라임이 없다고 쓴 것은 아닙니다. 확인하지 않은 사실을 제 손으로 적었다고 썼습니다. 그 앞의 지시만 빼면, 제가 사망 사실을 잘못 알아와 쓴 것처럼 됩니다.”
그는 보고서를 내 쪽으로 밀었다.
“다시 써오게.”
종이가 바카라상 끝에 걸렸다. 나는 그것을 집지 않았다.
복도에서 신발을 터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 젖은 우산 끝을 바닥에 두 번 두드렸다. 일상적인 소리들이 들리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이 방의 문장 하나를 고치지 않는 동안에도 다른 사람들은 자기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 내용으로 제출하겠습니다.”
그 말은 생각보다 작게 나왔다. 크로프트 씨는 들었는지 확인할 수 없을 만큼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럼 접수 여부는 내가 결정하지.”
“검토하셨다는 사실도 기록하지 않으십니까?”
“누구에게 무엇을 증명하려는 건가?”
나는 즉시 대답하지 못했다. 베일에게 보여주려고 쓴 것은 아니었다. 그가 요구한 것은 이름을 바로잡는 일이었다. 이 보고서가 접수됐다는 표식을 가지고 돌아가도 금요일의 돈은 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주에 아무도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고 말하면, 그때도 똑같은 설명을 처음부터 해야 했다.
“나중에 다시 설명할 때, 오늘 요청했다는 것을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크로프트 씨는 보고서를 도로 당겼다. 왼쪽 구석에 날짜를 쓴 뒤 서류 받침 아래에 넣었다.
“알았네. 나가보게.”
나는 문 앞에서 돌아섰다.
“제가 가지고 있는 사본에 받은 날짜만—”
“나가보라고 했어.”
이번에는 나왔다.
***
내 바카라상에는 반송할 편지가 그대로 있었다. 나는 옆 상회의 이름을 봉투 위에 다시 쓰고 소년을 불렀다. 소년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우편물을 잘못 놓는 사람이 가끔 있다고 했다.
하웰은 내가 자리에 앉은 뒤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두고 왔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정을 요구했습니다.”
“문 열려 있어서 들었네.”
나는 주머니에서 사본을 꺼냈다. 하웰에게 내밀지는 않고, 아래쪽 빈 곳에 토요일 아침 직접 제출했으며 날짜를 적어 보관하는 것을 보았다고 썼다. 그가 내 글씨를 읽었다.
“날짜를 적는 것은 못 봤네.”
“제가 보았습니다.”
“그렇겠지. 나는 자네가 봉투를 건네고 빈손으로 나오는 것만 봤어.”
그는 의자를 당겨 앉았다. 나는 사본을 접었다.
하웰은 자기가 본 것과 내가 바라는 것을 섞지 않았다. 그 때문에 고마웠고, 그 때문에 서운했다.
오전에는 물건을 돌려보낸 상점의 계산을 맞췄다. 길이가 짧다는 이유로 돌아온 천 열두 필 가운데 두 필은 이미 일부가 잘려 있었다. 상점은 전액을 빼달라고 했고, 창고 쪽은 잘린 것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나는 각자의 편지를 두 줄씩 줄여 같은 종이 위에 적었다. 그 일에는 사실과 주장을 구별하는 규칙이 있었다. 회사 사람의 말에도 ‘담당자에 따르면’이라고 쓸 수 있었다.
점심 무렵 크로프트 씨가 내게 새 업무를 주었다. 서랍에 남아 있는 오래된 거래철의 목록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내용을 옮길 필요 없이 연도와 묶음 수만 확인하면 됐다.
그가 건넨 목록 끝에는 다른 필체로 쓴 지시가 붙어 있었다.
장기간 계속된 정기 지급과 소멸 처리된 채무에 대하여 근거 및 수령처 준비. 월요일 외부 조사 시 열람.
나는 종이를 돌려줄 생각으로 들고 있었다. 그것은 내게 맡긴 일의 지시서였고, 내용은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베일이라는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내가 아는 문제를 모든 문장에 넣어 읽을 수는 없었다.
“이것도 제가 준비합니까?”
“아니. 자네는 위쪽 목록만 하면 돼.”
그는 종이 아래를 한 번 접어 그 문장을 가렸다.
“다음 주에 누가 오는군요.”
“회사 업무네.”
그가 다른 바카라상으로 갔다. 나는 연도와 묶음 수를 적었다. 묶음 가운데에는 끈이 끊어져 다시 매야 하는 것도 있었다. 찢어진 종이에서 연도를 확인할 수 없어 목록에 ‘확인 필요’라고 썼다. 그 두 단어를 쓰는 데에는 아무도 허락을 요구하지 않았다.
하웰은 점심시간에 신발을 맡기러 나갔다. 돌아올 때 가죽 조각 하나를 가지고 왔다. 수선공이 새 가죽을 쓰면 얼마 더 든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어느 쪽으로 했습니까?”
“싼 쪽.”
그는 조각을 서랍에 넣었다가 다시 꺼냈다. 버릴 곳을 찾던 손이 잠시 멈췄다.
“이걸 집에 가져가면 아내가 다음에는 자기가 가겠다고 하겠지.”
“비싼 쪽으로 하라고요?”
“싼 이유를 물어보고 맡기겠다고.”
나는 웃었다. 하웰도 웃었지만 웃음이 길지는 않았다.
그가 외부 조사라는 말을 들었을 수도 있었다. 보고서를 다시 쓰라는 지시도 들었다. 나는 그가 먼저 관련된 말을 꺼내기를 기다렸다. 하웰은 사과 껍질을 작게 잘라 종이 위에 모았다. 내가 말을 하지 않으면 그도 자기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증인이 되어달라는 부탁은 아직 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하웰이 칼을 내려놓았다.
“그 말을 하면 이미 조금은 한 셈이지.”
나는 빵을 씹다가 멈췄다.
“미안합니다.”
“오늘 무슨 일을 봤느냐고 물으면 말하겠네. 그다음에 어디에 써야 하는지 알려주게. 용도를 모르는 종이에 이름부터 쓰지는 않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는 사과 반쪽을 내게 주었다. 나는 받았다. 우리 사이에서 음식은 다른 것보다 쉽게 오갔다.
***
토요일 업무가 끝날 무렵, 크로프트 씨가 다시 나를 불렀다.
이번에는 문을 열어둔 채 말했다.
“월요일에 베일 씨의 소재를 확인할 사람이 갈 수 있네. 자네가 산다는 집 주소를 적어두게.”
나는 들고 있던 거래철을 바카라상에 놓았다.
“그곳은 베일 씨의 집이 아닙니다.”
“자네 집에서 만났다고 하지 않았나?”
“수요일 저녁에 오는 사람입니다. 어제 창구에 왔고, 그 뒤에는 금요일 저녁 제 집에서 서류를 보았습니다.”
마지막 말을 하고 나는 멈췄다. 크로프트 씨의 눈이 내 얼굴에 머물렀다.
“무슨 서류?”
“본인이 보관한 수령에 관한 것입니다.”
그 말은 전부가 아니었다. 거짓말을 하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는 방금 내 설명을 어느 정도까지 그가 다르게 이해하도록 둘 것인지 골랐다. 사무실에서 편지를 요약할 때보다 어려운 선택이었다.
“우리는 그 사람이 지급받은 내역을 가지고 있네.”
“본인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소가 어디인가?”
나는 집 주소를 써주었다. 그 주소는 내가 감추어야 하는 비밀이 아니었고, 회사는 렌 부인에게 이미 편지를 보냈다. 굳이 나에게 다시 쓰게 하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곳에서 그를 찾지 못하면, 그 사실도 보고에 올라가겠지.”
“거기에 살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못 만나는 것을 생존 여부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크로프트 씨는 주소를 보고 접었다.
“자네는 모든 질문에 단서를 붙이는군.”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가 의자를 돌리는 것을 보고 방을 나왔다.
계단을 내려갈 때 지급 창구 앞의 의자들은 벽 쪽으로 붙여져 있었다. 어제 베일이 서 있던 자리에는 물통이 놓여 있었다.
나는 밖에 나와 모자를 썼다. 베일이 살아 있다는 것을 말한 뒤로, 내가 어디에 사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무슨 서류를 보았는지 여러 번 답했다. 정작 베일에게 살아 있느냐고 물을 필요는 없었다. 그가 어제 자기 발로 창구까지 왔으므로.
기록은 그대로 있고, 그 기록을 쓴 나에 관한 설명만 길어지고 있었다.
***
렌 부인은 오후에 언니 집으로 잠시 와달라는 쪽지를 문틈에 넣어두었다. 남편의 상자들을 식당으로 내놓았고, 혼자 살피는 것보다 함께 날짜를 맞춰보는 편이 낫겠다고 했다.
나는 가기 전에 감자를 사고, 석탄을 살 돈을 따로 덜어놓았다. 주머니 안의 동전은 매번 셀 때마다 용도가 달라졌다. 수선해야 할 신발은 내게도 있었다. 오른쪽 밑창의 얇아진 자리를 엄지로 눌러보니 아직 뚫리지는 않았다.
렌 부인을 만나 보고서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바느질감을 의자 위에 옮겨놓으며 끝까지 들었다.
“그분이 종이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군요.”
“정확히 어떤 종이인지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알게는 됐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인은 내게 차를 줄지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했고, 그녀는 자기 잔만 꺼냈다. 잠시 뒤 빵 접시를 가운데로 밀었다. 이번에는 사양하지 않았다.
“남편이 죽었을 때 집에 관한 서류를 봐준 사람이 있어요. 프라이스 씨라고.”
“변호사입니까?”
“네. 사무실이 크지는 않아요. 남편이 전부터 알던 사람은 아니고, 언니가 소개해줬어요.”
부인은 서랍에서 영수증 묶음을 꺼내 이름을 찾았다. 나는 그녀가 찾는 동안 어떤 도움을 기대해야 할지 생각했다. 회사가 보고서를 접수하지 않는다는 말에 놀라줄 사람을 원한 것인지, 정말 다른 절차가 필요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무료로 해주지는 않아요.”
렌 부인이 말했다.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설명만 듣는 데 돈이 들 줄 몰랐거든요. 그분 잘못이라는 뜻은 아니고요.”
영수증 맨 위에 사무엘 프라이스라는 이름이 있었다. 나는 주소와 함께 적었다.
“먼저 이 상자를 봅시다.”
부인이 말했다. 식탁 아래에서 낡은 상자 하나를 당겼다. 뚜껑 위에는 집세를 받은 봉투들과 밀린 바느질이 올려져 있었다. 우리는 그것들을 하나씩 치웠다.
나는 접은 보고서 사본을 안주머니 깊이 넣고, 상자가 식탁을 긁지 않도록 천을 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