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저녁, 나는 감자를 씻다가 두 개를 다시 자루에 넣었다.
네 사람이 먹을 만큼 꺼내놓은 뒤였다. 오늘 오는 사람은 베일과 렌 부인뿐이었다. 대니얼의 편지를 읽기로 했다는 이유로 그의 몫까지 셌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물에 젖은 감자를 행주로 닦았다. 자루에 물기가 들어가면 남은 것까지 상했다.
부인은 여섯 시 반에 왔다. 작은 냄비에 익힌 콩을 담아왔다. 나는 난로 한쪽을 비우고 냄비를 올렸다.
“저것도 오늘 사셨어요?”
그녀는 선반 위의 달걀 두 개를 보았다.
“내일 아침 것입니다.”
“그럼 그냥 두세요.”
나는 달걀 쪽으로 뻗었던 손을 거뒀다. 손님이 오는 날마다 다음 날 먹을 것을 당겨 쓰고 있었다. 그러고 나면 다음 날에는 별일이 없기를 바랐다. 이번 주에는 그런 날이 드물었다.
렌 부인은 외투를 벗지 않은 채 편지 봉투를 꺼냈다. 이삭 렌의 상자에서 나온 뒤 우리가 몇 번이나 들여다본 봉투였다. 리버풀 소인은 접힌 선 위를 지나갔고, 뒤에는 보낸 곳으로 제본소가 적혀 있었다.
“손때가 자꾸 묻는군요.”
부인이 말했다.
나는 식탁 위의 물기를 닦았다. 그녀는 봉투를 내려놓지 않고 기다렸다가 마른 쪽에 놓았다.
“남편이 뜯은 자리예요.”
그녀가 봉투 위쪽의 갈라진 종이를 가리켰다.
“칼을 쓰면 늘 끝이 이렇게 남았어요. 봉투를 급히 뜯다가 안의 편지를 베어버릴까 봐 모서리까지 자르지 않았죠.”
나는 그 끝을 보았다. 그것은 편지를 열어본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태줄 작은 흔적이었다. 그 사람이 왜 편지를 보관했는지까지 알려주지는 않았다.
“베일 씨가 먼저 읽으셔야 합니다.”
“알아요.”
부인은 봉투에서 손을 뗐다.
일곱 시가 되기 전에 나는 흰 접시를 식탁 끝에 놓았다. 렌 부인은 부엌에서 가져온 의자를 벽 가까이 밀어두었다. 나는 의자를 식탁으로 당겼다.
“제 자리는 저기면 돼요.”
“같이 드셔야지요.”
“식사할 때는요. 편지를 읽을 때는 베일 씨가 원하시는 대로 할게요.”
나는 접시 네 장을 놓을 자리를 만들었다. 흰 접시를 옮기지 않고도 가능했다. 식탁이 작다고 여겼지만, 필요한 것은 촛대를 찬장 위로 옮기는 일이었다.
베일이 문을 두드렸을 때 우리는 음식에 관해 말하고 있었다. 콩에 소금을 넣었는지 내가 물었고, 렌 부인은 이미 두 번 말했다고 대답했다.
베일은 외투를 벗다가 식탁의 봉투를 보았다. 두 번째 단추가 걸렸지만 풀어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것입니까?”
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는 단추를 왼손으로 다시 잡아당겼다. 나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잠시 뒤 단추가 풀렸다.
***
베일은 먼저 먹자고 했다.
우리 셋은 감자와 콩을 나누었다. 숟가락이 접시에 닿는 소리 말고는 한동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부인이 창문을 열었는지 물었고, 나는 환기하려다 잘 닫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베일이 일어나 창틀의 아래쪽을 눌렀다. 내가 위에서 당기자 틈이 닫혔다.
“아래가 부푸는 겁니다.”
그가 말했다.
“겨울 전에는 깎아야겠어요.”
렌 부인은 그렇게 말하고 자기 공바카라을 찾는 몸짓을 했다가 그만두었다. 베일은 의자로 돌아와 감자를 먹었다. 그의 손등에는 창틀에서 묻은 먼지가 남았다.
나는 식사가 길다고 느꼈다. 그러나 편지 한 장을 읽기 전에 저녁을 끝내고 싶은 사람이 그 식탁에는 있었다. 나는 이미 첫 문장을 알고 있었고, 베일은 아들의 글씨가 봉투 안에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접시를 치운 뒤 그가 봉투를 당겼다.
왼손 엄지로 벌어진 자리를 펴고 종이를 꺼내는 데 시간이 걸렸다. 렌 부인은 자기 손을 무릎 위에 포갰다. 나는 부엌에서 차를 가져왔다. 베일은 아직 종이를 펴고 있었다.
“읽어주시겠습니까?”
그가 내게 내밀었다.
“첫 장은 렌 씨에게 보낸 것 같습니다.”
“다 읽어주십시오.”
나는 두 장의 순서를 확인했다. 첫 장에는 이삭 렌의 이름이 있었다. 둘째 장의 첫머리는 아버지에게 드리는 말이었다.
첫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아버지께는 제가 쓴 그대로 전해주십시오.”
베일은 차를 마시지 않았다.
편지에서 대니얼은 제본소 위층에 머물고 있으며, 가게 앞으로 보내면 편지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편지의 겉봉에는 쇼라고 써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새 주인은 베일이라는 이름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어머니의 성을 쓰게 된 경위는 쓰지 않았다.
그다음부터는 글씨가 조금 작아졌다.
“크로프트 씨에게서 다시 답을 받았습니다. 제가 맨체스터에서 옛 이야기를 꺼내면 아버지가 확인한 수량표와 제가 가지고 나간 종이를 함께 내놓겠다고 합니다. 저는 그 종이를 숨긴 일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께서 그곳에 가셨던 일도 없던 것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누구를 찾으러 가셨는지 그분은 알고 있습니다.”
나는 거기서 멈추었다. 베일의 시선은 내 얼굴이 아니라 손에 든 종이에 있었다.
“계속하십시오.”
“당분간 떨어져 있는 것이 아버지를 위해서도 좋다는 선생님 말씀은 들었습니다. 저도 그 말에 기대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버지께 소식을 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을 겁니다. 전에 부탁드린 말씀이 전해졌는지 저는 아직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번 편지는 꼭 아버지께 주십시오. 그분이 답을 보내기 싫으시면 그렇게라도 알려주십시오.”
렌 부인이 고개를 숙였다. 나는 다음 장을 펴기 전에 베일에게 종이를 보여주었다. 그는 왼손 검지로 아들이 종이의 빈 가장자리에 적어놓은 날짜를 쓸었다.
둘째 장에는 같은 이야기를 더 짧게 쓴 부분이 있었다. 머무는 곳과 건강에 관한 말, 일이 조금 생겼다는 말이었다. 아버지가 겨울에 손을 더 아파하는지 물었다. 편지의 뒤쪽에서야 창고 이야기가 다시 나왔다.
“그날 저를 찾으러 오시지 않았으면 하고 여러 번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오지 않으셨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제게 유리한 쪽만 상상하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손이 낫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편지를 시작하기 어렵고, 시작하지 않은 날이 길어지면 보낼 이유를 찾기 더 어려웠습니다.”
베일의 오른손이 무릎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계속 읽었다.
“수요일에는 일곱 시를 잊지 않습니다. 당장 그곳에 가겠다고 약속드릴 수는 없습니다.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듣지는 말아주십시오. 아직 제가 해야 할 말을 다 쓰지 못했습니다. 렌 선생님께서 허락하시면 직접 편지를 주고받고 싶습니다. 제게 화가 나셨는지라도 아버지께서 직접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에는 대니얼 베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편지가 끝나자 베일이 종이를 받았다. 그는 서명을 오래 보았다. 나는 차를 데우겠다고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주전자는 아직 따뜻했다.
렌 부인이 먼저 말했다.
“이 편지는 베일 씨 것입니다.”
베일이 고개를 들었다.
“처음부터 그랬겠지요.”
“네.”
부인은 그렇게 대답했다.
***
베일이 편지를 다시 접으려 할 때 작은 쪽지가 떨어졌다. 안쪽으로 접힌 종이 사이에 끼어 있었다. 렌 부인이 집어 들고는 남편의 글씨라고 했다. 장부의 여백을 잘라 쓴 종이였다.
렌 부인은 그것을 내게 주었다. 나는 베일을 보았고, 그가 고개를 끄덕인 뒤 읽었다.
크로프트와 다시 이야기하기 전까지 전달을 미룸. 두 사람이 성급히 만나면 지난 합의도 위태로울 수 있음. 베일의 건강을 먼저 생각할 것.
날짜는 없었다. 그 아래에는 짧은 선 하나가 있었다. 지운 글씨는 아니었다.
“남편은 그렇게 생각했나 봐요.”
부인이 말했다.
“왜 그랬는지 물을 수가 없네요.”
렌이 지켜온 집에서 그의 쪽지를 읽고 있었다. 이 식탁을 남겨준 사람과 편지를 주지 않은 사람이 같았다.
베일은 쪽지를 가져가지 않았다.
“내 건강이 어떠면 아들 편지를 읽으면 안 되는 겁니까?”
렌 부인은 대답하지 못했다.
“나중에 주려고 했을 거라는 말도 하지 말아주십시오. 나중에 받았으니까 이제 괜찮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을게요.”
나는 문장을 고쳐 말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렌 부인이 직접 숨긴 편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누가 누구를 얼마나 원망해도 되는지 지금 정해줄 수 없었다.
부인은 식탁 위에 놓인 봉투를 돌렸다.
“이 봉투를 본 적은 있어요. 남편이 살아 있을 때요. 그때 저는 서류를 치우고 있었어요. 회사에서 온 것인지, 집에 관한 것인지 묻지 않았어요.”
“안에 든 걸 아셨습니까?”
내가 물었다.
“아뇨.”
“그럼 그건 구분해서 말씀하시면 됩니다.”
부인이 나를 보았다. 나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남편이 그랬으니 나도 알았어야 한다는 생각은 들어요.”
“저도 제 아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알았어야 했습니다.”
베일이 말했다.
그는 종이를 반으로 접었다가 다시 폈다. 손가락으로 오래된 접힌 선을 따라갔다.
“하지만 내가 몰랐다는 말이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는 기다렸다.
“그 애가 돌아오면 좋지 않을 거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크로프트에게요. 내가 도장을 대신 확인한 종이가 있고, 아들이 가져가면 안 되는 것을 가져갔다고 했습니다. 나는 아들이 가져간 게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그 사람은 내가 그것까지 알아서 좋을 것 없다고 했습니다.”
“렌 씨에게도 물으셨습니까?”
“물었지요. 당장은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아드님이 살아 있다는 소식은 받으셨습니까?”
“떠날 때 살아 있었던 건 압니다. 그 뒤에는 잘 있을 거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그게 누구한테서 온 말인지 물었어야 했습니다.”
그는 나를 보지 않고 말했다.
“회사로 너무 자주 가지 말라고 했어요. 수요일에 이 집으로 오면 된다고. 여기서는 누구를 만나도 따지지 않겠다고요. 나는 그 말이 약속인 줄 알았습니다. 질문하지 않는 대신 받는 허락일 수도 있었는데.”
렌 부인은 손을 풀어 식탁 위에 올렸다. 반지를 돌리는 버릇이 있는지 손가락이 몇 번 움직였다. 반지는 없었다.
“전 남편이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녀가 말했다.
“앞으로도 그 말로 결정할 수는 없겠어요.”
베일은 대답 대신 편지를 봉투에 넣었다. 이번에는 내가 봉투 입구를 벌려주었다. 그는 거절하지 않았다.
***
나는 리버풀에 가겠다고 말했다.
말한 뒤에야 문장이 얼마나 준비된 것처럼 들리는지 알았다. 하루 전부터 기차 시간과 쉬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지금 처음 하는 말이었다.
“주소가 아직 같을지는 모릅니다. 제본소가 그대로 있어도 그분은 떠났을 수 있습니다.”
“회사에는 어떻게 말씀하실 겁니까?”
렌 부인이 물었다.
“개인 사정으로 자리를 비운다고 통지하겠습니다. 허락이 날지는 모릅니다.”
나는 이미 장부 업무에서 빠져 있었다. 남은 일을 잃는 데에도 절차가 필요하리라는 생각은 위안이 되지 않았다. 크로프트 씨가 그런 절차를 오래 지켜줄 이유는 없었다.
베일이 물었다.
“가서 무슨 말을 하실 겁니까?”
“아버지가 살아 계시고, 편지를 지금 받으셨다고 말하겠습니다. 돌아오고 싶은지 묻겠습니다.”
“돌아오라고 하지는 마십시오.”
그는 왼손으로 봉투를 눌렀다.
“내가 데려오라고 보냈다는 말도 하지 마십시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첩에는 돌아오는 기차 시간까지 적어두었다. 아들의 대답을 듣기 전이었다.
“답을 받아오면 되겠습니까?”
“받을 수 있으면요.”
그가 잠시 생각했다.
“수요일에는 여전히 여기 온다고 전해주십시오. 그밖에는 만나서 말을 해야겠습니다.”
나는 수첩에 그 문장을 적어 읽어주었다. 베일은 그것이면 된다고 했다.
그는 지금 사는 곳의 주소도 알려주었다. 돌아온 뒤 답을 전하러 갈 수 있도록 수첩 뒤에 적었다.
렌 부인은 내가 주머니에서 꺼낸 동전 지갑을 보았다. 나는 지갑을 펼치지 않고 도로 넣었다.
“여비는요?”
“가서 묵게 될 수 있어서 조금 부족합니다.”
편도 값만 생각하면 덜 부족했다.
부인은 가방 안에서 지갑을 꺼냈다.
“한 파운드를 빌려드릴 수 있어요.”
“집 수리하실 돈 아닙니까?”
“그래서 빌려드린다고 했어요.”
나는 금액과 날짜를 적었다. 즉시 갚을 날짜를 정할 수 없다고 말하자, 그녀는 다음 달 말에 형편을 확인하고 나눠 갚는 것으로 쓰라고 했다. 나는 그녀가 말한 대로 적고 서명했다. 베일은 그동안 창틀의 아래쪽을 보고 있었다.
“제 돈 문제 때문에 드는 비용이면—”
“우선 제가 빌립니다.”
나는 말을 끊고 나서 그를 보았다.
“돌아와서 지출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누가 부담할지는 그때 세 사람이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부인은 동전을 세어주었다. 식탁 위에서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아들의 편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러나 그 돈이 없으면 내일 갈 수 없었다. 나는 차비와 숙박비를 적을 빈 칸을 남겨놓았다.
편지는 베일이 가져갔다. 나는 주소와 필요한 부분을 그의 허락을 받아 옮겨 적었다. 렌의 쪽지는 별도 봉투에 넣어 부인에게 돌려주었다. 그녀는 프라이스 씨에게 보관을 부탁하겠다고 했다.
베일이 돌아가기 전에 나는 흰 접시를 치우려 했다. 그는 손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오늘도 제가 넣겠습니다.”
나는 접시를 그에게 주었다. 그는 찬장을 열고 늘 두던 곳에 놓았다. 다른 접시의 가장자리와 부딪치지 않도록 손을 천천히 뺐다.
현관에서 그는 어둠 속을 한 번 보았다.
“그 아이가 같은 곳에 있으면 좋겠습니다.”
“찾아보겠습니다.”
“모로 씨를 만나기 싫다고 하면 돌아오십시오. 기다렸다는 말을 빚처럼 들이밀지는 말아주십시오.”
나는 알겠다고 했다.
문을 닫은 뒤 회사로 보낼 통지문을 썼다. 목요일부터 자리를 비우며 토요일까지 돌아올 생각이라고 적었다. 봉급을 받는 출장으로 처리해달라는 말은 넣지 않았다. 시간을 주는 사람은 없었으므로 내가 시간을 가져가는 데 따른 대가가 있을 터였다.
위층에 올라가 가방에 깨끗한 셔츠 한 벌을 넣었다. 대니얼이 쓰던 방이었다. 창문 아래에는 내가 포개놓은 상자와 빌린 바카라이 있었다. 그는 이 방을 떠날 때 무엇을 가지고 갔는지 편지에 쓰지 않았다.
나는 그를 발견할 가능성만 생각하면 두려움이 조금 줄었다. 아버지에게 돌아가고 싶어 하는 아들이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하면 더 쉬웠다.
그러나 베일은 다른 경우의 답까지 맡겼다.
나는 주소를 적은 종이를 외투 안주머니에 넣고, 만나기 싫다는 말도 제대로 들을 수 있을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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