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배우는 일

오늘

by채율

여섯 시에 수영이 있는 날이다. 알람이 울리는데 눈이 떠지지 않는다. 이불속에서 손만 내밀어 더듬거리며 휴대전화를 찾는다. 알람을 끄고 다시 눈을 감는다. 어젯밤에 분명 수영 가방까지 챙겨놓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좀처럼 눈이 떠지지 않는다. 오늘 하루 빠질까 하고 생각하다가 화요일에 빠졌던 기억이 났다. 수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써 이런다 싶은 생각에 이불을 걷어낸다. 다녀오면 늘 상쾌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는 건 전쟁이다.


수영 가방을 챙기고 밖으로 나오니 아직 거리가 어둑하다. 가을 새벽의 공기가 제법 차갑다. 얇은 점퍼의 지퍼를 목까지 올리고 걸음을 재촉한다. 미리 시동을 걸어둔 차가 라이트를 켜고 기다리고 있다. 후다닥 차에 올랐다. 수영장까지는 십 분 거리다.


수영장에 도착하니 탈의실은 분주하다. 머리를 말리는 사람, 수영복을 갈아입는 사람, 거울 앞에서 수모를 당겨 쓰는 사람들. 먼저 수업을 마친 사람들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다. 나도 사물함에 가방을 넣고 수영복으로 갈아입는다.


나는 이제 자유형을 배우는 중이다. 물에 뜨는 것부터 발차기, 팔을 빼는 동작까지 하나씩 배우고 있다. 처음에는 물에 얼굴 넣는 것조차 두려웠는데 앞으로 움직이는 내가 사실 좀 대견하긴 하다. 이제는 차가운 물이 허리까지 올라오면 잠이 달아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발차기하는 다리에 좀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엔진이 약하니 추진력이 약하고 속도가 나지 않는다. 강사가 누군가에게 말한다.


"급하게 숨 쉬려고 하지 마세요."


그 말에 내 숨을 고른다. 오른팔을 뻗고 왼팔을 움직인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순간 입이 수면 위로 나온다. 짧게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얼굴을 넣는다. 몇 번의 동작이 이어진다. 그러다가 또 물을 먹는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걸 느낀다.


수영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아까와는 전혀 다른 거리다. 어둑했던 하늘은 밝아졌고 상점들도 하나둘 문을 열고 있다. 분식집 앞에서는 직원이 유리문에 붙은 영업시간 안내를 닦고 있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횡단보도 앞에 모여 있다. 나는 점퍼의 지퍼를 조금 내린다. 새벽에는 차갑던 공기가 이제는 기분 좋게 느껴진다.


집에 돌아와 젖은 수영복을 세탁기에 넣고 아침으로 달걀을 굽고 식빵 한 장을 토스터에 넣는다. 노릇하게 구워진 빵에 버터를 바른다. 작은 테이블 위에서는 커피 향이 번지고 있다. 수영 선수들이 물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배워보니 역시 쉽지 않다.


어릴 때는 처음 배우는 일이 참 많다. 글씨, 자전거, 노래, 그림 등을 배우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시작하고도 겁이 나서 조급해진다. 배우기도 전에 능숙한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고, 내 서툰 동작을 그 사람의 완성된 동작과 비교한다. 생각해 보면 살아온 시간이 길다고 해서 모든 일에 익숙해지는 것도 아닌 것을. 여러 번 실패한 후에야 겨우 익숙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을.


오늘 아침에도 물을 몇 번이나 먹었다. 그래도 잠깐은 팔을 뻗고 고개를 돌리는 동작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 순간 물이 몸을 받쳐주는 느낌이 들었다. 몇 초도 되지 않았을 텐데 그 짧은 감각이 아직 남아 있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니 어깨가 조금 뻐근하다. 팔을 들어 자유형 동작을 흉내 내본다. 오른팔을 뻗고 왼팔을 뒤로 넘긴다. 물속에서는 그렇게 어렵던 동작이 거실에서는 제법 그럴듯하다.

혼자 웃다가 접시를 들고 싱크대로 간다.

수,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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