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허락된 시간

오늘

by채율

지인이 요즘 여느 때보다 바쁘다. 사흘 밤을 제대로 잠들지도, 쉬지도 못한 채 일한다. 새벽 두세 시부터 시작한 일이 밤 열두 시가 되어서야 끝난다. 그것도 하루가 아니라 삼박 사일 동안 이어진다. 끼니는 틈날 때 편의점에서 서둘러 해결하고, 잠깐 앉아 쉬는 동안에도 전화가 울려대서 제대로 쉬지 못하는 듯하다.


그런데 그는 짜증 한 번 내지 않는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도 있고 같은 일을 두 번씩 해야 할 때도 있다. 누군가 부탁하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얼른 그쪽부터 챙긴다. 피곤하지 않으냐고 물으면 웃으면서 대답한다.


"피곤하죠. 그래도 해야죠."


대단한 각오를 담은 말도 아니고, 자신의 고생을 누군가 알아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도 않다. 그저 할 일이 있으니 한다는 당연함이 있을 뿐이다. 눈 아래가 퀭하고 낯빛이 거무튀튀한데도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다. 무엇보다 자신의 피곤함을 타인에게 옮기지 않으려고 애쓰는 태도에 놀란다. 누구나 지치면 예민해지고 사소한 말에도 날카로워질 수 있는데, 그 사람은 적어도 내가 보는 동안에는 그러지 않는다.


일이 모두 끝나도 그는 또 다른 일들로 바로 쉬지 못한다고 한다. 그 기간 동안 밀려 있던 다른 일들이 쌓여 있고, 생각보다 신경 쓸 것도 많다고 한다. 집에 들어가 가방을 내려놓고 소파에 앉으면 무거운 몸이 금세 잠으로 빠져들겠구나. 나는 그의 시간을 상상한다.


나는 하루 종일 누구도 만나지 않고 급하게 해야 할 일도 없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피로를 많이 느끼는 편이라 혼자 있는 시간이 내게는 중요하고, 가능하면 그렇게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그런 내게 그와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그가 하는 일은 세상의 눈으로 보면 너무나 작고 대단치 않은 일일 수 있다. 그저 자신의 몫을 해내느라 바쁜 날들이다. 그러나 그가 보이는 태도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안다.


바카라을 읽다가 그를 생각한다. 그리고 나를 생각한다. 얼마나 고마운 시간을 내가 보내고 있는가. 무엇을 더 가져서가 아니라 이미 내게 있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바카라을 읽고, 해와 바람을 맞으며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듣는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누리는 나의 생활은 축복이 아닌가.


나는 그에게 짧은 문자를 보낸다.

"며칠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푹 쉬세요."

수,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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