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잠이 많다.
일이 없는 주말이면 늦잠을 잔다. 어떤 날은 아예 하루 종일 누워 있기도 한다.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
아무도 깨우지 않고, 어디에도 가지 않아도 되고, 누구도 만나지 않아도 되는 하루.
얼마나 좋은가!
아참! 나의 큰 장점 하나.
나는 잠을 참 잘 잔다.
체력은 좋지 않지만 이렇게 열심히 돌아다니며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잘 잔다는 것이다.
머리만 누이면 어디서든 잠이 든다.
여행을 가서도 그렇다.
차에 타면 금세 잠이 들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언제 잤느냐는 듯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남들은 이동하는 동안에도 여행을 즐기겠지만, 나는 눈 한번 감았다 뜨면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
하하!
잠깐 자고 일어나면 다시 신이 난다.
그러니 잠은 나에게 쉬는 시간이면서 다음 일을 신나게 할 수 있게 해주는 충전 시간이다.
잠도 실컷 자고 싶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는 시간도 좋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렇게 바라던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를 보내고 나면 밤이 되어서야 어김없이 허기가 찾아온다.
배가 고픈 건 아닌데 무언가 허전하다.
오늘 하루가 통째로 없어진 기분.
아침에 눈을 떴고, 밥도 먹었고, 분명 하루를 살았는데….
오늘 뭐 했지?
아무것도 안 했네.
내가 그렇게 하고 싶었던 일이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었는데.
막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면 왜 이렇게 아쉬운 걸까?
아이고, 참!
쉬고 싶어서 쉬어 놓고, 쉰 하루가 아깝다니.
나도 참 이상한 사람이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나 싶다가….
갑자기 후다닥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강아지와 한밤의 산바카라이라도 해야겠다.
하루 종일 누워 있느라 외출 한 번 못 하고 지나간 주말.
그런 나를 보며 남편도 하루를 보냈다.
이제는 다음 주를 위해 좀 쉬고 싶은 남편.
나도 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푹 쉬게 해 주자.
그렇게 마음먹었는데….
“우리 밖에 나가자!”
“슬리퍼 신고 가까운 마트라도 갔다 오자!”
갑자기 남편을 조르기 시작한다.
하루 종일 아파서 누워 있던 사람이 어디서 그런 기운이 났는지.
눈은 초롱초롱.
금방이라도 밖으로 뛰어나갈 기세다.
그런 나를 보며 남편이 웃는다.
“그럴 줄 알았다.”
하하!
그러게.
나도 내가 이럴 줄 알았다.
그렇게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하루가 끝나갈 무렵, 나는 또 격렬하게 무언가를 하고 싶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필요했던 걸까?
생각해 보니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쉬는 것도 좋고, 노는 것도 좋다.
잠도 실컷 자고 싶고, 재미있는 일도 하고 싶다.
그런데 아무리 푹 쉬었어도 하루가 끝나기 전에 바깥바람 한 번은 쐬어야 한다.
그래야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는 쉬는 게 어려운 사람이 아니라, 하루가 그냥 지나가는 게 아쉬운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누워 있었던 시간이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닐 것이다.
잘 쉬었으니 다시 밖으로 나갈 기운도 생긴 거겠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내게는 필요한 시간이다.
다만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조금 아쉬울 뿐.
아이고, 참!
비단,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은 언제?
글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시간은 있는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도 있었나?
일단 바깥바람 좀 쐬고 생각해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