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중학교는 이상할 만큼 조용한 학교였다.
학생 수가 적어서 그런 것도 있었고.
교사들이 학생들 얼굴을 거의 다 아는 것도 이유였다.
지난 6년 동안 학교폭력으로 정식 사안이 된 일도 없었다.
담배 때문에 학생을 잡은 적도 없었다.
가끔 교무실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학교 애들은 순하긴 순해.”
박성호가 말했다.
“사고 칠 애가 있어야 사고도 치지.”
유진이 대꾸했다.
“애들 숫자가 적다고 사고가 없는 건 아니죠.”
“그래도 우리 학교는 평화롭잖아.”
그 말이 나온 지 며칠 뒤였다.
학생 둘이 유진을 찾아왔다.
“선생님.”
“왜.”
둘이 서로 눈치를 봤다.
유진은 수행평가 파일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말해.”
학생 하나가 목소리를 낮췄다.
“준호 담배 피는 것 같아요.”
유진의 손이 멈췄다.
고개를 들었다.
“왜.”
“냄새 나요.”
“언제.”
“오늘도요.”
옆에 있던 학생도 끼어들었다.
“체육 끝나고 들어왔는데 담배 냄새 났어요.”
유진은 잠시 둘을 바라봤다.
“직접 피우는 거 봤어?”
“아니요.”
“준호가 피웠다고 말했고?”
“그건 아닌데.”
“알았어.”
아이들이 조금 아쉬운 얼굴이었다.
“선생님, 안 잡아요?”
“뭘 잡아.”
“담배요.”
“확인부터 해야지.”
유진은 덧붙였다.
“그리고 너희끼리 떠들고 다니지 마.”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이들이 돌아갔다.
유진은 한동안 문을 바라봤다.
놀랍지는 않았다.
조금 전까지는 몰랐다.
하지만.
자정이 지나면 알게 될 일이었다.
그날 밤.
미래의 기억이 들어왔다.
준호가 작은 상담 공간에 앉아 있었다.
유진이 물었다.
“담배 왜 피웠어.”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 있다가.
“집에 있으면 답답해서요.”
“왜.”
“아빠가 계속 욕하니까.”
그리고.
다른 장면.
준호 아버지가 학교에 와 있었다.
유진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한동안 불편한 얼굴이었다.
그러다 말했다.
“알겠습니다.”
유진이 물었다.
“약속하시는 겁니까?”
“네.”
“준호에게 욕하지 않기로.”
잠시 망설임.
“네.”
기억은 거기서 끊겼다.
현재의 유진은 눈을 떴다.
천장을 잠깐 바라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되는구나.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편해졌다.
결과를 이미 알고 있으니.
적어도 한 가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유진은 준호를 불렀다.
준호는 들어오자마자 물었다.
“왜요?”
“앉아.”
“저 뭐 했어요?”
“모르지.”
“선생님이 불렀잖아요.”
“그러니까 앉아.”
준호는 의자에 앉았다.
표정은 평소와 같았다.
유진이 물었다.
“준호야.”
“네.”
“담배 피웠어?”
준호의 표정이 아주 조금 굳었다.
“아니요.”
“진짜?”
“네.”
“그럼 왜 담배 냄새 나.”
“몰라요.”
“누가 옆에서 피웠어?”
“그럴 수도 있죠.”
유진은 한동안 준호를 봤다.
준호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둘이 잠깐 그렇게 있었다.
유진이 말했다.
“선생님이 담배 잡으려고 부른 것 같아?”
준호가 눈썹을 찌푸렸다.
“그럼요?”
“집에서 답답하지.”
이번에는.
준호가 완전히 멈췄다.
“뭐가요.”
“아빠.”
준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유진이 말했다.
“아빠가 욕 많이 하잖아.”
준호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 얘기 왜 해요.”
“담배하고 관련 있는 것 같아서.”
준호가 피식 웃었다.
“담배 안 피웠다니까요.”
“그래.”
유진은 쉽게 받아줬다.
준호가 오히려 당황했다.
“안 피웠다며.”
“네.”
“그럼 담배 얘기는 일단 거기까지.”
준호가 유진을 봤다.
유진은 말했다.
“근데 아빠가 욕하는 건 싫지?”
준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누가 좋아해요.”
“많이 해?”
“그냥.”
“준호야.”
“네.”
“너 ‘그냥’이라고 할 때 대부분 그냥 아니더라.”
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뒤.
준호가 말했다.
“집 들어가면.”
“응.”
“별것도 아닌 걸로 욕해요.”
“예를 들면.”
“밥 늦게 먹는다고.”
“응.”
“방 더럽다고.”
“응.”
“게임한다고.”
“응.”
“엄마 말 안 듣는다고.”
준호는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가 아빠 기분 안 좋으면 그냥 다 욕해요.”
“너한테만?”
“엄마한테도.”
유진은 잠깐 침묵했다.
“그래서 밖에 있으면 좀 낫고?”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들이랑 있으면요.”
“담배 피우면 더 낫고?”
준호가 바로 유진을 봤다.
잡혔다.
표정이 딱 그랬다.
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준호가 시선을 피했다.
“한 번.”
유진이 기다렸다.
“한두 번 했어요.”
“어디서.”
“그건 말 안 할래요.”
“알았어.”
준호가 놀랐다.
“안 물어봐요?”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유진은 준호에게 말했다.
“담배 피우고 나면 좀 괜찮아?”
준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때는요.”
“얼마나.”
“잠깐.”
“그리고 집 가면?”
“똑같죠.”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손해네.”
“뭐가요.”
“아빠 때문에 답답한데.”
잠깐.
“결국 너만 담배 피우고.”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빠 욕은 그대로고.”
“…….”
“네 몸만 손해잖아.”
준호가 피식 웃었다.
“그럼 어떡해요.”
유진은 바로 말했다.
“아빠가 욕 안 하게 해줄게.”
준호가 고개를 들었다.
“네?”
“아빠.”
“우리 아빠요?”
“응.”
“선생님이요?”
“응.”
준호가 잠깐 유진을 쳐다보다가.
진짜 웃었다.
“선생님.”
“왜.”
“우리 아빠 몰라요?”
“알게 되겠지.”
“안 돼요.”
“뭐가.”
“아빠가 선생님 말 듣겠어요?”
유진은 태연했다.
“듣는데.”
준호가 웃음을 멈췄다.
“뭘 믿고요?”
유진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선생님을.”
준호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봤다.
“진짜 자신감 뭐예요.”
“믿어봐.”
“안 될걸요.”
“돼.”
“왜요.”
유진은 속으로 생각했다.
왜긴.
봤으니까.
하지만 입 밖으로는 다른 말을 했다.
“네가 담배 끊겠다고 약속하면.”
“…….”
“선생님이 아빠한테도 약속 받아줄게.”
준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진짜요?”
“응.”
“욕 안 하기로?”
“응.”
“우리 아빠한테?”
“몇 번 물어봐.”
준호가 조금 웃었다.
“못 믿겠는데.”
“그럼 확인해보면 되잖아.”
준호 아버지에게 연락한 것은 그날 오후였다.
처음에는 반응이 좋지 않았다.
“담배요?”
목소리가 바로 높아졌다.
“이 새끼가 진짜—”
유진이 바로 끊었다.
“아버님.”
잠깐 정적.
“지금 그 말씀부터 안 해주셨으면 합니다.”
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준호가 잘못한 건 맞습니다.”
“그러니까요. 집에 오면 내가 진짜—”
“그렇게 하시면.”
유진이 말했다.
“다시 같은 일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뭐라고요?”
“학교에서 한번 뵙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바로 좋다고 하지 않았다.
몇 번이나 왜 자기가 학교까지 가야 하느냐고 했다.
하지만.
결국 오기로 했다.
유진은 알고 있었다.
올 거라는 걸.
다음 날.
준호 아버지가 학교에 왔다.
실제로 보니 나이가 꽤 있었다.
준호와 나이 차가 큰 아버지.
얼굴에는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
앉자마자 말했다.
“얘가 진짜 담배를 피운 겁니까?”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준호에게 확인했습니다.”
아버지 얼굴이 바로 붉어졌다.
“이놈의 새끼가 진짜.”
유진이 다시 말했다.
“아버님.”
“왜요.”
“그 말씀 오늘은 안 하셨으면 합니다.”
아버지 표정이 굳었다.
“내 자식한테 내가 뭐라고 하는 것도 선생님이 간섭합니까?”
유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미.
이 다음을 알고 있었다.
“네.”
오히려 아버지가 당황했다.
“네?”
“오늘은 좀 간섭하려고 모셨습니다.”
유진은 담배 이야기를 먼저 했다.
학교에서 허용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것.
다시 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것.
준호에게도 바카라임이 있다는 것.
아버지는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유진이 말했다.
“그런데 준호가 왜 담배를 피웠는지도 같이 봐야 합니다.”
“친구들 따라 한 거겠죠.”
“그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유진은 잠깐 멈췄다.
“준호는 집에 있으면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아버지 얼굴이 굳었다.
“뭐가 답답하대요?”
“아버님이 욕을 많이 하신다고 합니다.”
정적.
아버지가 웃었다.
조금 어이없는 웃음이었다.
“남자애 키우다 보면 욕도 좀 하지.”
“그 욕 때문에.”
유진이 말했다.
“준호가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웃음이 사라졌다.
“…….”
“밖에서 버티고.”
“…….”
“답답함을 풀 방법을 찾다가 담배까지 간 것 같습니다.”
“그걸 다 내 탓이라고 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유진은 바로 말했다.
“담배 피운 건 준호 바카라임입니다.”
아버지는 유진을 봤다.
“그래서.”
“…….”
“오늘 서로 하나씩 약속했으면 합니다.”
준호도 불렀다.
문을 열고 들어온 준호는 아버지가 앉아 있는 걸 보자마자 표정이 굳었다.
유진 옆에 앉으라고 했다.
준호는 말없이 앉았다.
아버지가 준호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너 진짜—”
유진이 손을 들었다.
아버지는 입을 다물었다.
준호가 그 모습을 봤다.
눈이 아주 조금 커졌다.
유진이 말했다.
“준호.”
“네.”
“너는 담배.”
“…….”
“안 피우기로 약속할 수 있어?”
준호는 아버지를 한번 봤다.
그리고 유진을 봤다.
“네.”
“확실히.”
“네.”
유진은 이번에는 아버지를 봤다.
“아버님.”
“네.”
“준호에게 욕하지 않기로 약속해주실 수 있습니까?”
아버지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준호는 고개를 숙였다.
유진은 기다렸다.
미래의 기억 속에서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조금 지나고.
아버지가 한숨을 쉬었다.
“알겠습니다.”
유진은 한 번 더 확인했다.
“약속하시는 겁니까?”
“네.”
“화가 나셔도.”
“…….”
“욕은 하지 않는 걸로.”
아버지가 준호를 한번 봤다.
“네.”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준호는 믿기지 않는 얼굴이었다.
면담이 끝난 뒤.
아버지가 먼저 나갔다.
준호는 조금 늦게 일어났다.
그러다 유진에게 물었다.
“선생님.”
“왜.”
“진짜 약속했어요?”
“너 방금 옆에 있었잖아.”
“아니.”
준호는 헛웃음을 쳤다.
“우리 아빠가요.”
“응.”
“욕 안 하기로?”
“응.”
“진짜로?”
유진이 말했다.
“세 번 물었으니까 취소.”
준호가 바로 웃었다.
“아 왜요.”
“농담.”
준호가 문 쪽을 보다가 다시 유진을 봤다.
“선생님.”
“왜.”
“진짜 뭘 믿고 그렇게 자신 있었어요?”
유진은 잠깐 생각했다.
“너.”
준호가 의아한 얼굴을 했다.
“저를요?”
“네가 약속 지킬 것 같아서.”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유진은 덧붙였다.
“아빠도 자기 아들이 약속하면.”
잠깐.
“하나는 해줄 수 있을 것 같았고.”
준호가 유진을 한동안 바라봤다.
그날 집으로 가는 길.
준호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엄마는 늘 아빠와 싸웠다.
아빠가 소리를 지르면.
엄마도 소리를 질렀다.
둘 중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몰라.
준호는 방으로 들어갔다.
친구들에게 집 이야기를 웃으며 했고.
답답하면 밖으로 나왔다.
그게 준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런데.
유진은 달랐다.
준호한테 아빠랑 잘 얘기해보라고 하지 않았다.
참으라고도.
부모니까 이해하라고도 하지 않았다.
직접 불렀다.
직접 앉았다.
그리고.
준호가 혼자서는 절대로 못 했을 말을 했다.
욕하지 말아주세요.
그 말을.
자기 대신.
다음 날.
준호는 학교에 평소보다 일찍 왔다.
유진은 교무실에서 준호를 보고 물었다.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준호가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냥요.”
“담배 피우다 왔냐?”
“아니거든요.”
“확인하려면 가까이 와봐.”
“싫어요.”
유진이 웃었다.
준호도 웃었다.
그리고.
나가려다 멈췄다.
“선생님.”
“왜.”
“어제 아빠.”
“응.”
“집에서 욕 안 했어요.”
유진은 일부러 놀라지 않았다.
“좋네.”
“진짜 처음이에요.”
준호는 그 말을 하고.
잠깐 머뭇거렸다.
“선생님.”
“또 왜.”
“저 담배 안 필게요.”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근데.”
“뭔데.”
준호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빠가 먼저 약속 깨면 저도 몰라요.”
“그건 안 돼.”
“왜요.”
“네 약속은 네 약속이니까.”
준호가 입을 삐죽였다.
“치사하네.”
“세상 원래 그래.”
준호는 교무실을 나갔다.
유진은 그 뒷모습을 잠깐 바라봤다.
준호는 그날 이후.
유진에게 조금 이상하게 굴기 시작했다.
큰일이 있으면 먼저 찾아왔다.
아버지가 또 욕을 했을 때도.
친구와 싸웠을 때도.
뭔가 사고를 쳤을 때도.
숨기다가.
결국 유진 앞에 왔다.
준호에게 유진은.
점점 담임과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고 있었다.
아빠가 무서우면.
대신 말을 해주는 사람.
잘못하면 혼내지만.
혼낸 뒤에도 자기 편에서 사라지지 않는 사람.
어른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또 다른 어른을 찾아도 된다는 걸 처음 알려준 사람.
준호는 그 감정을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몰랐다.
그냥.
유진이 있으면.
조금 덜 불안했다.
그리고 어쩌면.
준호가 마음속으로 처음 만들어본.
학교 안의 보호자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