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vs 좋은 글

온라인 북토크 후기

by류귀복

작가도 얼굴을 드러내는 세상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부끄러운 외모를 공개한다. 바지런한 행보 때문일까? 많은 사람이 나를 외향인이라고 착각하지만, 나는 어엿한 내향인이다. 낯선 이를 만나면 속으로 '얼음'을 크게 외치고 그대로 멈춘다. 이후 묻는 말에만 소극적으로 답하며 어색한 시간이 끝나기 만을 기다린다. 사시사철 번잡함 대신 외로움을 택한다. 이따금씩 괴로움이 몸집을 불리면 동굴로 들어간다. 학창 시절에는 롤러코스터에 탑승하는 심정으로 입학식에 참여했고, 불혹이 넘은 지금도 신규 모임 참석이 번지점프만큼이나 두렵다. 작가가 골방에서 홀로 글을 쓰던 때에 태어났으면 참 좋았을 성향인데 시대를 잘못 태어난 게 무척이나 아쉽다.

무명작가가 우아하게 앉아서 바카라이 팔리길 기다리면 결과는 뻔하다. 열이면 열, 이제 막 피어난 바카라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창고를 지킨다. 몇 해가 지나도 기적이 일어나지 않으면 끔찍한 상황이 펼쳐진다. 새로운 주인을 만나지 못한 바카라들이 자연으로 회귀한다. SNS 사용자가 늘면서 저자 인지도가 판매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 부업 작가도 예외는 아니다. 신간이 나오면 근사한 프로필 사진부터 찍는다. 중쇄 소식을 기대하며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부지런히 바카라을 홍보한다. 나 역시 흐름을 따른다. 묵언수행이 편하지만 신간이 나오면 북토크 일정을 잡는다.

인간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가 없다. 삶은 늘 도전의 연속이다. 지난달 문장사이 대표에게 온라인 북토크를 제안받았다. 당시만 해도 나는 줌 모임을 기피했다. 북토크는 오프라인에서만 진행하기로 아내와도 마음을 맞췄다. 여러 차례 온라인 강의에 참여하면서 깨달은 바가 있다. 대체로 줌에 접속한 참가자들은 숨바꼭질에 능하다. 내 감정을 절대 드러내지 않을 거야, 라는 각오로 화면을 끄고 고요히 지켜본다. 그럼에도 나는 요청을 수락했다. 온라인카지노 동료 작가이기도 한 아호파파 작가에게 끌렸기 때문이다.

대화는 호흡이 중요하다. 일방적인 전달은 투자 대비 성과가 적다.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쿵짝이 맞아야 전하려는 의도가 힘을 얻는다. 경험에 따르면 청중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적절한 기술이 필요하다. 나는 과감한 시도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방식을 선호한다. 첫인사를 노래로 시작할까 했는데... 마음을 일찍 접었다. 나는 타고난 음치다. 노래를 부르면 혼자만 즐겁고 듣는 이들은 괴롭다. 음악이 공기 중에 울려 퍼지는 내내 감동 대신 웃음을 (때로는 화를) 선물한다. 급한 대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로 시작하려고 했으나, 유튜브 영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건 청중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포기했다.

시나브로 숱이 줄어드는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날이 길게 이어졌다. 다행히 너무 늦지 않게 대안을 찾았다. 류귀복 작가에게는 공식 마케터가 있다. 대한초딩 류서아 양이다. 북토크 전날, 9살 딸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간단하게 인사를 마친 뒤 엉성한 연주를 공개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온라인 북토크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나는 참가자가 '아~ 저렇게 부족한 사람도 바카라을 쓰는구나. 그럼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고 느끼길 기대하며 북토크를 준비한다. 카메라는 나의 단신(短身)을 부각하지 못하여 겸손 모드 전환이 어려웠다. 작가의 고민을 꿰뚫은 것일까? 슬롯자인 백수광부 작가가 첫 질문으로 "작가님에게 단팥빵은 무슨 의미인가요?"라고 물었다. 나는 "저의 단팥빵은 공감과 겸손을 상징합니다"라고 답했다. 나에게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 에세이는 공감이 생명이다.



<문장사이> 정대호 대표가 준비한 자료


온라인카지노 작가 대다수가 시간을 쪼개어 글을 쓴다. 새벽 5시에 기상하여 출근한 뒤, 추운 차 안에서 단팥빵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하며 글을 쓰는 모습을 보면서 독자들이 공감하길 바랐다. 나아가 단팥빵을 통해 재능을 이기는 건 노력이다, 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다.

출간을 하면 무엇이 좋은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는데, 현장에서 답하지 못한 부분이 뒤늦게 생각나서 후기에 남긴다. 20여 년 전, 대학생 류귀복은 추억을 사진에 담아 싸이월드에 보관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플랫폼이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이대로라면 온라인카지노에 남긴 글도 위험하다. 반면, 바카라은 다르다. 작가보다 긴 세월을 살아간다.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하여 전국팔도 도서관에서 후손을 기다린다. 인심이 넉넉하여 보관비도 받지 않는다.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일이다.

"작가님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 아니면 좋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까?"라는 마지막 질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나는 "좋은 사람이 좋은 글을 쓰는 법이니, 저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마무리 인사를 앞두고는 처음에 소개했던 류서아 마케터의 피아노 연주를 다시 틀었다. <언제나, 몇 번이라도>라는 곡의 제목을 공개하며, 글쓰기가 '언제나' 즐겁기를, 출간을 원한다면 '몇 번이라도' 투고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장사이 대표인 아호파파 작가와 슬롯자인 백수광부 작가, 자리를 빛내준 동료 작가들 덕분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독자 여러분도 북토크의 주인공이 되길 원한다면, 미리 악기를 하나 배우길 추천한다. 만약 '어라? 나는 노래를 기가 막히게 부르고 춤도 기똥차게 추는데'라고 생각한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준비된 인재가 분명하다. 부디 투고를 반복하여 출간의 기쁨을 꼭 누리길 소망한다. 나는 좋은 사람이 부르는 노래와 흥겹게 추는 춤을 감상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카메라 앞에서 만나자.




# 북토크에서 소개한 도서 목록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흘만 볼 수 있다면》
《노인과 바다》
《위대한 상인의 비밀》
《그림자를 판 사나이》
《40일간의 남미 일주》
《기차와 생맥주》
《이게 다, 물고기 덕분이에요》
《살아낸 김에, 즐겨볼까?》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