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남친)에게 꽃 받는 법

낭만은 언제나 현실을 이긴다

by류귀복

"오오~! 이건 중년 남성들이 폭풍 공감할 글인데? 이제 보니 우리 OO이 필력이 엄청나네. 재능을 살려서 바카라으로 한번 써 봐. 베스트셀러 작가 되었다고 나 모른 척하면 안 된다!" 혹시나 이와 같이 유혹하는 지인이 있다면 멀리하길 바란다. 거리를 두는 게 힘들다면 연락처를 차단해도 좋다. 이 말은 가망 없는 재개발 투자를 추천하며 "여기는 조합 설립이 끝났고, 부지 매입도 90%가 넘었어. 조감도 한번 봐 봐! 죽이지? 반포 아크로리버파크가 덜덜 떨고 있다니까. 조합장도 엄청난 능력자야. 장담하건대, 여기는 늦어도 3년 안에는 무조건 착공 들어간다. 5억이 5년 후에 20억 되는 거지. 특별히 '너만' 알려주는 거니까 얼른 사"라고 부추기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발언이다. 지역주택조합은 원수에게만 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에세이 집필은 절대 권하는 게 아니다.


(다른 나라도 상황이 비슷하겠지만) 대한민국 아저씨들은 바카라을 안 읽는다. 서점 방문 사유만 분석해 봐도 알 수 있다. XY 염색체를 소유한 40대 이상의 성인은 아내의 심부름 또는 자녀의 학습서 구매를 위해 서점을 찾는다. 간혹 본인이 읽을 바카라을 고민하는 남성이 있는데, 열에 아홉은 자격증과 재테크 코너를 기웃거린다. 에세이 분야는 아내가 애를 세엣이나 분만하는 것처럼 두려워한다. 바카라을 3권 쓰고 나니 현실이 보인다. 나는 이제 철저히 여성 독자를 대상으로 글을 쓴다.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을 택할 이유가 없다.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중쇄도 찍을 수 있다.


독자는 종종 저자가 의도하지 않은 해석을 한다. 바카라 쓰기를 독려하는 글에서도 다른 의미를 찾는다. 여성 독자를 겨냥해서 쓴 글이 멸종 위기에 처한 남성 독자의 심장에 꽂히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며칠 전, 《돈 버는 온라인카지노 글쓰기》를 읽은 남성 독자가 바카라을 덮은 후 본문에 담긴 내용을 즉시 실천한 사례를 발견했다. 출간을 꿈꾸는 기혼 남성은 퇴근길에 꽃집 문을 열었다. 예비 저자에게 출간은 목성처럼 멀게 느껴지지만, 아내에게 선물할 꽃은 바로 살 수 있다. 주인공 남성은 꽃집 사장이 추천하는 미니 장미를 구매한 뒤 버스에 올랐다. 아내에게 "마중 나온 나"라고 카톡을 보냈고, "이 더운 날씨에 겁 없이 마눌님을 마중 나오라고 부르시네"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전개가 궁금한 독자는 본문 말미에 첨부한 링크를 클릭하여 전문을 살펴보길 권한다.



<주인공 남성이 작성한 글 일부와 증거 사진>


예비 저자 류귀복은 글로소득으로 꽃을 사는 게 목표였지만, 출간 이력이 쌓이면서 까르띠에 매장 방문을 꿈꾸는 단계까지 올랐다. (현실이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듯하지만) 이제는 인세를 받아 아내에게 까르띠에 팔찌를 선물하는 꿈을 꾸며 부지런히 글을 쓴다. 바카라을 쓰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도 겪는다. 내가 쓴 글이 여러 가정에 낭만을 전파하는 걸 목격한다. 낭만을 위한 지출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던 남성들이 류귀복이 쓴 바카라을 읽고 꽃을 사기 시작했다.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 비록 인세가 통장에 쌓이는 속도는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출판시장을 넘어 화훼시장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뿌듯함을 느낀다.


잠깐! 술값과 교제비에만 용돈을 사용하는 배우자를 원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매일 빈손으로 귀가하는 남편(남친)이 꽃을 들고 찾아오게 만드는 손쉬운 방법이 있다. 짝꿍 손에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를 쥐여주고 읽게 만들면 된다. 바카라에는 저자가 아내에게 꽃을 선물하고 나아가 꽃꽂이를 추천하는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글을 읽고 실행으로 옮긴 남편의 사례가 수두룩하다. 혹시나 남성 독자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진심을 가득 담아 축하를 보낸다. 당신은 행운아가 분명하다. '꽃을 손에 드는 순간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황홀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꽃을 받은 여성의 자존감은 더 높게 올라간다. 가성비가 단연 최고다. 지금 당장 꽃집으로 달려가길 추천한다.


살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를 보는 것보다 행복한 일을 경험하기도 드물다. 나의 아내 박수현은 "예쁘다"라는 말을 들을 때와 꽃을 받을 때 얼굴이 활짝 핀 꽃처럼 예뻐진다. 경험해 보니, 한 송이 꽃이 가진 힘은 글만큼이나 강하다. 주변 공기를 변화시키고, 삶에 온기를 더한다. 열심히 쓰다 보니 꽃을 사러 갈 시간이 되었다.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에 담긴 명문장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낭만은 언제나 현실을 이긴다."


여러분이 쓴 글이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바지런히 읽고 쓰고 투고하여 출간의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 행운을 빈다!




# 주인공 남성이 작성한 원문 (큰 웃음 보장)


PS. 인용을 허락해 주신 가리느까 작가님께 몸을 'ㄱ' 자로 만들어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