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삶을 데리고 놀아보렴

by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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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엄마가 [엄마의 유산]을 공저하실 작가들의 수업을 하면서

글 속에 등장하는 '미끄럼틀'이라는 단어에 꽂혔어.


놀이터! 하면 떠오르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뭐지?

바로 미끄럼틀, 그네, 시소잖아.

어떤 놀이터든 이 3가지가 없는 곳은 없다!


그리고 기억나니?

기억 못하겠지.

그 때 넌 아가였으니까.


어릴 적 사진을 봐봐

집에서 타고 노는 장난감을 사줄 때 가장 먼저 사주는 것이

안전띠하고 앉아 흔들흔들 타는 그네

그리고 아가미끄럼틀이랑 말모양 시소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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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제대로 걷기도 전

식탁을 바카라상삼은 엄마가 논문이라도 써야할 때면

널 말시소 위에 앉혀놨어.

그러면 넌 꺄르르~~ 웃으면서 혼자 흔들흔들 잘 놀았었지.


그래서 생각해봤어.

왜 많은 놀이기구들 가운데

하필 이 세가지가 대표적일까.


미끄럼틀은 오르지만 내려오는 놀이지.

그네는 바로 서 있지만 앞뒤로 출렁여야 놀이고,

시소는 균형이 잡혀야 하지만 흔들려야 재미있지.


미끄럼틀은

계단과 달라. 계단은 언제든 멈출 수 있지만 미끄럼틀에 몸을 던지는 순간, 네 힘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중력이 너를 이끌지. 재미는 오르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네 힘을 제거하고 몸을 맡긴 그 순간 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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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는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해. 목적지가 없어. 그저 계속 앞으로 갔다가 돌아갔다가 다시 앞으로 가는 걸 반복하지. 그런데, 그네를 탈 땐 무릎을 살짝 구부리면서 미는 힘을 조절하지? 어쩌면 그네는 삶이 직선으로 전진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과 순환 속에서 자기 리듬을 찾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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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는 말이야.

절대 혼자서는 못 탄다! 네가 올라가려면 상대는 내려가야 하고 네가 내려갈 때 상대는 올라가. 경쟁? 그래, 경쟁일 수도 있지만 반복되잖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관계란 말이야. 네가 늘 위에만 있을 수 없다는 것. 서로의 무게를 인정할 때 시소는 정말 재미있어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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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아가때 처음 즐기는 놀이기구가

미끄럼틀, 그네, 시소인 것도 아주 잘 짜여진 삶의 각본같아.

직립보행의 인간답게 첫걸음을 떼는 그 시기부터

삶은 이렇게 노는 것이라고

몸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 같거든.


삶은 힘들게 오르지만

어떤 순간에는 중력에 자신을 온전히 맡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삶은 직선이 아니라

반복을 통해 리듬을 찾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삶은 늘 위에만 있을 수 없으니

서로의 무게를 인정하며 함께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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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더 재미있는 걸 발견했어.

이 세가지 놀이기구에는 공통점도 있어.

모두

네가 통제하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 사이에 있단다.

봐봐.


미끄럼틀에서 올라가는 건 네 의지지만

내려오는 건 중력이야.

그네는 네가 몸으로 굴리지만

리듬은 관성으로 움직여.

시소도 네가 움직이지만

상대의 운동성이 보태져야 해.


그리고 또 있어.

모두 엔진이 없어.

전기로 움직이지도 않고,

스스로 움직이지도 않아.

사람이 있어야 해.

누군가 밀고, 올라가고, 굴려야 하지.


너무 단순하지?

그런데 엄마는 바로 이 단순함이 이상했어.


맞아.

인간은 놀이로 삶을 배우지

그러니 아이야.

삶을 데리고 놀아 봐.


미끄럼틀 위에서 까르르~ 웃으며 몸을 맡겼듯이

그네타며 무릎을 까딱까딱하고 꺄악~ 소리를 질렀듯이

시소에서 위로 들썩, 아래로 쿵하며 서로 마주보고 깔깔댔듯이


네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이

항상 대등하게 함께 하는 것이 삶이야.

모든 결과는

네 안과 밖에서 함께 만들어진단다.

놀이가 네 힘만으로 안되듯이 말이야.


네가 원하는 무엇이 있을 때

아가때부터 몸으로 익혀 너를 까르르 웃게 했던

그 놀이들이 순간순간 네 정신 속에서 부활할거야.


그러니,

애쓰고 용쓰고 떼쓰며

억지로, 너무 열심히만 살지 마라.

너는 이미 놀이로 배웠어.

세상을 통제하는 법이 아니라

세상과 함께 움직이는 법을 말이야.


생각해 봐.

미끄럼틀에 브레이크가 있다면 재미있을까?

그네를 억지로 힘으로만 밀어붙인다면 오래 탈 수 있을까?

시소도 혼자 위로만 오르려 버틴들 가능할까?


'힘을 쓰는 순간'이 아니라

'힘을 조절하는 순간'이 더 삶에서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힘으로만 사는 사람보다

힘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더 오래 웃을 수 있을거야.


자유란

질서를 벗어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질서 위에서 리듬을 타며 웃을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이란다.


그러니

삶을 데리고 놀아보렴.

웃으며 배우고,

웃으며 이루렴.

- 2026. 07. 0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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