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벽 내 귀는
다양한 새소리에 취한다.
그러다가
어김없는 시간에 우는
아래집
수탉소리.
그 때마다 나는 멈춘다.
수탉은 항상 같은 시간에 울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않다.
어떤 새벽은 그냥 지나치고
어떤 새벽은
성호를 긋는다.
베드로는
매일 새벽 첫닭의 울음소리와 함께 일어나
기도를 하고 몹시 울었다.
가슴에는 항상 수건을 들고 다니며
넘치는 눈물을 닦았다.
주님과 함께 지내며 들었던 다정한 말씀이
한켠에서 밀려오기도 하고
자신이 세번이나 부인한 사실을 뉘우치며
그렇게 온 얼굴이 짓무르도록 울었던 것이다.
결코 예수를 부인하지 않겠다던
그가,
두려움 앞에서 쉽게 무너졌다.
하지만,
그는 잊으려거나 외면하지 않고
수탉이 울 때마다 통곡했다.
믿음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무너진 자리로 다시 돌아와
그 자리를 지키는 그는
자신의 약함을 끝까지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새벽마다 성호를 긋는 나는
분명 믿음이 강한 자가 아니다.
얼마나 쉽게
나는 나 자신을 배신해 왔던가.
나를 거부하고
남을 따른 숱한 시간들.
성모 앞에서 거꾸로 서서 접시를 돌리고
열두개의 칼로 곡예를 부리는
바르나베(주)처럼
자신에게 부여된 재능으로 사는 것이
그 분의 뜻이었건만
나는 얼마나
남들처럼 살려 애써왔던가.
베드로는 주님을 세번 부인했지만
나는 수천번 부인했다.
새벽이 열리고
수탉이 울면
바카라상 앞에 앉아
성호를 긋고
바카라을 편다.
오늘도 나는 흔들릴지 모른다.
말 앞에서,
시선 앞에서,
그리고
익숙한 선택 앞에서.
하지만,
이제 나는 내 자리에서
물러서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도 안다.
아니,
물러서고 싶은 나를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세 번이 아니라
수천 번을 부인하며 살았던 시간을 지나
나는
나를 지키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
그래서 새벽은
나를 붙잡는 시간이 아니라
더럽혀지는 나를 하루라도 늦추는 시간.
누군가에겐 어리석어 보일 지 모를 선택 앞에서도
그 분이 주신 특별한 재능을 끝까지 잡고 걸을 수 있는 서약의 시간.
그런 나를 지켜내는 시간.
나는 오늘도
나를 어기지 않을 것이다.
수탉이 울고
베드로의 눈물이 내 가슴을 적시고
지난 시간 못난 내가
눈앞에 등장해도
오늘의 나는
조용히 성호를 긋는다.
- 2026. 05. 04. 10:45
(주) 바르나베: 성모 마리아 앞에서 곡예로 자신의 재능을 바친 수도자에 관한 이야기. 타인의 시선과 평가와 무관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끝까지 사용하는 행위가 신 앞의 진정성이라는 의미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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