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의 장르는 무엇일까

독학 잠영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by맛있는 하루

요즘 나홀로 잠영을 연습 중이다.


허리디스크 때문에 시작도 못 하고 접어버린 평영과 접영. 잠영에는 평영 발차기가 쓰이는데, 평영을 못 하는 내가 연습 중인 이 동작을 잠영이라 부르기엔 낯 뜨겁다. '수영장 바닥 찍고 손 몇 번 젓기' 정도가 솔직한 이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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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은 처참했다. 숨을 참고 물속에 들어가는 것까지는 됐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손을 젓는 건지 허우적대는 건지 나조차 알 수 없었다. 물을 얼마나 마셨는지, 올라올 때마다 기침이 터졌다.


매일 물 속걷기를 하시던 어르신이 옆 레인에서 웃으셨다.


"힘들죠? 얼굴이 벌개요."

"안 하던 거 하니깐 너무 힘드네요. 자유형 뺑뺑이 서른 바퀴 돈거랑 맞먹는 것 같아요."

"그래도 계속 해봐요. 내일은 오늘보다는 낫겠죠~."


어르신 말씀처럼 내일은 오늘보다는 덜 힘들길 바라며 헉헉거렸다. 그리고 다음 날이 왔다. 어제의 다짐은, 바람은 다 어디로 갔을까.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허우적거린다는 느낌뿐이었다.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얼굴의 열감이 조금 줄어 있었다.


"오늘도 용을 쓰네요~! 근데 보람이 있어요. 매일 열심히 연습하니 지난주 보다 훨씬 더 부드럽게 나가네요. 계속 용을 써봐요, 화이팅!!!"


"정말이요?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볼게요."


그런데 옆의 남자 회원님이 한 마디 던지셨다.


"잠영이 하나도 안 되고 있어요! 술 마신 것처럼 얼굴이 벌겋잖아요. 숨을 다 빼고 더 아래로 가라앉아봐요."


나뿐 아니라 모든 회원에게 가르침을 주려는, 내가 혼자 붙인 별명으로는 '훈수 회원님'이 어느새 내 옆 레인에 와 답답하다는 듯 외치셨다. 창피했다. 술 마신 것 같다는 말이 우습기도 했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같은 사람, 같은 잠영을 보고도 두 분의 시선은 이렇게나 달랐다. 어르신은 어제보다 나아진 오늘을 보셨고, 훈수 회원님은 여전히 부족한 오늘만을 보셨다.


김지혜 작가의 소설 속 한 문장이 떠오른 건 그래서였다.


"이야기는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보입니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시트콤 대본으로 쓰였다면 어이없고 웃긴, 미묘한 감정을 자극하는 장면이 될 수 있지만, 정통 멜로 드라마 대본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을 자아내는 장면으로 쓰일 수 있지요. 그 차이는 사건 자체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바로 '시선'입니다. 여러분의 인생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똑같은 상황이 주어져도 이를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이냐, 어떤 장르로 해석하냐 하는 것은 여러분 자신의 선택이라는 이야깁니다." _ p.151, 김지혜, <중고신입 차윤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똑같은 상황도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성장 드라마가 되기도, 웃음을 자아내는 시트콤이 되기도 한다. 그 관점 앞에서 누군가는 주눅이 들고, 누군가는 오히려 자극을 받는다.


수영뿐일까.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만이 아니라,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선 나의 잠영 독학기. 지금은 우스운 시트콤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혹시 아는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용쓰는 이 잠영이 허벅지 근육을 단단히 붙여주고, 협심증으로 고생하는 내 심장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줄지. 또 이렇게 용써서 익힌 잠영이 소소하고 평범한 내 일상을 쫄깃한 액션 드라마로 바꿔놓을지 말이다.


달라지는 건 상황이 아니라 시선이다. 그렇다면 내 이야기의 장르는, 결국 내가 정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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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랑찰랑, 잔잔한 물결이 멀리까지 퍼져나가듯. 내 이야기도 그렇게 잔잔히 번져 누군가에게 닿았으면 싶다. 요란하지 않아도 좋으니, 곁에 있는 이들에게 선한 물결 하나쯤 얹어주는 그런 이야기이면 좋겠다.




[헤엄치듯 읽는 법]

같은 상황도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시트콤이 되기도, 성장 드라마가 되기도 한다. 오늘 하루가 유독 버거웠다면, 그 하루를 다른 장르로 다시 바라보면 어떨까. 관점을 바꾸는 순간, 지지부진하던 이야기도 다음 화가 궁금해지는 이야기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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