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5월. 5월을 떠올리면,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설레며 세상 밖을 향해 나가려는 그 설렘. 2026년의 5월. 해가 바뀔수록 옷이 가벼워지지 않는다. 더웠다 추웠다를 반복하며, ‘나는 변온동물인가?’라고 생각해 본다. 육체 나이의 세월은 막을 수가 없어서 40대 중반의 호르몬 변화로 겪어야 할 과정을 경험하고 있다. 20대 30대의 5월은 옷이 참 가벼웠었는데, 40대 중반을 넘어선 지금은 5월이어도 긴 팔과 스웨터는 필수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설렘 가득 입가에 미소가 차오른다.
01 긴 한숨
자신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 좋은 사람, 그릇이 큰 사람. 자신의 감정을 상하게 하면, 나쁜 사람, 이기적인 사람. 타인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숲을 보지 못하고, 자신의 생채기만 보는 사람. 그것이 진정 우리의 모습인가? 상대방의 모습 속에서 이러한 이기심을 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 모습에도 그것이 묻어나 있음을 보게 된다. ‘남의 눈에 있는 티는 보면서, 정작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성경의 한 구절이 떠오르게 한다. 긴 한숨을 쉬며, “나나 잘합시다.”를 중얼거려 본다.
02 빛
환하게 비추는 빛, 눈살을 찌푸리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초록 잎들이 흔들거리고, 나는 깊은 산속에서 초록 잎 사이로 내려오는 맑은 빛으로 샤워를 했다. “임명장 받으러 오세요.” 낮에 보았던 맑은 빛이 그날밤 꿈에서 낯익은 목소리와 함께 다시 나를 조명했다. 낯익은 목소리는 교수님이었다. “제1원 대천사 임명장이에요. 다른 분들은 각기 다른 역할의 임명장을 받았어요.” 교수님의 말씀에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제1원 대천사는 인간사에 관여하지 않는데, 제가 받아서 뭐해요?” 내 질문에 교수님은 슬며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아직 이 꿈은 내게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꿈이라는 것이 당장의 해답을 주기도 하지만, 어떤 꿈은 2년, 3년이 지나 내가 삶에서 무언가를 경험하고, 넘어선 뒤에야 그 메시지가 가슴에 와닿기도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느껴지는 것은 낮에 보았던 그 빛이 꿈속에서 받은 임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아직 나는 그 의미를 깨닫기에는 극히 개인적인 것들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빛의 크기는 어마어마할 텐데, 지금의 나는 나를 둘러싼 베일의 아주 작은 바늘구멍을 통해 새어 들어오는 빛을 보았을 뿐이다. 그 작은 빛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비추는 하나의 지표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03 순수성
어여쁘고 귀여운 인디고 아가씨. 카페에 사뿐히 앉았다 간다며, 사진 한 장을 보냈다. 밝게 헤헤 웃으며 돌아가는 영글어진 포도알 하나. 내 가슴에 품어지는 포도알. 추운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기까지 나는 꽤 긴장해 있었다. 그래서 많은 부분에서 날카로웠고, 그러다 보니 말에서도 서슬이 퍼런 말들이 오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어여쁘고 귀여운 인디고 아가씨가 내 마음에 봄을 가져다주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깊은 명상을 했다. 깊은 명상 중에 보였던 이미지들은 아기 천사 세명이었다. 귀엽게 장난도 치고, 순수하게 무언가를 좋아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잊고 있었던 나의 순수성을 떠올렸다. 우리 모두에게 그런 순수성이 있을 텐데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삶의 중심에는 어느새 돈이나 아이들, 가족들, 혹은 커리어 같은 것들이 자리 잡는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순수성을 마음 한 구석에 묻어두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아이 같은 순수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즐거움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04 선물
선물을 받았다. 하늘에서는 우주 너머의 소식을 전해주고, 땅에서는 여러 생명체가 나에게 마더 가이아의 소식을 전해준다. 그렇게 세상은 때때로 여러 모습으로 나에게 말을 건넨다. “소라 짱 좀 불러주시겠어요?” 그날밤 꿈에서 나는 동료들과 함께 커다란 신전을 방문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의 아데프트 가이드가 나를 찾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나에게는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 “소라 짱, 내가 주는 선물이에요.” “우와”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꿈에서 받은 선물은 내 팔뚝만 한 크기의 상어 모습을 한 서핑 보드였다. 아데프트 가이드가 서핑 보드를 바닥에 놓아보라는 듯 나에게 손짓했다. 바닥에 탁 내려놓자, 순식간에 길고 커다란 서핑 보드로 변했다. 다시 내가 손에 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작은 크기로 줄어들었다. 그는 나에게 아빠 미소를 보내며, 엄지척을 해 보였다. 꿈속의 바다에서 나는 항상 난파된 배 조각을 서핑 보드 삼아 파도를 타곤 했었다. 그래서 온전히 내 것이라 부를 수 있는 서핑 보드는 없었다. 그런데 이제 온전히 나만의 서핑보드가 생긴 것이었다. 이 보드를 타고 나는 어디로 가게 될까. 어떤 파도를 만나고, 또 어떤 바다를 건너게 될까.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05 혼의 로열함
“혼의 로열함이 바로 이런 거군요.” 힐링 세션 후, 감동의 말을 전하는 인디고 엄마. 아이의 엄마와 이야기하고 있으니, 어여쁜 꼬마가 내게 와서 꼭 안긴다. 힐링 세션을 할 때마다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람들은 고요해지고, 이완된다. 어떤 이는 희망에 차기도 하고, 혹은 긴장했던 이는 깊은 잠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공통적인 것은 얼굴이 맑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 힐링 성형인가?’ 혼자 그런 생각을 하며 웃어본다. 아니면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육체의 삶에 깊이 잠겨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우리의 로열함을 잊고 지내게 된다. 그러다 혼의 로열함이 다시 깨어나는 순간, 자신 안에 간직해 온 고유성과 독특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힐링 후, 그 사람들의 얼굴이 이전보다 조금 더 맑고 조금 더 밝아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06 둥이는 알고 있다
출장 힐링을 갔다가 소심한 고양이 둥이를 만났다. 둥이의 엄마가 힐링을 받기 시작하자, 코빼기도 안 보이던 둥이가 털을 세우며 냐옹 거린다. 힐링을 하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얌전히 엄마 등 뒤에 앉았다. 힐링 중에 엄마의 얽힌 실타래가 탁! 끊어지며,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들자 둥이는 하품을 하고, 방석에 누워 코까지 골며 낮잠을 청한다. 소심한 고양이 둥이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걸 보고, 듣고, 알고 있다.
5월은 나에게 사람과 자연이 함께 말을 걸어온 계절이었다. 따뜻한 햇살은 나를 비추고, 숲은 쉼을 알려주었으며, 사람과 동물은 말없이 사랑을 전했다. 몸은 육체의 계절을 천천히 따라가고 있었지만, 마음은 어느 때보다 가볍게 세상을 향해 걸어갔다. 영글어진 포도알처럼, 나도 조금씩 익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