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광장이 내 인생에 준 선물

byJongJong

넓고 깨끗한 광장은 언제나 환영이야!


바르셀로나에서 맞는 첫 아침이었다. 나는 핸드폰 어플을 켜 오늘의 목적지를 쭉 살펴봤다.

가장 처음 만나는 곳은 '카탈루냐 광장(Plaça de Catalunya)'이었다.

사실 한국에는 광장 혹은 공원 문화가 많이 발달해있지 않다고 느낀다.

최근에야 환경과 자연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작게나마 공원을 조성한다지만 공원을 조성할 땅이 있으면 차라리 상가와 건물을 올리기 바쁘다.


꼭 그 이유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이렇게 큰 광장을 흔하게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유럽에 도착하면 광장 문화를 즐겨보고 싶었다.

카탈루냐 광장은 우리 숙소에서 멀지 않았다. 걸어서 1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조금 걸으니 이내 넓은 부지가 보였고, 곧 광장과 그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카탈루냐 광장에 도착하자 광장을 둘러싼 거대한 건물들과 넓게 펼쳐진 공간, 그리고 붉은 꽃들이 눈에 들어왔다. 넓게 탁 트인 광장에서 사진을 찍고, 여행의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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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사진찍을래?


친구와 카탈루냐 광장을 걷고 있는데, 흰 옷을 입은 채 삐에로처럼 얼굴에 분장한 사람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Photo?”

같이 사진을 찍자는 것 같았다. 나는 별생각 없이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관광지에서 재미있는 분장을 한 사람을 만났고, 그쪽에서 먼저 사진을 찍자고 했으니 그냥 여행 중에 생기는 작은 이벤트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친구가 바로 말했다.

“No thanks, sorry.”

그리곤 무섭게 빠른 속도로 그냥 지나가버렸다.

나는 단지 친구가 낮선 사람과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지 알았다..

“왜? 저 사람이 찍자고 하는데 왜 안 찍어?”

친구가 말했다.

“저 사람이랑 사진 찍으면 돈 내야 돼.”

정말 그런가 싶었다.

삐에로는 먹이를 노리는 맹수와 같이 주변을 돌아다니며 계속하여 "Photo?"라고 외쳤고,

마침내 그 삐에로는 우리 뒤에 있던 중국어를 사용하는 관광객 가족에게까지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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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도 똑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다.

궁금해진 우리는 근처 벤치에 앉아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가족들과도 함께 사진을 찍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어주는 친절한 사람처럼 보였다. 사진 촬영이 끝나고 가족이 떠나려고 했다.


그때였다.

“Money! 1Euro.”

가족은 돈을 내지 않으려고 했다.

“No, no.”

그러자 삐에로의 태도가 달라졌다.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지는 못하겠으나 돈을 안주는 것에 대해 화가 난 채 얘기를 하다보니 목소리가 커졌다.

가족 들 중 아이들은 무서워서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삐에로는 무시하고 가려는 가족의 앞을 막아선 채 1유로를 내라고 요구하면서 쉽게 보내주지 않았다. 결국 그는 어떻게든 돈을 받아냈다.


나는 그 모습을 벤치에 앉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있었다.

‘와… 진짜 저렇게 하는구나.’

그런데 잠시 뒤 그 삐에로가 웃으면서 다시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나를 보며 다시 물었다.

“Photo?”

이번에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Never!”

친구와 나는 벤치에 앉아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각박한 유럽 여행의 현실..


친구는 이전에도 유럽 여행의 경험을 토대로 내가 조심해야 할 것들을 하나씩 알려주기 시작했다.


"첫째, 휴대폰이나 지갑을 테이블 위에 놔둔 채 자리를 비우지 말 것!"

한국에서는 소지품으로 본인의 자리를 맡아두는 문화가 있지만, 유럽에서는 그 순간 소매치기에게 도둑맞는다고 했다.

"둘째, 귀중품을 들고 다닌다면 가방을 잠가둘 것."

가방이 열려 있으면 바카라자나 본인의 소지품으로 가방 위를 가리고 그 밑으로 손을 넣어 소지품을 가져가기도 하고, 더 심한 경우는 칼로 가방을 찢어 내용물을 가져간다고 했다.

"셋째, 우리가 어떤 이유로든 누군가 비웃거나 시비를 걸어도 그냥 무시하고 지나갈 것."

칭챙총, 캣콜링, 인종차별적 발언 등 아무리 우리가 먼저 놀림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대응하면 더 큰 싸움으로 번질 수 있고,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했다.

"넷째, 식당에서 나오는 빵이 항상 무료라고 생각하지 말 것."

외국은 무료 반찬이라는 개념이 없어 먹으면 돈을 받는 곳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방금 우리가 본 것처럼, 길에서 누군가 호의를 베푼다고 해서 무조건 공짜라고 생각하지도 말라고 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묘한 거부감이 들었다.

'유럽은 선진국이라며, 근데 선진국이 이렇게 치안이 안좋아도 돼?'

이렇게까지 치안을 걱정하며 다녀야 하는 곳이 과연 내가 동경하던 유럽이 맞나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한 편으론 너무 실망스러웠다. 유럽은 예전부터 진심으로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고, 역사와 문화가 깊은 선진국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토록 기대했던 유럽에 도착했는데, 정작 친구에게 듣고 있는 이야기는 유명한 관광지나 맛있는 음식이야기가 아니라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말뿐이었다..

아직 여행을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이야기부터 듣고 있으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론 조금 무서워지기 시작했고, 그 중 특히 소매치기가 신경 쓰였다.

그때부터 나는 여행하는 동안 가방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물건이 들어 있는 가방을 쉽게 내려놓지 않았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더 신경 썼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여행한 약 2주 동안 그렇게 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그게 여행 습관이 됐다.




카탈루냐 광장이 내 인생에 준 선물


이후 스페인·포르투갈 여행이 끝나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내가 거의 바로 구매한 물건이 하나 있었다.

방검 가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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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치기 중에는 가방을 칼로 찢어 안에 있는 물건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쉽게 잘리지 않는 소재로 만든 가방을 샀다.

더 재미있는 건 스페인·포르투갈 여행 그때 생긴 습관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 여행 이후 여러 나라를 여행했다.


일본과 대만같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에서도 나는 중요한 물건이 들어 있는 가방을 쉽게 손에서 놓지 못한다.

(심지어 신혼여행에서도..)


물론 지금은 처음 유럽에 갔을 때처럼 모든 사람을 경계하지는 않는다.

여행을 더 하면서 어느 나라든 좋은 경험도 있고 불편한 경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도 가방을 들고 사람이 많은 거리를 걸을 때면 가끔 그 첫 유럽 여행의 아침이 떠오른다.


카탈루냐 광장의 벤치.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다가왔던 삐에로.

그리고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모르고 그와 사진을 찍으려 했던 나.

그날 이후 나는 여행지에서 가방을 손에서 잘 놓지 않게 됐다.


어쩌면 유럽 여행에서 가져온 가장 오래된 기념품은 내가 사온 초콜릿 혹은 올리브오일이 아니라,

해외에서 가방을 외부에 두고 다니지 않는 하나의 습관이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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