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아무것도 모르는 것을
아무 말도 못 하는 세상에서
전시하고 있다.
아트북의 아 자도 몰랐던 내가.
프랑스 어를 못하는 내가.
여기서 아트북이란,
작품 포트폴리오 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바카라 자체가 작품이 되는 모든 아트북을 포괄하는 개념을 의미한다.
처음 시작은 첫 해 아트북 수업의 마지막 날이었다.
미술관 관계자들, 아틀리에의 모든 사람들, 외부 손님들이 우리의 작품을 구경하러 왔다.
그곳에서 프랑스어를 못하는 유일한 동양 외국인.
마음속의 짐들을 덜어내며 만든 첫 해의 작품은 시와 그림이었다.
글을 읽어야 하는 특성상 손님들이 오래 머물러야 했고,
부연 설명이 필요했던 내 작품 앞에 사람들이 정체되어 몰려들었다.
그때 1년간 같이 수업을 들으며 내 작품을 지켜봐 온 안느가 도슨트를 자처했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한 국제 기자 출신인 그녀가 설명해 주었다. 프랑스어를 모르는 내가 한국어로 쓴 시를 불어로 번역해 만든 작품이라고. 프랑스 사람들의 질문을 영어로 다시 물어봐주면서.
프랑스어를 못하지만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다.
그림도, 아트북도, 시도.
말이 안 통해도 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