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나를 만났다

다른 사람 작품 앞에서 나는 나를 발견했다

by사부작

처음에는 아이의 이야기와 그림을 아트북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그린 그림을 그대로 옮기고, 조금 더 완성도 있게 표현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의 그림을 더 잘 살릴 수 있을까. 어떤 재료를 써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할까. 수업 내내 그런 고민만 했다.


그런데 막상 그림을 옮기기 시작하니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아이의 그림을 여러 번 따라 그리고, 지우고, 다시 그렸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같은 느낌이 나지 않았다. 분명 내 손으로 그리고 있는데도 아이의 그림이 가진 생동감과 온기는 자꾸만 사라졌다.


그제야 알았다.


나는 아이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이야기를 흉내 내고 있었다는 것을...


그림을 다시 그릴수록 목 안이 마른 지푸라기로 가득 찬 것처럼 답답했다. 수업 시간이 기다려지기는커녕 선생님이 내 자리로 다가오시면 괜스레 긴장부터 됐다.


'대체 뭘 만들어야 하지.'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교실을 둘러보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그러다 오히려 다른 분들의 작업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각자의 속도로 종이를 접고, 그리고, 오리고, 찍어내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수업이 되었다.


그때 한 작가님의 작품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아기자기한 꽃무늬 셔츠에 하얀 피부에 헝클어진 머리, 산뜻한 색의 뿔테안경을 쓴 그 작가님은 꼭 프랑스 일러스트 속에서 걸어 나온 유쾌한 프랑스 사람 같았다.


그의 아트북에는 맑은 수채화와 감성적인 시가 함께 담겨 있었다. 그림과 글은 하나의 분위기가 되어 조용히 흘러나왔다.


글도 그림도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 작품 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다.


이 사람 자체가 아름다운 사람이구나.


그 아름다움이 흘러넘쳐 작품이 된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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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를 못하는 한국 엄마. 파리에서 전시합니다. 아이와 함께 만들었던 그림바카라을 시작으로 파리에서 아트북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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