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보리차가 익어가는 가을.

엄마가 준 보리차 맛있다.

by몽접

엄마는 시골에 내려가셔서 더 가내수공업을 하신다. 처음에는 손목이 시큰거려 한약방을 다니셨는데 그것도 신통치 않으셨는지 다시 양약을 다니시고 지금은 크로스로 병원을 다니신다. 내가 보기에는 그냥 편하게 살면 되는데 본인 스스로가 힘들게 사시는 것 같다. 뭘 하나를 해도 스스로 하지 않으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본인의 소신은 언제부터였을까?


팔공산 갓바위에 빌어서 낳은 엄마는 유일한 외할머니의 딸, 그래서 설거지는커녕 밥도 못하고 그냥 결혼을 하셔서 밥은 아빠가 하시고 반찬은 외할머니가 몰래몰래 하시다가 결국은 1년 동안 시골에 가셔서 할머니에게 반찬이며 뭐 이것저것 시집살이를 하시고 뛰어난 솜씨를 물려받으셔서 추석이나 설이 되면 명절 전을 도맡아서 돈을 버는 구조로 잠깐 벌이를 하셨지만 지금은 그때의 노고가 자신의 밑천이라고 하신다.

물론 엄마는 처음부터 시댁살이가 쉽지는 않으셨을 거다. 할머니는 굉장히 깐깐하고 쿨하신 분이시다. 그래서 주변에서도 할머니의 평은 쿨하다 못해 차다라는 평을 듣는데 며느리들에게는 하실 말씀 하시고 잘해주실 때는 확실하시다. 예를 들면 며느리 생일에는 어김없이 인사를 하시고 설날이 되면 며느리들에게 용돈을 주시고 칭찬은 확실하시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그런 할머니에게 며느리복이 많다고 하신다.


큰어머니는 요리 솜씨가 너무 좋으셔서 할머니는 늘 웃으셨다고 한다. 둘째인 우리 엄마는 큰어머니께 전수를 받으셨고 그러다 세 번째 며느리는 또 시집살이 이런 루틴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막내며느리까지 관례적으로 겪으면서 우리 집은 그냥 가내 수공업을 어렵지 않게 하는 집이 되었다.


보리차, 엄마는 가을이 되면 좋은 보리를 얻어서 볶으신다. 처음에는 저것도 일인데 싶어서 많이 말렸지만 한 잔을 얻기 위해서는 가마솥에 불을 넣어서 은근하 불을 만들어야 한다. 나무도 좋아야 해서 겉만 마른나무는 좋지 않아서 버리고 버려서 직접 산에 가서 나무를 챙겨서 오셔서 나무를 태워서 숯으로 하시고 거기서 다시 가마솥에서 올려서 온도를 올리고 볶으신다. 그리고 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다시 보리를 밖으로 내어 놓으시고 시간을 주고 온도를 내리시고 다시 보리를 볶으신다. 이렇게 적어도 하루 3번 이상을 하신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냥 빠르게 볶아서 그냥 한 번에 후루룩하면 될 것을 저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말을 헀더니 엄마는 그렇게 하면 써서 먹지 못하고 향을 따라갈 수 없다고 하셨다.


이렇게 하룻밤이 지나면 다시 보리를 볶고 한 번 볶은 보리는 약한 불에서 다시 볶아서 밖에서 식힌다. 그리고 마지막 라운드는 뜨거운 물에서 우려내 맛을 본 다음 다시 볶을지 아니면 이대로 우려낼지를 결정하는데 모든 보리를 다 볶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중에서 선별하여 다시 볶는다.

그러면 하루를 다 보내고 다음날 3일이 되면 아침에 엄마는 도자기 그릇을 꺼내셔서 보리차 한 잔을 주신다.


보리차 한 잔을 마시는데 2박 3일이 걸린다.

그럼 엄마는 델몬트 병에 담아서 보관을 하시고 그것도 온도가 맞아야 해서 매우 예민하게 다루시고 어떤 커피보다 맛이 좋다고 하셔서 아빠도 엄청 드신다.

눈을 감고 마시는 보리차는 향이 좋아서 밥이랑 먹어도 좋고 녹차를 우린 물에 밥을 먹듯이 보리차에 밥을 넣고 김치를 얹어 먹어도 맛이 좋다. 그만큼 달지도 쓰지도 않은 보리차 한 잔에 많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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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이렇게 마시고 즐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코끝이 찡하다.

엄마는 당연하다고 하셨지만 세상에 당연함은 없다고 말씀하신 게 당신이시다.

그래서 그런가, 올해는 유난스럽게 더 보리차가 좋다.

집으로 배달된 보리차를 마시며 가을을 보내고 있다.

아직은 약간은 더운 날씨에 보리차에 얼음을 살짝 넣어 마시고 있지만 2박 3일이라는 시간을 견뎌낸 보리란

가히 아깝지 않은 시간으로 나도 함께 가을로 여물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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