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나를 키운 건 8할이 엄마의 믿음.

by몽접

나는 일기를 쓸 때는 연필로 쓰는 버릇이 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버릇이다. 사람들은 아직도 일기를 써?라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나는 그렇다. 엄마는 일찍이 공부는 못해도 좋으니 일기를 매일 쓰고 바카라을 많이 읽으라고 하셔서 그냥 흘려 들었다. 그게 나에게는 해방감이라 단 한 번도 엄마는 "공부해라"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고 "그만 공부하고 자라"라는 말씀을 하셔서 왜 남들과 다를까 하는 생각을 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한 번은 이웃집 아주머니가 우리 집에 오셨는데 "아니 몽접이 엄마는 좋겠어. 몽접이 착하지 공부 잘하지?"

라고 했더니 우리 엄마는 "공부는 그렇고 효녀라서 좋아. 내가 어디 아프면 본인이 밤을 새워서라도 안마를 해주거든"이라는 아주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 이웃집 아주머니가 당신 딸에게 그대로 이야기해서 전교에 이 소문이 돌아서 몰색 없는 효녀가 되었고 그것 때문인지 담임 선생님께서 나에게 효녀상을 주셨다.

그래서 그럴까, 효녀상을 받고서 뭔가 내가 더 잘해야 할 것 같고 남들의 시선에 신경을 쓰여서 사는 게 불편했는데 엄마가 하루는 나를 불러서 "그 상 그렇게 신경 쓰지 마. 엄마는 다 알고 있으니까"

너무 쿨하게 말씀하셔서 내심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싶어서 그날은 학교 가는 게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리고 학교 도착을 하고 바카라을 꺼내는데 엄마 편지가 있었다.


순간 눈물이 나서 머리를 숙이고 자는 척을 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엄마에게 정말 많은 편지를 받고 살았다.

엄마가 자식을 교육하고 훈육하는 방식이었다. 때리고 뭐라고 하시기보다는 쪽지와 편지를 남기셔서 훈육을 하셨고 네가 잘못했다고 하시기보다는 이게 좋겠다고 말씀을 하시고 선택지를 주셨고 믿어주셨다.

그래 그 믿음, 엄마는 나에게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엄마는 믿어"라는 말씀을 정말 많이 해주셔서 나는 그 믿음으로 여태까지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대학 때 친구들은 서울에 올라와서 촌년이 성공했다고 오랜만에 만나서 밥을 먹자고 하는데 그간 힘든 걸 푼다고 이래저래 술도 마시고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데 다들 한풀이였다. 그렇지만 실지도 좋지도 않은 이야기를 들어가며 시간을 보내는데 미옥이는 "야 내가 왜 공부 열심히 한 줄 알아?"

나는 "왜?"

미옥이는 "우리 엄마, 우리 엄마가 고등학교 때 공장을 다니셨거든 그래서 그런가, 공부에 대한 애착 욕망을 나에게 엄청, 그래서 나 과외 학원을 미친 듯이 했잖아. 숨이 막혔어. 그래서 나 죽겠다고 했는데 너 안 죽어. 그러시는 거지, 그때 나는 생각했어. 내가 이 집을 나가려면 대학을 가야 한다. 8월에 우리 아빠가 서울에 있는 대학 아니면 등록금 없다, 네가 벌어서 가라. 하니까 또 정신이 번뜩 들고 여하튼 나는 거의 지옥이었어."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데 미옥이는 내게 물었다."나는 글쎄.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서 시작을 했고, 우리 집은 여자로 살려면 남자보다 더 많이 배워야 한다고 해서 아빠가 공부해라 하셨고 그다음은 그냥 엄마 믿음?. 엄마 가 나를 많이 믿어주셨어"

그때 옆에 있는 상은이는 "하긴 애네 엄마 대단하시잖아. 한 번도 잔소리 없고 나는 부럽더라"

갑자기 우리 집으로 이야기 넘어가면서 나직이 "왜 지우개로 글씨를 지울 수 있잖아. 그런데 안 지워지는 글씨가 있다?"

다들 "야 장난하지 마"

나는 "편지, 우리 엄마 편지는 안 지워지더라. 물론 지우개로는 지워지는데 그게 마음에 남아서 가슴 저 밑에 그 심해라고 하지. 심해까지 가는 그 단어들이 깊이깊이 화석이 되어서 지워지지 않은 거야. 그래서 힘들 때마다 그 화석을 건드리면 꿈틀 해서 그렇게 있는 거지. "

친구들은 "부럽다. 난 편지 없어. 내가 썼지.ㅋㅋ"

상은이는 "그리고 편지를 고등학교 때까지 써주는 부모가 어딨냐?"

생각해 보니 그렇다.

하지만 워낙 받아보는 생활을 해서 그런가 그런 의문을 들면서 살아 보지는 않았다.

그래, 그랬던 것 같다.

지워질 수 없는 편지를 받으며 살아서 그런가 난 부자다. 연필로는 지워지지 않은 그 수많은 편지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

이전 06화6. 다음 생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