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케이크에 진심인 아들

오늘 파티다!

by어린왕자


일주일 전부터 자기 생일이라고 언질을 준다. 친정엄마 기제가 끝나고 바로 며칠 뒤다. 아들 생일을 잊는 엄마가 있을까마는 그래도 몇 번 언질 하는 걸 보며 혹여나 그 나이에도 받고 싶은 것이 있을 듯했다. 소고기를 사 주었으면 좋겠고 용돈도 주었으면 좋겠고 거기다 생일 케이크도 주었으면 좋겠다 한다. 여태껏 갖고 싶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던 터라 확실한 아들의 의도가 궁금했다. 그런데 의도는 없단다, 그저 풍족하게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란다. 기꺼이 알겠다 하고는 가족들이 하나씩 분배를 해야 하나 의견을 모았다.


소고기를 먹고 싶어 일요일 점심에 외식을 했다. 멀리 있어 오지 못한 가족을 빼고 월요일이 생일인 당사자 녀석과 엄마인 나만 둘이서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제법 용돈도 받았고 축하 인사도 미리 받았는데 엄마한테 소고기가 얻어먹고 싶었나 보다. 까짓것 못해줄 게 뭐 있나 싶다. 생일 미역국 끓일 소고기도 사고 생선도 사야 하니 시장도 볼 겸 쇼핑도 할 겸 신세계로 갔다.


일요일 이른 시간인데도 주차장이 거의 만차다. 돌고 돌아 주차를 하고는 점심부터 먹자 해서 달려갔더니 웬걸,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게 길다. 야외 나들이 대신 쇼핑을 왔나 보다 우리처럼. 줄이 길어도 기다리는 게 맞다. 다 큰 녀석의 주린 배를 해결해 주기 위해 저는 기다리고 나는 쇼핑을 시작했다. 줄도 잊은 채 얼마나 지났을까 자리를 잡았다며 와서 계산하라는 문자가 떴다.


작정하고 엄마의 지갑을 열게 하려나 보다 싶어서 내심 씁쓸했지만 얼마나 선물이 받고 싶었으면 저럴까 한편 미안했다. 엄마 생일에는 케이크도 사 주고 용돈도 주고 또 어떤 때는 선물도 사 주었는데 정작 자신의 생일을 그다지 챙겨주지 않은 가족들에게 섭섭한 것들이 쌓였지 싶다.


짧은 시간에 시장을 봤지만 정작 사야 할 케이크와 소고기는 잊어버렸다. 알았는지 몰랐는지 늦은 저녁까지 가만히 있는 엄마를 보더니 안타까웠는지 제가 케이크를 사 오겠다며 카드를 달라고 한다. 아니, 저토록 케이크를 사야 하나 얄밉기도 했지만 군말 없이 카드를 건네면서 또 쓸데없는 한마디를 하고야 말았다. 비싼 거 안 산다고!, 하면서 현관문을 닫고 나가는 녀석의 뒤로 무엇인지 모를 미련이 꽉 밀려왔다.


생일날 아침, 일찍 출근하는 녀석에게 생일 축하한다 한 마디 던져주고는 헬스 마치고 오는 길에 소고기 듬뿍 사고 생선 두 마리 사 와서 서둘러 생일 상을 차렸다.


아들들이 장성한 후로 엄마인 나는 아들들에게 받으려고만 했다. 혹 생일을 잊어버리면 망할 놈, 하면서 미리 언질을 줘 두었고 당일날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면 엎드려서라도 꼭 받아냈다. 돌아보면 그들에겐 내가 받은 것만큼의 절반도 못 미치게 어쩌면 소홀했던 것도 있다. 마음만은 늘 빵빵했다.


아들아, 생일 축하한다.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늘 건강하고 지혜롭게 자라줘. 오늘 저녁 케이크에 초 꽂고 파티하자!


ㅡ20260706 ㅡ사랑하는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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