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몸은 하나여서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하니.

by온가

첫째가 6개월 정도 되었을 때 복직을 했다.

남편은 나와 교대로 육아휴직을 하고 본격적으로 아빠의 삶을 시작했다.

능숙하지 않아도 남편은 제 몫을 잘 해냈다.


하지만 내 일터는 각자의 가정이라는 사정을 쉬이 용납해주지 않는 쪽에 가까웠던 것 같다.

나는 가정과 일 중에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수 있는지 결정하지 못하고 많이 헤맸다.

동료들은 대부분 자녀가 있었고 너만 아이 키우는 것 아니니-라는 말은 때마다 다르게 들렸다.

이해 같기도 때로는 핀잔 같기도 했다.


일 잘하는 사람인 척, 집에서도 온라인 게임에서도 내 몫 이상을 해내고 싶은 마음에 쓸데없는 욕심을 부렸다.

아등바등했다. 흔히들 어디에서든 궂은일은 막내가 알아서 해야지- 하는데 그 막내가 나였다.

정신없는 와중에 혹시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연락을 못 받을까 봐 겁이 나서 스마트워치도 샀다.

집에서는 흔히 말하는 기획육아를 도맡아야 했고 온라인 게임에서는 지시하기 전에 알아서 미리 움직여야 했다.


나는 정말로 나를 쪼개서 썼지만, 어느 곳에서도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어느 곳에서도 잘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예민했던 시기를 찾자면 바로 그때일 것이다.

나를 위한 시간을 내기에 24시간은 너무 짧았다.


말 그대로 참 애를 썼다. 울며 겨자 먹기였지만, 노력하는 삶에서 가치와 보상을 찾아보려고 했던 것 같다.

때때로 이 고군분투가 그저 내가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라고 여겨질 때마다 불쑥불쑥 반항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엇 하나 바꿀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온라인 게임을 그만두지도 못하고

아이가 느닷없이 커버릴 일도 없고 도무지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때는 노력을 하면 할수록 내 일을 미워하게 되었다. 어디서도 보람을 느끼지를 못했다.


나는 결국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 복직을 얼마 안 남겨둔 나는 그때보다 왠지 요령을 피울 수 있을 것도 같다.

이유식이야 사 먹일 수 있고, 밑반찬도 정기 배송시켜 보면 되고, 청소는 남편에게 맡기고

정 안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는 것을 안다.

온라인 게임에서도 모두를 만족시키겠다고 과하게 불필요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안다.

이제는 아이가 둘이지만 예전 그때보다는 나를 쪼개지 않고도 살 수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일을 좋아하게 될 것 같지는 않은 불행한 기분이 든다.


지난 7년 간의 나의 온라인 게임에서 나는 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실감을 했다.

잘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같다는 것은 흔하게 가질 수 없는 축복인 것이 맞다.

하고 싶던 일을 계속해서 한다면 잘할 수 있게 될 확률이 매우 높아지겠지만,

반대로 그저 해야 할 일이 이서 계속 한다한들 그것을 온 마음으로 좋아하게 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드라마에 흔히 나오는 대사로 일이 좋아서 하냐, 일이니까 하지. 하는 말에 공감하는 나 자신을 부정하고 싶다.


나는 자꾸 커지는 반면에 무언가를 들뜨게 좋아하는 마음은 자꾸자꾸 작아진다.

그래서 사람은 너무 커버리기 전에 부지런히 세상에 기웃거려 그 마음들을 일찍부터 찾아내야 하는 것 같다.

내게 그럴 기회가 많았다면 다소 괴롭게 느껴지던 삶의 기간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분명 다른 일을 찾을 수 있었을 텐데-싶었다.


때에 맞는 목표들을 이루고자 노력하며 살아오긴 했다. 하지만 그 목표들의 뒤편까지 생각해 보기에

나는 경험 부족이었다. 이 목표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이루고 나면 내가 도달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그곳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게 되는지. 되돌아갈 수 없게 되기 전에 한번쯤은 멈춰서 봐야 했던 것 같다.

어찌 됐든 나는 가장 좋아하는 일을 일찍이 찾아내지 못했고 결국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산다.


하지만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엔 비슷하게나마 그 일에 도달해 보자는 마음을 품고 살고 있다.

그래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하는 자부심으로 때때로 밀려올 어려움들을 헤쳐나가는 삶을

그리며 품고 산다. 그러니 인생이, 짧은 것인지 긴 것인지 모르겠다.

인생이 짧다와 인생은 길다는 사실 같은 의미인 것도 같다.

어찌됐든 내가 만드는 크고 작은 선택들에 용기를 주는 격려의 말이 되어 온다.


또 부질없는 욕심을 부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복직 후에 어떤 일이 기다릴지도 모르면서,

아이 둘을 키우는 삶은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달라질 수 있다고 설레발을 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라도 계속 내 인생을 채울 더 나은 의미들을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