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보내는 편지

볼 수 없는 그림을 왜 그렸을까

by모모어린

페루 남부의 사막. 1년 내내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땅이다. 1920년대, 이 사막 위를 날던 비행기의 조종사들은 이상한 것을 보게 된다. 땅 위에 거대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길이 90미터가 넘는 벌새, 꼬리를 말아 올린 원숭이, 거미, 콘도르. 수십 킬로미터를 곧게 뻗은 선들과 거대한 삼각형들. 땅 위를 걷는 사람에게는 그저 희미한 길처럼 보이던 것들이었다.


이것을 그린 사람들은 2천 년 전 이곳에 살았던 나스카 사람들이다. 방법은 단순했다. 사막의 표면은 붉은 녹이 슨 검은 돌로 덮여 있다. 그 돌을 걷어 내면 밑에서 밝은 흙이 드러난다. 그들은 돌을 치우고 쌓으며 땅에 선을 그었다.


비도 바람도 거의 없는 이 사막에서 그 선들은 2천 년 동안 지워지지 않았다. 이곳에는 몇 년 동안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일도 흔하다. 바람도 땅 위에서는 힘을 잃는다. 낮 동안 햇볕에 달궈진 검은 돌들이 열기를 뿜어 땅 위에 따뜻한 공기층을 만들고, 그 공기층이 바람을 막아 준다는 설명도 있다. 다른 땅이었다면 몇 해 만에 비에 쓸려 가고 풀에 덮였을 선들이, 이 메마른 땅에서는 그날 그어진 모습 그대로 남았다.


수수께끼는 여기서 시작된다. 그들은 하늘을 날 수 없었다. 자기들이 그리는 그림 전체를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토록 정확한 형태를 그릴 수 있었을까.


어떤 이들은 외계인이 그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982년 미국의 한 연구자는 나무 말뚝과 줄만으로 몇 사람이 며칠 만에 거대한 콘도르를 재현해 냈다. 작은 밑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줄로 재어 크게 늘린 것이다. 비밀은 기술이 아니라 협력이었다. 한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그림을, 여러 사람의 손이 함께 그렸다.


그렇다면 왜 그렸을까. 볼 수도 없는 그림을.


많은 학자들은 그 답을 물에서 찾는다. 나스카 사람들에게 물은 곧 생명이었다. 그들의 토기와 직물에는 비를 부르는 신들이 가득하다. 일부 선들은 산에서 물이 흘러내려 오는 방향을 가리킨다. 땅 위의 그림들은 사람에게 보여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하늘 위의 누군가에게, 물을 내려 달라고 보낸 거대한 편지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스카 사람들은 기도만 하지 않았다. 그들은 땅을 팠다. 산에서 스며든 지하수가 흐르는 길을 찾아내, 그 길을 따라 돌로 쌓은 지하 수로를 만들었다. 수로 곳곳에는 소용돌이 모양으로 파 내려간 구멍들이 있다. 바람이 이 구멍으로 불어 들어가 물을 밀어낸다는 연구도 있다. 땅속의 물길과 사막의 바람을 읽어 낸 것이다.


그들이 하늘에 보낸 편지에 답장이 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땅속에서 찾아낸 물길은 1,500년이 지난 지금도 흐르고 있다.


그리고 그 편지는 2천 년째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그 자리에 있다. 이 사실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만약 하늘 위에 신이 있다면, 그는 이 편지가 무척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지우지 않고 2천 년째 펼쳐 놓고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만약 외계인이 그린 것이라면, 그들은 꽤 장난기 많은 존재들이다. 우주를 건너와서 남긴 것이 고작 벌새와 원숭이, 그리고 거미 그림이니까.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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