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려주지 못한 지혜

어미를 모르는 문어

by모모어린


문어의 뉴런, 즉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세포는 약 5억 개다. 개의 뉴런 수와 비슷하다. 그런데 그중 3분의 2는 머리가 아니라 여덟 개의 다리에 들어 있다. 다리마다 작은 뇌가 하나씩 있는 셈이다. 각 다리는 중앙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는다. 스스로 맛을 보고, 만지고, 판단한다. 잘려 나간 문어 다리는 한동안 혼자서 먹이를 붙잡아 입이 있던 쪽으로 가져가려 한다.


인간은 생각이 한곳에서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머리가 결정하고 몸은 따른다. 문어는 다른 가능성을 보여 준다. 지성은 하나의 중심에 모여 있지 않아도 된다. 흩어진 채로도 하나의 존재를 이룰 수 있다.


문어는 세 개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 두 개는 아가미로 피를 보내고, 하나는 온몸으로 피를 보낸다. 피는 푸른색이다. 산소를 나르는 물질에 철 대신 구리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문어의 눈은 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문어는 바위, 산호, 모래의 색과 무늬를 순식간에 흉내 낸다. 과학자들은 문어의 피부에서 빛을 감지하는 단백질을 발견했다. 문어는 눈이 아니라 피부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어는 탈출의 명수다. 2016년, 뉴질랜드 국립 수족관에 살던 문어 잉키는 밤사이 수조 뚜껑의 작은 틈으로 빠져나온다. 바닥을 기어가 배수구를 찾아낸 그는 50미터 길이의 배관을 지나 바다로 사라진다. 아침에 출근한 직원들이 발견한 것은 바닥에 남은 젖은 자국뿐이었다. 독일의 한 수족관에서는 문어 오토가 밤마다 수조 위 조명에 물을 뿜어 전기를 끊어 버렸다. 직원들이 밤을 새워 지켜보고서야 범인을 찾아냈다.


이토록 영리한 동물이 왜 바다를 지배하지 못했을까.


문어는 대부분 1~2년밖에 살지 못한다. 암컷 문어는 알을 낳으면 그 곁을 떠나지 않는다. 몇 주, 길게는 몇 달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알에 신선한 물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새끼들이 깨어날 무렵 숨을 거둔다. 1977년 미국의 생물학자 제롬 워딘스키는 어미 문어의 눈 뒤에 있는 작은 분비샘을 제거해 보았다. 그러자 어미는 다시 먹이를 먹기 시작했고, 몇 달을 더 살았다. 문어의 죽음은 사고가 아니다. 몸 안에 미리 새겨진 예정이다.


그래서 문어 새끼는 부모를 만나지 못한다. 사냥하는 법도, 숨는 법도, 수조를 탈출하는 법도 아무에게서 배우지 못한다. 모든 문어는 세상을 처음부터 혼자 다시 배운다. 그리고 배운 것을 누구에게도 물려주지 못한 채 죽는다.


인간이 지구를 차지한 것은 뇌가 뛰어나서만이 아니다. 문어에게 없는 것이 인간에게는 있었다. 옛날이야기를 들려줄 할머니다.


월요일 연재
이전 04화메스를 든 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