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의 작은묘지
신경외과 의사가 되는 길은 길다. 미국에서는 의대를 마친 뒤에도 7년의 수련을 더 거쳐야 한다. 의사가 되는 과정 가운데 가장 긴 시간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뇌에서는 1밀리미터가 한 사람의 언어를, 기억을, 혹은 인생 전체를 가른다.
그런데 뇌에는 한 가지 기묘한 특징이 있다. 몸의 모든 고통을 느끼는 이 기관은 정작 자기 자신의 고통은 느끼지 못한다. 뇌에는 통증 수용체가 없다.
1930년대, 캐나다 몬트리올의 신경외과의 와일더 펜필드는 이 사실을 이용한다. 그는 뇌전증 환자를 마취에서 깨운 채로 두개골을 열고, 뇌의 표면을 전극으로 하나씩 건드려 본다. 어떤 지점을 건드리자 환자의 손가락이 움찔했다. 다른 지점에서는 환자가 탄 냄새를 맡았다고 말했다. 또 어떤 지점에서는 오래전 어머니가 부르던 노래가 들린다고 했다. 한 인간의 뇌가 다른 인간의 뇌를 손으로 만지며 대화를 나눈 것이다.
이 방법은 오늘날 〈각성 개두술〉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0년 영국 런던의 한 병원에서는 뇌종양 수술을 받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수술대 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의사들은 그녀의 연주가 흔들리지 않는지 들으며 종양을 잘라 냈다. 연주가 멈추는 곳, 그곳이 메스가 멈춰야 할 경계였다.
그렇다면 그 순간, 메스를 든 의사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연구에 따르면 초보 외과의는 수술 중 판단과 걱정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과열된다. 반면 숙련된 외과의의 전전두엽은 오히려 조용하다. 손이 생각보다 먼저 움직인다. 그들은 극도의 긴장 한가운데서 깊은 고요에 들어간다.
영국의 신경외과의 헨리 마시는 회고록 『참 괜찮은 죽음』에서 수술이 성공했을 때의 기분을 거의 승리의 도취에 가깝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같은 바카라에서 그는 자신이 잃은 환자들을 하나하나 기억한다. 프랑스의 외과의 르네 르리슈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외과의는 마음속에 작은 묘지 하나를 품고 산다.
반대의 시선도 있다. 영국의 심리학자 케빈 더턴은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높은 직업군을 조사했다. 공포를 덜 느끼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압박 속에서 냉정을 유지하는 성향이다. 외과의는 그 목록의 상위에 올랐다. 생명을 다루는 손에는 어느 정도의 차가움이 필요하다.
영화 「한니발」에는 영화사에서 가장 섬뜩한 각성 개두술 장면이 나온다. 정신과 의사이자 식인종인 한니발 렉터는 촛불이 켜진 식탁에 한 남자를 앉혀 두고 그의 두개골 윗부분을 조심스럽게 들어낸다. 남자는 깨어 있다. 아프지도 않다. 렉터는 그의 뇌 한 조각을 떼어 내 버터에 굽고, 그것을 남자의 입에 넣어 준다. 남자는 자기 뇌를 씹으며 태연하게 수다를 이어 간다. 렉터의 손은 단 한 번도 떨리지 않는다.
렉터는 완벽한 외과의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정확한 손, 흔들리지 않는 냉정함, 뇌에 대한 깊은 지식. 그에게 없는 것은 단 하나, 마음속의 묘지다. 의사와 괴물을 가르는 것은 메스를 쥔 손의 기술이 아니다. 수술이 끝난 뒤에도 잠들지 못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