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데려가라...딸꾹

by부스러기


내친김에 더 적어보는 아버지 이야기.


아버지는 술과 담배를 좋아하셨다.

회식이 끝나고 파한 뒤에도 못내 아쉬워, 집 근처에 오셔서 꼭 투다리에 들르셨다. 돈이 떨어질 쯤이면 엄마의 잔소리가 무서워서인지, 가게 전화를 빌려 엄마의 미용실이자 곧 집으로 전화하셨다.


"아쁘아가...하...소시지 구이 시켜놨어...와서 먹고 아빠 데려가...딸꾹."


엄마가 손님 머리와 씨름하는 동안, 나는 엄마에게 입모양으로 "아빠"라고 대충 말한 뒤 미용실 문을 나섰다. 추적추적 내리던 장맛비에 바닥은 하루종일 젖어 있고, 까만 도로에 주황색 가로등이 물웅덩이마다 일렁였다.

아이들이 들어갈 곳 같지 않은 투다리 문을 열자, 끈적한 기름이 녹아 있는 바닥에서 내 발바닥이 쩍 하고 떨어진다. 자욱한 연기를 헤치고 나면 아버지가 바에 앉아 계신다.


"여기, 우리 딸...딸꾹...소시지 아까 시킨 거 줘..."

"효녀 왔네. 이쁘다."

"이쁘긴 뭘, 못생겼지, 퐈하하하하."


으레 하는 소리를 귓등으로 듣고, 엄마가 절대 사주지 않는 소시지에 케찹을 길게 뿌린다.

"그거 다 먹고 가자...엄마 손님 많냐."

야무지게 하나를 꿀꺽 다 먹으면 끝이 까맣게 그을린 동그란 나무젓가락만 남는다. 그때는 사각 나무젓가락만 써봐서, 항상 그 동그란 젓가락을 집에 가져가고 싶었다.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아 늘 그냥 테이블 위에 두고 나왔다.


제대로 걷지 못하는 아버지 팔을 어깨에 두르고, 한 손에는 서류가방을 대신 쥐고 부축해 걸었다. 주황색 가로등 웅덩이에 아버지 발이 빠지지 않도록 피해 걷다 보면 나도 휘청거렸다.


지나가던 아주머니 무리들이

"아이고, 딸이 취한 아버지 모시고 가느라 고생하네."

라고 한마디 건넨다.

아버지는 "지금 이 사람들이 나 욕하는 거지?"라고 말해, 혹시나 싸움이 날까 봐 마음이 콩닥콩닥했다.

"아니야, 얼른 제대로 걸어봐"라고 채근했다.


구겨진 구두가 현관 앞에서 나동그라진다. 부축한 팔을 안방에서 빼니, 아버지가 양복 재킷만 벗어던지고 벌러덩 누우신다. 양말을 영차영차 벗겨드리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으응 그래 그래, 착한 내 딸, 흠냐 흠냐..."


아버지가 이러다 돌아가실까 봐 걱정이 된다. 엄마한테 혼나서 홧김에 가출하시고, 그러다 집에 못 찾아오는 상상을 한다. 아버지가 집을 떠나면 나는 아버지를 따라나서기로 한다. 엄마는 나 없이도 잘 사실 것 같다. 미용기술도 있으니까. 아버지는 내가 없으면 안 된다. 넥타이가 목에 조이는 줄도 모르고 주무실 수도 있다.


어린 내가 아버지 옆에 물을 떠 놓는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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