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첫 일주일

by고들정희

7월 30일 첫 항암치료가 있던 날, 남편과 나는 얼려둔 물병 4개를 아이스박스에 넣었다. 항암제를 맞는 동안 손발 저림을 막아주는 용도다. 구토나 알레르기 반응을 예방하기 위한 처방약도 챙겨 먹었다.

암센터로 향하는 차 안에서 그래도 남편이 옆에 있다는 것에 큰 안도감을 느꼈다. 남편은 현재 캔모어에서 일하고 있어서 주말에만 캘거리로 돌아오는데, 이번 주는 목요일에 있을 내 항암치료를 함께 하기 위해 수요일에 일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왔다. 처음에는 나 혼자 할 수 있다고 고집했는데, 이것저것 챙겨 와 무거운 가방도 들어주고, 간호사에게 약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도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 되었다. 주사 맞는 시간도 생각보다 길어서 병원에 있는 시간이 두 시간 반 정도 되었는데 혼자 있었으면 외로웠겠다 싶었다. 남편은 이미 회사에 다 말해 놓았고, 매주 같이 올 수 있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우리는 치료실이 있는 암센터 6층으로 가서 체크인을 했다. 담당 간호사가 나와서 나를 반겨주며 내가 주사 맞을 곳으로 안내해 주었다. 그곳에는 남편과 둘이 있기에 충분히 널찍한 공간에 편안한 레클라이너가 마련되어 있었고, 보호자를 위한 의자도 있었다. 커다란 통창이 있어 바깥풍경이 훤히 보여 답답하지 않은 곳이었다. 담당 간호사는 웃음 띤 얼굴로 친절하게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해 주며, 복도에 준비해 둔 간식, 음료수와 물도 언제든지 챙겨 먹으라고 했다. 나는 혹시나 기다리며 심심할 남편을 위해 집에서 간식을 따로 챙겨 가지고 왔었는데 이 모든 세심한 준비들이 환자들을 위한 따뜻한 배려로 여겨져서 좋았다. 준비하고 있는 동안 자원봉사하시는 시니어분께서 직접 방마다 물컵을 가지고 다니시면서 물이 필요한지 물어보시곤 했다. 남편과 나는 암이라는 사실도 잠깐 잊고 이곳의 깨끗하고 쾌적한 공간에 기분이 들떠서 즐거워했고, 내심 속으로는 환호를 질렀다.



본격적으로 항암치료를 시작하기 위해 간호사가 내 왼팔에 정맥주사를 꽂아주었고, 항암제를 투여하기 전, 과민 반응(알레르기)이나 구토를 예방하기 위해 강력한 항염증 및 면역 조절 작용을 하는 스테로이드 계열의 약물을 먼저 주사했다. 그게 한 30분 정도 걸렸다. 이후 항암제인 파클리탁셀을 주입하기 시작했는데 다른 반응이 없다면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다행히 주사를 맞는 동안 별다른 반응은 없었고, 가슴이 조금 답답한 느낌만 있었다. 파클리탁셀(Paclitaxel) 항암제는 손끝과 발끝의 미세혈관을 자극해 저림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약이 들어가는 동안 손발을 차갑게 해 주면 혈관이 수축하여 약물이 손발로 가는 양이 줄어들어 저림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주사를 맞는 동안 얼린 물병을 양손으로 잡고 있어야 했고, 발바닥에도 얼린 물병을 대고 있었다. 얼음 때문에 추울 나를 위해 따뜻하게 데워놓은 담요를 2장 갖다 주셨는데 너무 포근해서 잠이 저절로 왔다. 처방받은 구토 예방약을 먹으면 졸음이 올 수 있다고 하던데 아마 그것 때문인 것 같았다. 잠깐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눈을 붙이고 나니 금세 약은 다 들어간 상태였다.


또 다른 간호사 한 분이 들어오셔서 열 가지가 넘는 부작용에 대해 아주 꼼꼼하게 설명해 주셨다. 매일 체크할 수 있는 부작용 체크 리스트를 주셨는데, 거기에는 0에서 4단계 레벨의 증상이 설명되어 있었다. 병원으로 전화해야 하는 단계이거나 곧장 응급실로 가야 하는 단계는 별표시를 해두었다. 부작용으로는 열, 호흡곤란, 변비, 설사, 탈모, 구토, 통증 등 다양했다. 항암제를 맞고 48시간 동안은 몸속에 남은 독소가 배출될 거라 화장실 사용 시 주의사항을 알려주셨고, 감염에 특히 조심하라고 당부하셨다.


부작용들이 워낙 많아 걱정을 했지만, 항암제를 맞은 직후 생각보다 몸이 가벼웠다. 이 정도 컨디션이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크게 힘든 점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래 체력이 좋은가? 이 약이 나한테 잘 받나? 하며 농담도 했다.


항암 다음날인 금요일은 아들 농구수업에서 수아 씨를 만나 스타벅스에 앉아 같이 커피도 마시고, 붐비는 야외테라스에서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그리고 농구장에선 감염 따위는 생각도 않고 체육관 바닥에 주저앉아서 함께 경기를 재미있게 관람했다.


그런데, 토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입안이 너무 썼다. 부작용 중 하나로 입에 쓴 맛이 날 수 있다고 했는데 그 증상 같았다. 아주 심한 감기에 걸렸을 때 입안에 쓴 맛이 나는 것처럼, 감기도 아닌데 그런 느낌이 하루 종일 계속되었다. 간호사가 알려준 대로 베이킹소다를 물에 풀어 입 헹굼을 해도 여전했다. 오후부터는 허리통증도 살짝 있고, 열은 37도로 오르락내리락했다. 순간, 전날에 아무런 증상이 없어서 너무 조심성 없이 돌아다녔다가 뭔가에 감염이 되었나 걱정이 되었다. 체육관 바닥에 앉은 것도 괜히 찜찜했다. 항암제는 백혈구 수치를 떨어지게 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잘 낫지 않게 되기에 늘 조심해야 하는데 너무 방관했나?


혹시나 해서 항암제 맞은 후의 증상에 대해 좀 더 알아보니, 원래 첫날과 둘째 날은 몸이 비교적 멀쩡하거나 긴장 상태로 그냥 지나갈 수 있다고 한다. 이미 처방받은 스테로이드 등의 영향이 남아있기도 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다 3~7일 차부터 구내염 및 미각의 변화로 입안이 쓰거나 텁텁해지고, 점막이 예민해지는 시기가 오며, 약물이 본격적으로 대사되면서 온몸이 뻐근하거나 피로가 몰려올 수 있다고 적혀있었다.


내가 토요일 아침부터 입에 쓴 맛이 나기 시작한 것도 약물이 몸에 본격적으로 작용하면서 나타나는 이 시기의 전형적인 신호였다. 일요일에도 여전히 입안이 썼고, 관절도 아프고, 아랫배가 가스 찬 것처럼 불룩해지는 걸 느꼈다. 어깨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는 것처럼 어깨가 자꾸만 축 처졌다. 5일째인 월요일에는 입안의 쓴맛은 조금 옅어졌지만, 아랫배가 자꾸만 쿡쿡 쑤시고, 작은 몸살기운도 느껴졌다.


항암 후 7~14일 차가 가장 주의할 시기라고 한다. 그때는 백혈구 수치가 최저점으로 떨어지게 되고, 겉으로는 멀쩡해도 면역력이 가장 취약하므로 감염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한다. 매주 항암제를 맞게 되면 이런 피로감이 계속 쌓이게 될 것이고, 면역 수치도 점점 낮아지게 된다고 하니 몸이 얼마나 피곤해질지 알 수가 없다.


6일째인 화요일에는 입맛도 돌아오고 컨디션도 좋았는데, 밤에 자다가 계속 멀미가 나는 느낌이 들어 새벽에 깨어 두 시간이나 잠을 설쳤다. 다행히 7일째인 오늘은 큰 변화는 없지만, 증상 하나가 사라지면 새로운 증상이 생기곤 해서 피곤함이 계속 쌓여 있는 듯하다. 입안이 써서 식욕이 없었고 쉽게 방전되었지만, 열이 많이 오르거나 응급실에 가야 할 정도의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한 주였다.


내 몸속으로 들어간 항암제는 제 할 일을 하며 지금도 열심히 암을 공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암을 공격하는데, 왜 내 몸도 함께 아픈 걸까?


AI에게 이유를 물어보았다. 암세포의 특징은 제어 장치가 고장 나서 폭주하듯 빠르게 세포 분열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세포 분열을 멈추게 하거나 빠르게 자라는 세포를 죽이는 약을 만들면 암을 잡을 수 있겠구나 해서 개발한 것이 바로 항암제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몸속에는 암세포 말고도 빠르게 세포분열을 하는 세포들이 있는데 입안 점막이나 머리카락, 골수 등이 그 대표적인 예란다. 그래서 항암제를 투입하면 암뿐만 아니라 빠르게 세포분열을 하는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다 보니 입안이 쓰거나 머리가 빠지거나 골수세포가 타격을 맞게 된다고 한다. 이제 이해가 간다.


알고 보니 항암치료는 단순히 약을 투여하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항암 치료 시에 뇌 신경망과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되면서 치료가 다 끝나고 나서도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케모 브레인이라는 후유증을 겪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암을 전혀 몰랐을 때는 쉽게만 생각했었는데, 결코 간단한 치료가 아니었다. 알면 알수록 두려운 것도 많았다.


항암제가 내게 또 다른 고통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이젠 나의 정상세포는 최대한 피해 가고 암세포만 잘 공격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그것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가능하면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고 푹 쉬며, 몸에 좋은 음식을 잘 챙겨 먹는 일이다. 루틴대로 가벼운 운동도 꾸준히 하고, 지금처럼 매일 바카라 읽고 글 쓰는 것, 그리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취미를 가지는 것도 도움이 될 거다. 앞으로 수술 후의 관리가 어쩌면 더 중요할 것도 같다.


내일은 두 번째 항암치료가 있는 날이다.

이제 11번 남았다.


12주가 지나면 약이 효과가 있어서 더 강한 항암치료까지는 필요 없게 되기를, 오늘도 조용히 빌어본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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