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에 드디어 스페셜 닥터를 만났다.
한 달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지난 6월 4일 유방암 검사인 마모그램(Mammogram)과 초음파 검사를 했고, 일주일 뒤 조직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6월 17일 결국 유방암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틀 뒤 패밀리닥터와 전화면담을 했는데, 마음을 편안히 갖고 그저 스페셜 닥터의 연락을 기다리라고 하셨다. 아마 4-6주 정도 걸릴 거라고. 그리고, 다른 장기로 전이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CT촬영을 요청해 놓겠다 하셨다.
오래 걸릴 수도 있을 테니, 여름 한 달간은 스트레스받지 말고 이 여름을 즐기면서 기다려야지 생각했었다. 그런데 패밀리 닥터와 전화 통화를 한 후 일주일 만에 스페셜 닥터의 예약이 7월 3일로 잡혔다는 연락을 받았다. 한국에 있는 언니는 "우리 교회에 너를 위한 기도 군단이 있다!"라며 스페셜 닥터 빨리 만나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 중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 기도가 통했던 걸까?
스페셜 닥터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캘거리 북쪽에 새로 생긴 암센터였다.
2024년 가을에 오픈한 이 암센터는 남편이 PCL이라는 건설회사에 다닐 때 건물 골조 공사 때 참여했었던 곳이다. Foothills Medical Centre 바로 옆에 들어선 암 센터의 공식 명칭은 "Arthur J.E. Child Comprehensive Cancer Centre"이다. 처음에는 child라는 글자 때문에 어린이 암 센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서 차일드(Arthur J.E. Child)라는 저명한 사업가의 이름이었고, 그분이 세운 재단이 앨버타 헬스 역사상 최대 규모인 5000만 달러를 기부하게 되면서 앨버타 암 재단은 이 고마운 뜻을 기리기 위해 센터의 공식 명칭에 그분의 이름을 넣었다고 한다.
이곳은 단순히 암 치료만 하는 병원이 아니라 진료,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치료, 연구를 모두 한 곳에서 하는 종합 암센터로, 캐나다에서 가장 크고 북미 전체에서는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종합 암 센터라고 한다. 직접 가보니 엄청난 규모에 깨끗하고 깔끔한 외형에다 건물 내부도 채광이 좋아 쾌적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고, 빌딩 내에 야외 정원도 멋스러운 곳이었다. 내가 만난 스텝분들도 모두 친절하고 좋았다. 특히 방사선 치료 분야에서는 북미에서도 손꼽히는 시설이라고 하니 앞으로 이곳에서 치료받게 되는 나는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난 담당 의사는 존 그래햄(Dr. John S. Graham) 유방외과 전문의로 나이가 지긋한 남자 선생님이셨다. 설명하실 때도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느껴졌고, 굉장히 친절하셨다. 먼저 간단한 촉진 검사를 하신 후, 선생님께서는 검사 결과에서 내 암 크기가 3.2cm 정도로 작지 않은 크기인데, 손으로 만졌을 때 느껴지지 않는 것에 의아해하셨다. 지금은 되도록 빨리 CT 촬영과 뼈 촬영(Bone Scan)을 해야 할 거 같다고 말씀하셨다.
CT촬영은 다른 장기에 전이가 되었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고, 뼈 촬영은 뼈에 전이되었는지를 보는 것이라 둘 다 반드시 중요한 검사라고 설명해 주셨다. 뼈 촬영은 몸에 방사성 추적자를 주사하게 되는데, 이 물질이 암이 전이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뼈 부위에 집중적으로 모이게 된다고 한다. 선생님은 내 뼈 촬영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길 바란다고 하셨다. 다른 곳에 전이가 안되어야지 오직 유방과 그 주변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촬영들이 끝나고 난 이후에야 수술을 먼저 할지, 항암치료를 먼저 할지 그리고 정확한 수술 범위(Mastectomy vs Lumpectomy)와 항암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하셨다.
제일 중요한 수술의 두 가지 옵션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셨다.
부분 절제술(Lumpectomy)은 종양과 그 주변 조직을 아주 조금만 제거하는 수술로 유방이 보전되는 수술이다. 전절제술(Mastectomy)은 말 그대로 유방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이다. 어떤 수술을 하든 겨드랑이 아래 있는 비정상적인 림프절도 함께 제거하게 된다.
생존율과 완치율은 두 수술 모두 차이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다만, 부분절제술은 종양 위치에 따라 유두에 너무 가까이 있다면 유두가 안쪽으로 함몰될 수 있고, 조직의 일부만 제거하다 보니 유방 모양이 마치 사과 한 입 베어 문 것처럼 흔적이 남을 수 있어 미용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한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유방 재건 수술을 동반한 전절제술이 더 자연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하셨다. 내가 전절제술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경우에 복원수술을 병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묻자, 당연히 가능하며 유방 재건 수술까지 의료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 곧바로 성형외과 전문의의 상담을 의뢰해 놓겠다고 하셨다.
기본적인 룰은 CT 결과에서 팔 아래(액와부) 림프절에 암세포 침범이 많이 보이고 커져 있다면 항암치료를 먼저 한 후 수술을 진행하게 된다. 이런 경우 보통은 항암치료가 끝나고 한 달 정도 지난 후에 전절제술을 하면서 동시에 유방 복원수술을 진행하게 되며 이 방법의 예후가 좋은 편이라고 설명하셨다.
반대로 림프절 침범이 그리 많지 않다면 바로 수술부터 진행하는 방향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하셨다.
특히, 내 경우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 타입이기 때문에, 림프절에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면 보통은 수술을 먼저 하는 것이 표준적인 순서라고 하며, 림프절에 암세포가 침범했기 때문에 부분 절제술이나 전절제술 어떤 것이든 그 후 방사선 치료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라는 결과는 아주 좋은 신호라고 하셨다. 수용체를 정확히 알기 때문에 그 수용체를 차단하는 항호르몬제를 3년에서 5년 동안 복용하며 치료할 수 있고 이 치료는 효과가 정말 좋다고 한다. 또한 Her2(암세포를 자라게 하는 나쁜 단백질)은 음성으로 나왔기 때문에 암세포의 성질이 사납거나 공격적인 녀석은 아니라는 뜻이란다. 나는 에스트로겐 양성, 프로게스테론 양성, Her2 음성 타입으로 유방암에서 가장 흔한 유형으로 환자의 약 85% 정도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설명해 주셨다.
수술을 마치면 종양 내과 의사를 만나 필요에 따라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 여부도 함께 결정하게 된다고 하셨다. (7월 21일에 종양내과 전문의와의 상담 예약 또한 잡혔다.)
현재 내 CT촬영이 8월 6일로 잡혀 있는 것을 보시더니 이건 너무 늦다면서 일주일 내로 스캔을 마칠 수 있도록 캘거리 어느 센터든 최대한 빨리 가능한 날짜를 알아봐 주신다고 하셨다. 너무 감사했다. 날짜를 빨리 받을 수 있도록 기도빨 좋은 언니의 기도군단에 이야기해 놔야겠다.
의사 선생님이 나가신 후 보충 설명을 위해 들어오신 나의 전담 간호사 (Nurse Navigator)인 바바라가 금세 뼈 촬영 일정을 7월 8일로 잡아가지고 오셨다. 구불구불한 웨이브 있는 금발머리에 키가 크고 멋진 베테랑 간호사인 바바라는 먼저 나를 보더니 두 손을 모은 채 위로의 한숨을 내쉰 뒤 활짝 웃어주셨다. 그 미소에는 안타까움과 위로 그리고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모두 담겨 있었다. 내가 현재의 암 stage를 묻자,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정확하지 않지만 림프절에 전이되었기 때문에 3기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거도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사실 바바라도 나와 같은 나이인 53세 때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았고 간까지 전이된 상태였다고 한다. 그런데 여전히 이렇게 살아서 여기 있잖아! 라며 지금도 3주마다 한 번씩 계속 치료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게 벌써 10년째라고.
그렇게 일상과 온라인 게임생활을 유지해 오며 멋지고 건강하게 일하는 모습에 정말 감동을 받았다. 더불어 우리 병원에서는 환자분을 그냥 마냥 기다리게 하지 않을 거라며 여기 내 전화번호가 있으니 언제든 연락해도 된다고 하신다. 한 여성으로서, 한 가족으로서 감당하기에는 지금 너무나 큰일을 겪고 계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위로의 말씀까지 해주셨다. 4기였던 자신과는 달리 나는 "완치"를 목표로 달릴 것이고 좋은 약들이 많다고 하셨다. 그리고 약을 먼저 써서 크기를 줄일지, 수술을 먼저 할지를 최종 조율해서 가장 좋은 플랜을 짜줄 테니 걱정 말라고 하셨다
아... 정말 나는 운이 좋다. 이렇게 나를 잘 이해해 주는 친절한 간호사까지 만났으니 말이다.
내 또래처럼 보였던 분이 60이 넘으셨다니 믿기지 않을 만큼 활력과 건강함이 넘쳤다. 그 모습 자체로 앨버타 암 치료 시스템에 깊은 신뢰가 생겼다. 실제로 캐나다 내에서도 앨버타는 체계적인 암 케어와 최신 치료제 도입이 빠른 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선진 시스템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다는 것, 게다가 나의 신체적 상태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까지 완벽하게 감싸 안아주는 최고의 의료진을 만났다는 사실에 마음 깊은 곳에서 안도감이 밀려왔다. 참 복이 차고 넘친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중요한 사항들이어서 통역도 있었지만 사전에 미리 허락을 받고 대화를 모두 녹음했었다. 대화 내용을 집에 와서 다시 복기해 보니,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분까지 내 케이스를 얼마나 진지하고 꼼꼼하게 다루고 있으신지 느껴졌다.
한국에서는 암으로 판정되면 어떤 전문의를 선택할지 직접 찾아야 하고, 여기저기 나에게 맞는 의사를 찾기 위해 상담도 여러 번 하고 또 원하는 의사를 찾더라도 유명한 의사인 경우에는 대기가 길어질 수도 있다 한다. 느리다고 생각했던 캐나다 의료서비스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굉장히 속도감 있게 진행이 되고 있었고, 나는 그저 전문 의료진들이 일정을 짜주는 대로 움직이면 되니까 골치 아픈 일도 전혀 없이 오히려 믿고 맡기면 되니 훨씬 편한 것 같다.
오늘은 일정대로 뼈 촬영을 마쳤다.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길 간절히 기다려본다.
이 글을 마무리할 즈음 병원에서 기다리던 연락이 왔다. CT 촬영 일정이 앞당겨져 이번 주 일요일인 7월 12일로 예약이 잡혔다는 소식이었다. 할렐루야!! 언니의 기도군단에게 말 안 해도 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