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보다 항암 먼저

by고들정희


7월 21일은 내과종양의 선생님을 만나는 날이어서 암센터를 방문했다.

7월 12일에 CT 촬영은 마쳤었는데, 간 쪽에 1cm 정도의 병변이 발견되어 8월에 추가로 MRI 검사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날은 선생님과 항암치료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듣는 날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항암치료 담당하시는 선생님은 Xialon Feng이라는 중국계 여의사 선생님이셨다. 까만 가죽바지를 입고 오셔서 조금 놀라긴 했지만, 환자의 눈을 쳐다보면서 굉장히 꼼꼼하게 설명하시는 스타일이셨다. 내가 혹시 놓칠 수 있는 정보가 있을까 봐 미리 녹음을 하라는 말씀도 해주셨다.

그런데 그날 선생님께 들은 내용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


현재 내 림프절 침범 범위가 너무 넓어, 지금 당장 수술을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한다. 지금 수술을 하게 되면 겨드랑이 림프절 곽청술(Axillary Dissection)’이라는 매우 광범위한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큰 수술을 당장 진행하면, 수술 후 팔이 심하게 붓는 림프부종 같은 부작용이 커질 수 있고, 무엇보다 지금 상태로 수술을 강행하면 암세포를 깨끗하게 다 제거하지 못하고 남길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먼저 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우선 항암치료를 통해 종양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먼저라고 하신다. 항암 약물(항암/호르몬/표적) 치료는 눈에 보이는 겨드랑이 림프절이나 유방의 종양에만 약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로 퍼져나가 작용하는 전신 치료로 유방과 림프절에 있는 큰 암 덩어리를 줄일 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혈액을 통해 몸속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지 모를 미세한 암세포까지 치료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단, 내 유방암의 종류가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을 먹고 자라는 암이며, 상대적으로 천천히 자라는 성향이 있어서, 항암제 반응이 상대적으로 느리고 덜 드라마틱하다고 한다. 오히려 빠르게 자라는 암의 경우는 항암제를 투여하면 2주기만 지나도 암 크기가 드라마틱하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쨌든 선생님께서는 최종적으로 암 크기와 림프절 침범을 줄인 후, 나중에 수술할 때 부작용을 줄이고 깨끗하게 절제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함이라는 설명을 해주셨다.


나는 간단하게 수술하고, 그 이후에 필요시 항암치료를 받으면 끝날 거라는 기대를 했었는데, 항암치료부터 해야 한다니 유방암 진단받고 처음으로 살짝 긴장이 되었다.


항암치료만으로 암이 완전히 사라지는 경우(5% 미만)는 많지 않지만, 수술하기 용이하게 크기가 줄어들 확률(50% 이상)은 충분히 있다며, 천천히 자라는 암 특성상 항암제에 천천히 반응하니까 차분하게 크기를 줄여서 안전한 수술을 목표로 진행해 보자고 하셨다.

그리고는 당장 다음 주부터 항암치료를 받자고 하셨다. 12주간 매주 목요일 항암제인 파클리탁셀(Paclitaxel)을 주사로 투입하는데, 항암제를 맞기 한 시간 전에는 부작용 대비하는 약을 두 가지 복용하고, 또 항암치료 2~3일 전에 혈액검사를 매주 진행해야 한다. 피검사 상 혈소판 및 백혈구 수치가 안전한 범위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항암 치료로 혈소판 수치가 떨어질 수 있어서 작은 상처에도 피가 잘 안 멈추거나 지혈에 시간이 걸릴 수 있어서 평소에 상처가 안 나게 조심하고, 백혈구 수치도 떨어지니까 외부 감염도 조심해야 한다는 주의 사항도 주셨다. 구토증상이 있을 수 있으니 미리 복용할 수 있는 약도 알려주셨다. 그리고 항암치료의 부작용인 탈모, 구토, 설사, 피부변화 등을 겪게 될 수 있다고 설명하셨다.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 항암제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부작용 관리가 가능한 약이라고 설명하셨다. 그런데 12주의 과정이 끝나도 해결이 안 되면 그때는 더 강도가 높은, 흔히 말하는 ‘매운맛 항암치료’를 4주간 진행한다고 한다. 이 부분까지는 알고 싶지 않아서 문건을 읽어보지도 않았다.


MRI가 8월 11일에 잡혀 있지만, 결과가 나오기 전 시작하는 이유가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는 게 좋아서라고 하셨고, 만약 MRI 결과에서 간에 전이가 된 상태로 나온다면 항암치료를 전부 스탑하고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고 한다. 그건 유방암 4기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Hopefully..." 선생님도 아니길 바란다고 하셨다.


다음 주부터 해야 할 피검사를 매주 월요일에 미리 Lab에 예약해놓았다. 그리고, 처음 하는 항암치료이기 때문에 이번 주에도 한번 더 피를 뽑아야 한다.


병원을 나오는 길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첫 항암치료...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생각보다 담담하고 차분했다. 수술하고 치료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내가 생각했던 길과는 다른 길로 가게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수술 날짜를 잡으면 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나는 이제 매주 피검사를 하고, 항암제를 맞고, 내 몸의 변화를 기다려야 한다. 가장 무서운 건 항암치료 자체라기보다, 내가 알지 못하는 앞으로의 12주였다.


'얼마나 힘이 빠지게 될까. 내가 견딜 수 있는 정도일까. 더 강한 항암치료제까지 가지는 않아야 할 텐데... 간에 전이가 되었다면 완전히 다른 영역이 되는 것일 텐데...'


아직은 내가 어떤 모습이 될지 모른다. 머리카락이 빠질지, 얼마나 힘들지, 내 일상이 얼마나 달라질지 알 수 없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씩 기록하는 것이다.

6월 4일 유방암 검사 이후 시작된 긴 여정이 이제 치료라는 첫 단계로 들어선 셈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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