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이끌다 보면 유난히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다. 말귀를 잘 알아듣고, 맡긴 일을 성실하게 해내며, 리더의 의도를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사람이다. 반대로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불편한 사람도 있다. 말끝마다 질문하고, 회의에서는 반대 의견을 내며,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다른 견해를 보인다.
어느 날 인사 관련 회의를 하다가 문득 깨닫는다. 마음이 가는 직원의 실수에는 이런 생각을 한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불편한 직원이 같은 실수를 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역시 저 사람은 문제가 있어.’
같은 잘못인데 사람에 따라 판단의 온도가 달랐다. 그날 나는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나는 사람을 평가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 사람에 대한 내 감정을 평가하고 있는가.’
『도덕경』 제49장에서 노자는 성인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聖人無常心, 以百姓心爲心. (성인무상심, 이백성심위심)
성인은 고정된 자기 마음만을 내세우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삼는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이어지는 문장이 더욱 인상적이다.
善者, 吾善之; 不善者, 吾亦善之; 德善. (선자, 오선지; 불선자, 오역선지; 덕선)
좋은 사람에게도 좋게 대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또한 좋게 대한다.
노자는 이어 믿음에 대해서도 같은 구조로 말한다.
信者, 吾信之; 不信者, 吾亦信之; 德信. (신자, 오신지; 불신자, 오역신지; 덕신)
믿을 만한 사람에게도 믿음으로 대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믿음의 태도를 잃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이를 오늘의 조직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리더에게 던지는 질문은 선명하다.
“나는 사람에 따라 나의 원칙까지 달라지고 있지는 않은가?”
리더에게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리더도 사람이다. 마음에 드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감정이 아니라 감정이 평가와 기회에 스며드는 순간이다. 내 의견에 자주 동의하는 사람에게는 중요한 일을 맡기고, 반대 의견을 자주 내는 사람에게는 점점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조직은 빠르게 알아차린다. 그때부터 회의에서는 좋은 의견보다 리더가 좋아할 의견이 많아진다. 이것은 매우 위험하다. 리더가 듣기 좋은 말은 늘어나지만 조직이 알아야 할 진실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정한 리더십은 모든 사람을 좋아하는 능력이 아니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기준을 잃지 않는 능력이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 필요한 이유 나와 잘 맞는 사람만 곁에 두면 편하다. 설명도 짧아지고 결정도 빨라진다. 그러나 편안함이 언제나 좋은 조직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질문해야 한다.
“정말 그렇게 해야 합니까?”
누군가는 숫자를 다시 들여다봐야 하고, 누군가는 모두가 낙관할 때 위험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 사람은 회의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그 불편함이 조직을 위험에서 구한다. 리더의 성숙은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을 가까이하는 데서만 드러나지 않는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말속에서도 쓸 만한 진실을 골라낼 수 있는가. 거기에서도 드러난다. 善은 무조건적인 호의가 아니다 제49장의 不善者 吾亦善之(불선자 오역선지)를 조직에서 모든 잘못을 눈감아주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성과 기준은 적용해야 하고, 잘못에는 바카라임이 따라야 하며, 신뢰를 훼손하는 행동에는 분명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행동을 평가하는 것과 사람을 모욕하는 것은 다르다. 잘못을 지적하더라도 존중할 수 있다. 계약을 종료하거나 역할을 바꾸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사람의 존엄까지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좋은 사람에게만 품위를 지키는 것은 품격이 아니다. 불편한 사람을 대할 때에도 나의 기준을 지키는 것이 품격이다. 리더의 진짜 얼굴은 불편한 사람 앞에서 드러난다
좋아하는 직원에게 따뜻하게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성과가 좋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자연스럽다. 리더십의 깊이는 오히려 반대편에서 보인다. 실수한 사람에게 어떻게 말하는가. 나에게 반대한 사람의 좋은 아이디어를 인정할 수 있는가. 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줄 수 있는가. 그 순간 직원들은 리더가 말하는 가치가 진짜인지 확인한다.
나는 같은 실수에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에게 반대하는 사람에게도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있는가?
리더의 공정함은 좋아하는 사람을 잘 대할 때보다, 불편한 사람 앞에서도 자기 기준을 잃지 않을 때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