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내 뜻대로 만들려고 하지 마라

by진경수

리더의 하루


한 직원이 있다. 성실하다. 맡은 일도 꼼꼼하게 처리한다. 그런데 리더의 눈에는 늘 한 가지가 아쉽다. 적극성이 부족하다. 회의에서도 먼저 말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을 맡으라고 하면 한참 생각한다. 리더는 몇 번이나 이야기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앞으로 나서야 성장할 수 있어요.”


직원도 노력한다. 회의에서 억지로 먼저 말하고, 익숙하지 않은 대외 업무에도 나선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표정이 어두워진다.


어느 날 다른 업무를 맡겨보았다. 복잡한 자료를 정리하고 여러 부서의 오류를 찾아내는 일이었다. 뜻밖이었다. 그 사람은 놀라울 만큼 잘했다. 남들이 지나친 작은 문제를 찾아냈고, 엉켜 있던 자료를 차분하게 정리했다. 그제야 리더는 생각한다.


‘저 사람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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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도덕경』 제29장은 강한 경계의 문장으로 시작한다.


將欲取天下而爲之, 吾見其不得已. (장욕취천하이위지, 오견기부득이)

천하를 취하여 자기 뜻대로 다루려 한다면,

그렇게 될 수 없음을 나는 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이어 노자는 말한다.


天下神器, 不可爲也, 不可執也. (천하신기, 불가위야, 불가집야)

천하는 신묘한 그릇과 같아서 억지로 다룰 수도 없고 붙잡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과 사물이 한 가지 방식으로만 움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夫物或行或隨, 或歔或吹; (부물혹행혹수, 혹구혹취)

或强或羸, 或挫或隳. (혹강혹리 혹재혹휴)

세상 만물은 모두 같지 않다.

앞서가는 것이 있는가 하면 뒤따르는 것이 있고,

부드러운 것이 있는가 하면 거센 것이 있으며,

강한 것이 있는가 하면 약한 것이 있고,

편안한 것이 있는가 하면 위태로운 것도 있다.


나는 제29장을 사람을 이끄는 리더의 자리에서 읽으며 한 가지 질문을 만나게 된다. 우리는 조직을 관리한다는 이유로 사람까지 내 뜻대로 만들려고 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이 말을 이렇게 읽는다


리더에게는 자신도 모르는 ‘좋은 사람의 기준’이 있다. 말을 잘하고, 판단이 빠르고, 적극적이며, 바카라임감이 강하고, 리더 자신과 소통이 잘되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높은 점수를 준다.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좋은 인재’와 같은 뜻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앞에서 이끄는 사람이 있고, 뒤에서 빈틈을 메우는 사람이 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데 뛰어난 사람이 있고, 시작된 일을 끝까지 완성하는 데 강한 사람이 있다. 말로 사람을 움직이는 사람이 있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며 신뢰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 모두를 같은 모양으로 만들면 관리하기는 편할지 모른다. 하지만 조직은 가난해진다. 사람을 고치는 것보다 자리를 바꾸어보라 어떤 사람이 일을 잘하지 못하면 우리는 먼저 사람을 바꾸려고 한다. 교육시키고, 충고하고, 평가한다. 물론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전에 질문 하나를 더 해볼 수 있다.


“이 사람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자리가 맞지 않는 것일까?”


산에 사는 나무와 물가에 사는 나무는 다르다. 어떤 나무는 햇볕이 많은 곳에서 잘 자라고, 어떤 식물은 그늘에서 더 푸르다. 그늘에서 자라는 풀에게 햇볕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꾸짖는다고 달라지지는 않는다. 사람도 그렇다. 사람을 바꾸기 전에 그 사람의 힘이 살아나는 자리를 찾아주는 것. 그것도 리더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충고에는 나의 욕심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다 당신 잘되라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리더가 흔히 하는 말이다. 대부분 진심이다. 하지만 선의의 충고에도 때로는 리더 자신의 욕심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내가 원하는 속도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능력을 갖추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 사람의 삶은 리더의 작품이 아니다. 리더는 사람을 도울 수 있지만 사람의 완성형을 대신 결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충고하기 전에 한 번쯤 물어볼 필요가 있다.


“당신은 어떤 일을 잘하고 싶습니까?”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듭니까?”


질문이 바뀌면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빠른 사람이 언제나 앞서가는 것은 아니다


조직에는 빨리 성장하는 사람이 있다. 입사 몇 년 만에 중요한 일을 맡고 눈에 띄는 성과를 낸다. 반대로 천천히 자라는 사람도 있다. 처음에는 평범해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경험이 쌓이고 어느 순간 자기 힘을 드러낸다. 사람을 너무 빨리 판단하면 늦게 피는 사람을 잃을 수 있다. 봄에 피는 꽃에게 가을까지 기다리라고 할 필요가 없듯, 가을에 피는 꽃에게 봄에 피지 않았다고 실패라고 말해서도 안 된다.


리더에게 사람을 보는 안목이란 누가 지금 잘하는지를 보는 능력만은 아니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능성을 너무 일찍 포기하지 않는 능력이기도 하다. 산에서는 모두 같은 속도로 걷지 않는다 여럿이 산을 걸어보면 금방 알게 된다. 보폭이 다르고, 숨이 차는 지점이 다르며, 쉬어야 하는 때도 다르다. 앞사람의 속도에 모두를 맞추면 누군가는 너무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느린 사람에게 산을 오를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기 호흡을 찾으면 끝까지 걸을 수 있다. 조직에서도 리더의 속도가 모든 사람의 속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경험 많은 리더가 한 시간 만에 판단할 일을 젊은 직원은 하루 동안 고민할 수도 있다. 그 하루가 낭비는 아니다. 그 사람에게는 판단의 근육이 만들어지는 시간일 수 있다.



리더가 빠지기 쉬운 함정


사람을 억지로 바꾸지 말라는 것이 성장을 요구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업무에는 기준이 있다.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배워야 할 역량이 있으며, 잘못된 행동은 고쳐야 한다.


리더는 분명하게 피드백해야 한다. 다만 구별해야 한다. 고쳐야 할 행동과 존중해야 할 개성은 다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고쳐야 한다. 그러나 말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적극성이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일의 기준은 분명하게 하되 사람의 모양까지 하나로 만들지 않는 것. 그 균형이 필요하다.



내가 리더라면


조직에서 내가 답답하게 느끼는 사람 한 명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질문을 바꾸어보자. “왜 저 사람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을까?”가 아니라,


“나는 저 사람에게 맞지 않는 것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하나 더.

“저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단점을 고치는 데 쓰던 눈으로 장점을 찾아보자. 사람이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리더에게 묻는다


나는 나와 비슷한 사람을 더 높게 평가하고 있지는 않은가?

사람의 행동을 고치려다 그 사람의 개성까지 바꾸려 하고 있지는 않은가?



한 문장으로 남기는 노자 리더십


좋은 리더는 사람을 자기 모양으로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기 모양으로 자랄 자리를 찾아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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