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에서 젊은 직원이 말한다.
“기존 방식 말고 다른 방법으로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잠시 정적이 흐른다. 오래 일한 임원이 말한다.
“현장을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예요.”
직원은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몇 달 뒤 또 다른 회의가 열린다.
“새로운 아이디어 없습니까?”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리더는 답답하다.
“왜 우리 직원들은 새로운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직원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생각을 꺼내놓았을 때 움직일 공간이 없다는 것을 배웠을 뿐이다. 단단한 뼈만으로는 걸을 수 없다 사람의 몸에는 뼈가 있다. 단단하다. 몸을 지탱한다. 하지만 뼈만으로는 움직일 수 없다. 뼈와 뼈 사이에 관절이 있기 때문에 팔을 굽히고, 몸을 돌리고, 산길의 울퉁불퉁한 바닥에서도 균형을 잡는다.
조직도 그렇다. 원칙, 규정, 직급, 바카라임, 업무절차는 조직의 뼈와 같다.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들만 너무 단단하게 연결하면 조직은 움직이지 못한다. 그 사이에 관절이 필요하다. 나는 그것을 ‘생각의 관절’이라고 부르고 싶다. 생각의 관절이란 무엇인가 생각의 관절은 특별한 제도가 아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다른 방법도 들어봅시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젊은 직원의 방법으로 해봅시다.”
이런 작은 문장에서 시작한다. 자기 생각을 가지되 다른 생각이 들어왔을 때 조금 움직일 수 있는 것. 바로 그 움직임이 유약(柔弱)이다. 그리고 의견이 다르다고 곧바로 상대를 꺾으려 하지 않는 것. 그 여유가 부쟁(不爭)이다. 유약과 부쟁이 만나면 조직에는 서로 다른 생각이 공존할 작은 공간이 생긴다.
생각이 다른 것은 조직의 결함이 아니다
리더는 사람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길 원한다.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같은 방향과 같은 생각은 다르다. 목적지는 같아도 가는 길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생산팀은 품질을 먼저 보고, 영업팀은 고객을 먼저 보며, 재무팀은 비용을 보고, 기술팀은 가능성을 본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불편하다. 그러나 바로 그 차이 때문에 한쪽에서 놓친 것을 다른 쪽이 발견한다. 건강한 조직은 의견 차이가 없는 조직이 아니다. 의견 차이가 관계의 파괴로 이어지지 않는 조직이다. 반대할 수 있어야 조직이 생각한다 리더가 말한다.
“다른 의견 있습니까?”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그것이 모두 동의한다는 뜻인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리더에게 반대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이다. 반대 의견을 낸 사람에게 리더가 얼굴을 굳히고, 회의 뒤에 따로 불러 질바카라하고, 다음 중요한 일에서 배제한다면 조직은 빠르게 학습한다.
‘다른 생각은 마음속에만 두어야 한다.’
반대로 리더가 말한다.
“내 생각과 다르군요. 이유를 들어봅시다.”
그러면 전혀 다른 학습이 시작된다.
‘여기서는 생각해도 된다.’
리더의 작은 반응 하나가 조직의 사고 범위를 결정할 수 있다. 관절도 너무 느슨하면 걸을 수 없다 그러나 유연함에도 기준이 필요하다. 관절이 굳으면 움직이지 못하지만 너무 느슨해도 몸을 지탱하기 어렵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모든 의견을 끝없이 듣기만 하면 결정할 수 없다. 모든 것을 상황에 따라 바꾸면 기준이 사라진다. 따라서 생각의 관절에는 양쪽이 필요하다. 움직일 수 있는 유연함과 몸을 지탱하는 원칙. 안전과 윤리, 품질과 신뢰처럼 흔들려서는 안 되는 것은 분명히 한다. 그 대신 그 목적을 이루는 방법에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다.
원칙은 뼈가 되고, 유연함은 관절이 된다.
세대 사이에도 관절이 필요하다
조직에는 세대가 함께 일한다. 오래된 경험과 새로운 감각이 만난다. 이때 어느 한쪽만 옳다고 생각하면 충돌한다. 경험 많은 사람은 말한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알아?”
젊은 사람은 생각한다.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데 아직도 그 방법을 쓰지?”
둘 다 일리가 있을 수 있다. 경험은 실패를 줄여준다. 새로운 시선은 과거에 없던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래서 좋은 조직은 어느 한쪽을 꺾지 않는다. 경험이 젊음을 막지 않고, 젊음이 경험을 낡았다고 버리지 않도록 연결한다. 그 연결 부위가 바로 조직의 또 하나의 관절이다.
굽힐 줄 아는 사람이 중심을 지킬 수 있다
산길에서 몸을 꼿꼿하게 세우는 것만이 좋은 자세는 아니다. 오르막에서는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이고, 내리막에서는 무릎을 부드럽게 쓰며, 바위가 나오면 몸의 중심을 옮긴다. 몸을 상황에 맞게 움직이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는다.
생각도 그렇다. 굽힌다고 중심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중심이 있기 때문에 굽힐 수 있다. 자신의 존재를 지키기 위해 매번 이겨야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약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수정해도 자기 존재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훨씬 자유롭다.
회의에 새로운 질문 하나를 넣어보자. 결론을 내리기 전에 묻는다.
“우리가 지금 놓치고 있는 반대편의 생각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중요한 결정일수록 누군가에게 일부러 반대 입장을 검토하도록 맡겨보자. 반대는 방해가 아니라 결정의 약한 곳을 찾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리더 자신이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
“그 의견을 들으니 내 생각을 조금 바꿔야겠습니다.”
그 한마디가 조직의 관절을 움직인다.
우리 조직에서는 리더의 생각이 회의 도중 바뀌는 일이 있는가?
사람들은 상사에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강한 조직은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는 조직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이 부딪쳐도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