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생산부서와 영업부서가 납기를 두고 부딪쳤다. 영업팀은 말한다.
“고객과 이미 약속한 날짜입니다. 반드시 맞춰야 합니다.”
생산팀도 물러서지 않는다.
“그 일정대로라면 품질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말이 오갈수록 논점은 조금씩 달라진다. 처음에는 ‘어떻게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면서 품질을 확보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어느 부서의 판단이 옳은가’가 문제가 된다. 리더도 생산 쪽에 더 마음이 간다. 경험상 무리한 납기는 결국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면 끝낼 수 있다.
“생산팀 의견대로 합시다.”
하지만 잠시 멈춘다. 그리고 묻는다.
“우리가 지금 해결하려는 것은 납기와 품질 문제입니까, 아니면 어느 부서가 옳은지를 결정하는 문제입니까?”
회의실이 조용해진다. 조금 전까지 서로를 향하던 시선이 다시 문제를 향한다. 싸움의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문제로 돌아온다.
『도덕경』 제68장에서 노자는 뛰어난 사람의 모습을 연이어 보여준다.
善爲士者, 不武; (선위사자, 불무)
善戰者, 不怒; (선전자, 불노)
善勝敵者, 不與; (선승적자, 불여)
善用人者, 爲之下. (선용인자 위지하)
훌륭한 무사는 무력을 과시하지 않고,
잘 싸우는 사람은 쉽게 분노하지 않으며,
적을 잘 이기는 사람은 함부로 맞서지 않고,
사람을 잘 쓰는 사람은 자신을 낮춘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노자는 이를 不爭之德(부쟁지덕), 다투지 않는 덕이라 부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노자가 승리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善勝敵者(선승적자), 잘 이기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그 사람은 不與(불여), 정면에서 함부로 맞서지 않는다.
이기는 방법에 대한 생각이 우리와 다른 것이다.
리더가 회의에서 직원을 이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직바카라이 있기 때문이다. 논리로 이길 수도 있고, 경험으로 누를 수도 있으며, 마지막에는 결정권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 문제는 이렇게 결정하겠습니다.”
그 한마디면 토론은 끝난다. 그런데 그 뒤가 중요하다. 상대는 정말 납득했을까. 아니면 말할 권리를 잃었다고 생각했을까. 회의가 끝난 뒤 더 이상 자기 의견을 내지 않는다면 리더는 논쟁에서는 이겼지만 한 사람의 생각을 잃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매번 이기는 능력이 아니라 때로는 이길 수 있어도 이기려 하지 않는 능력이다. 사람과 싸우지 말고 문제와 싸워라 조직의 갈등은 쉽게 사람의 갈등으로 변한다.
“저 부서는 늘 그래.”
“저 사람은 원래 협조가 안 돼.”
이런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워진다. 사람을 문제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좋은 리더는 그때 질문을 다시 돌려놓는다.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정확히 무엇입니까?”
영업과 생산이 싸우는 것이 아니다. 납기와 품질이라는 두 조건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싸우는 것도 아니다. 경험과 새로운 방식 사이에서 더 좋은 답을 찾아야 한다. 사람을 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생각보다 많은 갈등에서 다른 길이 보인다. 분노한 순간에는 결정하지 않는 것도 힘이다 제68장에서 나는 善戰者不怒(위선자 불노), 잘 싸우는 사람은 쉽게 분노하지 않는다는 말에도 눈길이 간다.
리더의 분노에는 직바카라의 힘이 실린다. 리더에게는 순간적인 한마디였을지 몰라도 직원은 오래 기억한다.
“그것도 모르고 일을 합니까?”
“도대체 몇 번을 이야기해야 합니까?”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에는 작은 상처가 남을 수 있다. 그래서 리더에게 감정조절은 단순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의 안전과 관련된 리더십의 기술이다.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화가 난 상태에서 곧바로 말하지 않는 것은 연습할 수 있다. 사람을 잘 쓰려면 낮아져야 한다 제68장은 마지막에 다시 낮아짐으로 돌아간다.
善用人者, 爲之下(선용인자, 위지하)
사람을 잘 쓰는 사람은 자신을 낮춘다.
왜 사람을 쓰는 능력과 낮아짐이 연결될까. 리더가 자신을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은 보조자가 되기 쉽다. 그러나 내가 모르는 것을 인정하면 다른 사람의 능력이 보인다.
“이 부분은 당신이 나보다 잘 압니다.”
리더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때 전문가가 자기 능력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다. 사람을 쓴다는 것은 사람을 내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힘이 제대로 쓰이게 하는 것이다.
승리 뒤에 사람이 남아야 한다
조직의 갈등에서 가장 좋은 결과는 누군가가 완전히 패배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문제는 해결되었는데 사람도 남는 것. 결정은 내려졌는데 관계도 남는 것. 오늘은 내 의견이 채택되었지만 내일 상대가 다시 자유롭게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는 것.
그것이 조직에서는 중요하다. 회사는 한 번의 논쟁으로 끝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 의견이 달랐던 사람과 내일 또 함께 일해야 한다. 그래서 조직에서의 좋은 승리는 상대를 없애는 승리가 아니라 다음 협업의 가능성을 남겨두는 승리다.
부쟁을 갈등 회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품질과 안전, 윤리와 신뢰처럼 반드시 지켜야 할 기준에서는 리더가 분명해야 한다. 잘못된 행동을 그냥 두면서 “다투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노자의 부쟁과 다르다. 부쟁은 문제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하게 사람을 적으로 만들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다음에 의견이 부딪치면 잠시 질문을 바꾸어보자. “누가 맞습니까?”보다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내가 이길 수 있는 논쟁에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여기에서 이기는 것이 정말 조직에 도움이 되는가?”
나는 반대 의견을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회의에서 내가 이긴 뒤 사람들이 더 자유롭게 말하는가, 더 조용해지는가?
리더의 승리는 상대를 침묵시키는 데 있지 않다. 문제를 해결한 뒤에도 사람이 다시 말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