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혼자 걸었으되 완전히 혼자는 아니었던 산

by진경수
DSCN0143.JPG태백산 영봉에서 마주한 겨울 풍경/사진 진경수



높이 : 장군봉 1567m

거리 : 약 8.2km

코스 : 유일사 원점 회귀

주제 : 동행과 홀로 걷기

산행일 : 2026.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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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출발과 오름 함께 걷되 각자의 걸음으로

DSCN0025.JPG태백산을 오르다/사진 진경수



“함께 출발했지만 산행은 이미 각자의 길로 시작되고 있었다.”

산에는 저마다의 속도가 있다. 동행은 보폭을 하나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보폭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산은 늘 그렇게 사람을 혼자로 만든다.”

나란히 걷다가도 간격은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앞서거나 뒤처지는 일에 의미를 두지 않자, 발소리와 숨소리가 또렷해졌다.



DSCN0099.JPG장군봉에서 마주한 겨울바람/사진 진경수


“바람 앞에서는 누구도 대신 서줄 수 없다.”

누군가 곁에 있어도 숨을 고르고 마음을 가지런히 하는 일은 각자의 몫이다. 산행의 고독은 나를 버리는 고독이 아니라 자신에게 돌아가는 고독이다.




02. 더하고 비우며 높아지고 낮아지다

DSCN0079.JPG태백산 주목/사진 진경수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아파도 아픈 것이 아니고 늙어도 늙은 것이 아닐 터다.”

겨울 속에서도 주목은 푸르게 서 있었다. 학습은 날마다 더하는 일이지만, 공부는 날마다 덜어내는 일이다. 지식은 쌓되 고집은 덜고, 경험은 늘리되 집착은 놓아야 한다.



“정상은 늘 그렇다. 누구와 함께 와도, 그 자리는 잠시 홀로 서는 곳이다.”

가장 높은 곳은 가장 많이 드러나는 곳이다. 정상에서는 성취를 붙잡기보다 몸가짐을 살피고 내려갈 길을 생각하게 된다.



DSCN0151.JPG태백산 영봉에서 단종비각으로 이르는 길/사진 진경수



“마음을 낮춘다는 것은 자신을 깎아내리는 일이 아니라, 붙들고 있던 집착을 내려놓는 일이다.”

하산길에서 오르는 데 필요한 힘과 내려오는 데 필요한 지혜가 다름을 배웠다. 하심은 작아지는 일이 아니라, 나를 크게 보이게 하던 집착에서 물러서는 일이다.




03 혼자 걸었으되 완전히 혼자는 아니었던 산


DSCN0130.JPG천왕단과 장군단 사이의 평원/사진 진경수



“산행은 늘 혼자의 몫이지만,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은 더 멀리, 더 오래 걸어갈 수 있다.”

함께한 산행이었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은 대부분 혼자였던 순간이다. 숨이 가빠 멈춰 선 곳, 바람이 차갑게 스친 능선, 발밑만 바라보며 걸었던 시간이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의 바닥에는 누군가 같은 산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조용히 깔려 있었다.


태백산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았다. 다만 생각을 내려놓을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각자의 걸음으로 올라 각자의 생각으로 내려왔지만, 함께 있었다는 사실은 다시 길을 걸을 힘이 되었다.



DSCN0190.JPG태백산을 내려가다/사진 진경수



산이 남긴 질문

나는 지금 누구와 함께 걷고 있으며, 그의 속도를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