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하나 고르는데 심사위원이 넷

by지노아


우리 아이들이 막 기어 다니던 시기에 필리핀 세부의 한 리조트에 갔었다. 침대방이라 잠자리가 걱정되었던 나와 남편은 아이들을 가운데에 눕히고 인간 안전가드에 빙의되어 잠을 잤다. 그런데 밤중에 "퍽!" 하는 소리가 났다. 아이 하나가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진 것이다.


다행히 하나도 다치지 않았지만 가드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자바카라감과 우리 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방 안의 테이블과 의자를 동원해 침대 둘레를 빙 둘러 막았다. 잠을 자려면 가구 사이로 몸을 비집고 들어가야 했지만, 그때 우리에게는 꽤 훌륭한 안전장치였다.


그 시절에는 숙소 사진에서 '안전'부터 봤다. 온돌방인지, 기어 다닐 공간이 있는지, 침대가 있다면 얼마나 높은 지를 살폈다.


요즘은 내가 숙소 사진을 넘기고 있으면 아이들이 다가와 화면을 자기들 쪽으로 슬쩍 돌린다.

"앗, 여기 고양이 찍혀 있다!"

나는 침대방이 몇 개인지 보던 참이었는데, 사진 귀퉁이에 앉은 고양이를 아이들이 먼저 찾아냈다. 정원이나 트램폴린까지 보이면 내가 보려던 침대 사진은 한참 뒤로 밀려난다. 대신 사진을 보는 눈이 늘어난 만큼 내가 놓친 것도 자주 발견한다.


어느 날은 일반 침대가 있는 숙소와 이층침대가 있는 숙소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사진을 보더니 "역시 이층침대지!" 하고 결정을 내려 줬다.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침대를 보며 안전이 먼저 떠올랐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침대에서 자는 일이 여행의 재미였다.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가구를 옮겨 주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어떤 침대에서 자고 싶은지 자기들이 말해준다.


숙소에 개가 있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고양이가 집에 자유롭게 드나든다는 안내가 적힌 곳은 꽤 있었다. 아이들은 고양이가 있는 숙소라는 걸 알고부터 도착하면 안내바카라자를 먼저 찾아 읽었다.

내가 필요한 정보는 와이파이 비밀번호나 쓰레기 버리는 방법인데, 아이들은 고양이 이름이 뭔지 주로 어디에 주로 출몰하는지가 필요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집의 이야기까지 읽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함께 고른 뒤로 숙소 예약이 수월해진 것은 아니다. 남편과 둘이서도 가격과 위치, 주차장을 놓고 의견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린다. 여기에 "마당은 여기가 더 좋아", "저기는 이층침대가 있잖아" 하는 말까지 더해지면 사진 한 장을 넘기기가 어렵다. 꼬마 뱃사공들이 탄 배는 도저히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하고 제자리만 맴돌기도 한다. 노를 어디에 숨겨놓을 수도 없고


그래서 우리는 먼저 숙소 몇 곳을 추린 다음, 아이들에게 사진을 보여 준다. 아이들이 마음에 드는 곳을 말하면 왜 그곳이 좋은 지도 듣는다. 물론 예약하기 전에는 침대 수와 위치, 주차장을 다시 확인한다. 고양이가 귀여워도 차를 세울 곳이 없으면 곤란하니까. 아이들도 그 말을 듣고 다른 사진으로 넘어간다. 그러다가 또 그냥 넘기려던 사진에서 무언가를 찾아낸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숙소를 보여 주는 일이 선택지를 하나 더 늘리는 것 같았다. 지금도 넷의 의견을 맞추려면 시간이 더 든다. 그래도 그 집에 가서 잘 사람은 우리 넷이다. 아이들이 마음에 둔 이층침대나 마당을 알고 도착하면, 나도 현관에 들어서서 그것들이 어디 있는지 함께 찾게 된다.


요즘은 아이들이 사진 한 장을 가리키면 일단 넘기던 손을 멈춘다. 침대 개수를 세는 동안 아이들은 또 어디에서 고양이를 발견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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