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마트도 기념품 가게

by지노아


구글 지도에는 마트가 영업 중이라고 나왔다. 그런데 오스트리아의 그 마트는 주차장 입구에 도착해서야 닫힌 셔터가 보였다. 차를 돌리려는데 저쪽에서 다른 차 한 대가 다가왔다. 어디서 의리가 발동했는지 손가락으로 마트를 가리키고 두 손으로 X를 만들었다. 상대 차에서 엄지손가락이 올라왔다. 선팅 되지 않은 앞유리창 사이로 인류애가 오갔다.



독일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내가 닫힌 마트 앞에서 이렇게 아쉬워할 줄은 몰랐다. 한국에서는 손가락으로 몇 번 누르면 다음 날 보냉백에 담긴 물건이 문 앞에 도착했다. 독일에서는 장을 보러 차를 타고 나가야 했다. 시동을 걸었다가 주유할 때가 됐다는 걸 깨닫고 그대로 차에서 내리고 싶은 날도 있었다.



여러 숙소에서 밥을 해 먹다 보니 여행지에서도 마트를 찾게 됐다. 그날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다음 날 아침 식탁에는 무엇을 올릴지 정해야 했다. 처음에는 필요한 것부터 찾았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처음 보는 물건 앞에서도 걸음을 멈췄다. 원산지가 어디인지 라벨을 뒤집어 보다가 가격표 앞에서 다시 물가를 계산했다.



스위스에서 시어머니와 함께 마트에 갔을 때는 가격표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여행 오신 시어머니는 한국에서 하시던 대로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고르라고 하셨다. 그 옆에서 나는 ‘이게 독일에서는 얼마였더라’ 하고 있었다.


계란 코너에서는 정말 걸음을 멈췄다. 알프스 산자락에서 유기농 지렁이를 먹고 자란 닭들이 낳은 알인지, 한 판 가격이 독일에서 보던 숫자의 두 배는 돼 보였다. 지나가던 남편을 잽싸게 붙잡았다.


“진짜 꼭 필요한 거 아니면 독일 가서 사자.”


남편도 가격표를 보고 알겠다는 눈치를 보냈다. 시어머니는 스위스 초콜릿 두 봉지를 들고 계셨다. 우리가 계란 앞에서 작전을 세운 건 눈치채지 못하신 것 같았다. 나는 계란을 내려놓았다.


크로아티아에서는 독일에서 자주 가던 리들(Lidl)이 보여 익숙한 마음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진열대 위 물건들은 사뭇 달랐다. 참치캔에도 지중해식 제품이 있었고 포장도 낯설었다. 필요한 것을 찾아 담다가도 처음 보는 맛이 눈에 띄면 통로에 서서 한참 들여다봤다.


그곳에서 산 꿀 아이스크림은 유럽에서 먹어본 젤라또와 아이스크림을 통틀어 가장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독일에 돌아와 다시 찾아봤지만 만날 수 없었다.


먹고 마실 것을 고르다 보면 뜻밖에 기념품도 생긴다. 체코에서는 베헤로프카(Becherovka)라는 술을 샀다. 내가 알던 녹색 병 대신 자몽과 라임 등 여러 맛을 작은 병에 담은 미니어처 세트를 골랐다. 한 모금 마시자 진한 허브 향이 먼저 올라오고 뒤이어 알코올 맛이 느껴졌다. 다 마신 뒤에도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유리병이 꼭 마그넷처럼 귀여워 버리지 못했다.


기념품을 사겠다고 들어간 곳은 아니었는데 마트에서도 이렇게 추억거리가 생긴다. 이번에는 마그넷 대신 빈 병이다. '이걸 마그넷처럼 붙여놓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만히 궁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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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의 꿀아이스크림 / 체코의 베헤로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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