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거인국에 들어온 거야?-벨기에, 니일렌

by지노아


벨기에의 초콜릿 박물관에서 갖가지 초콜릿을 시식하며 당을 한껏 채운 뒤, 다음 목표인 와플을 먹으러 앤트워프 중앙역으로 들어섰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이라더니, 기차만 타러 오기에는 아쉬울 정도였다. 중앙역 기념품이라도 만들어 팔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바깥에서는 투박한 돌 건물처럼 보였는데, 안으로 들어서자 화려한 장식들이 펼쳐졌다. 겉보기에는 그저 짱돌 같은데, 깨 보면 안에 자수정이 들어 있는 돌을 발견한 기분이랄까. 큰아이가 건물 안에 들어와 보길 잘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벨기에 와플로 유명한 가판이 있었다. 유모차와 함께 와플을 기다리는 젊은 부부 뒤에 줄을 서서 만드는 모습을 힐끔거렸다. 앞사람이 와플을 받아 갈 때마다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났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한 입 먹어보니, 예상했던 바삭한 식감과는 조금 달랐다. 속이 찰지고 쫀득해서 처음에는 반죽이 덜 익은 건가 싶었는데, 와플 곳곳에 콕콕 박힌 설탕 알갱이를 와그작 씹다 보니 어느새 그 맛에 매료되고 있었다.









와플을 다 먹고 포장지만 손에 들고 니일렌의 숙소 앞에 섰을 때, 다른 집들보다 유독 크게 느껴지는 현관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학부모 모임에 갈 때면 굽이 살짝 있는 운동화를 신고 대한민국 여성 평균 키에 도달하곤 했던 나였는데, 이 문 앞에서는 귀여운 쪼꼬미 한 명에 불과했다. 묵직한 나무문을 밀고 들어가자 식탁 다리도 길쭉, 그릇장도 길쭉, 싱크대도 유독 높은 집이 나타났다.


집 안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건 거실 한쪽을 통째로 차지한 커다란 그릇장이었다. 접시와 잔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는데 잔도 크고, 그릇도 크고, 쟁반도 컸다. 《잭과 콩나무》에서 잭이 거인의 집에 들어가 그릇과 컵을 처음 봤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이 집에서 유독 크게 느껴지던 것들을 몸으로 실감한 건 화장실에서였다.

변기에 엉덩이를 대고 앉았는데 발이 대롱대롱, 땅에 닿지 않았다.


뒤따라 화장실에 들어간 아이들도 “엄마! 변기가 너무 높아!” 하며 차례로 앉아 발을 대롱거렸다. 나도 발이 닿지 않는데 아이들이야 오죽할까. 집에서는 이케아에서 산 어린이 발판을 놓고 쓰지만 여기에는 그런 것도 없었다. 아까 길을 걷다 눈앞에 사람 엉덩이가 와 있다던 아이들의 증언이 이 집 화장실에서 재차 확인되는 셈이었다.


여럿이 모이는 거실과 테라스는 한없이 넉넉한데, 혼자 들어가는 화장실은 꼭 필요한 만큼만 있는 집이었다. 그런데 그 작은 공간에 놓인 변기는 높았다. 여러모로 우리 집과는 크기의 기준이 달랐다.



다음 날 체크아웃을 하려는데 숙소 호스트 할머니가 배웅을 나오셨다. 옆집에서 작은 마켓이 열리고 있으니 구경해 보라고 알려주셨다. 우리가 머문 집도 신기했는데 그 집은 또 어떤 모습일까 싶어 가보니, 대문 옆에 커다란 초가 켜져 있었다. 주택들이 이어진 동네에서는 파티 장소를 알리려고 대문에 풍선을 매달거나 초를 켜놓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기에, 마켓이 열리고 있다는 표시라는 걸 금세 알아차렸다.


안에는 동네 동호회에서 만든 수공예품과 수제 엽서, 마을 양조장에서 빚은 술들이 놓여 있었다. 처음에는 물건들에 눈이 갔는데 구경하다 보니 동네분들께 시선이 옮겨갔다. 키가 큰 것도 큰 것이지만 허리가 꼿꼿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키가 줄어든다고 하던데, 줄어든 키가 나보다 크다니.


나도 내 척추 어딘가 숨겨진 1cm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허리에 힘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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