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에겐 채널도 족쇄다
많은 2등이 유통전략을 이렇게 이해한다. 쿠팡과 네이버에 입점하고, 광고비를 넣어 검색 1페이지에 올리는 것. 착각이다. 그곳은 1등의 땅이다. 반대로 공구, 내돈내산 후기, 맘카페의 입소문은 홍보 도구쯤으로 여긴다. 이것도 착각이다. 지금 그곳에서는 실제로 물건이 팔린다. 2등에게 그곳은 전략 매대다.
쿠팡은 2천만 명이 넘는 평범한 고객을 성격 급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오늘 밤 주문하면 내일 아침 문 앞에 와 있어야 한다. 터치 한 번에 결제가 끝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문 앞에 두면 그만이다. 배송·반품·보증까지 갖춘 완전완비제품(Whole Product) 서비스다. 사실 고객은 우리 제품이 아니라 플랫폼의 완전완비제품을 구매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 대가로 플랫폼은 높은 수수료를 받고, 판매자끼리 노출 경쟁을 붙여 광고비를 번다.
판매 로직은 단순하다. 검색한 고객에게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을 보여주고, 많이 팔린 제품을 다시 추천한다. 매출이 크니 노출이 앞서고, 같은 광고비를 써도 1등이 골든존을 차지한다. 이 채널은 1등을 위한, 1등에 의한 채널이다.
왜 그런지는 전쟁의 법칙 하나로 설명된다. 1916년 영국의 한 공학자가 정리한 '란체스터 법칙'이다. 10명과 5명이 싸운다고 하자. 칼싸움이면 한 명이 한 명씩 맞붙는다. 5명이 쓰러지는 동안 10명 쪽도 5명을 잃는다. 이긴 쪽에 5명이 남는다. 단순한 뺄셈이다. 총싸움은 다르다. 넓은 들판에서 10명이 5명을 한꺼번에 겨눈다. 5명은 10개의 총구를 받고, 10명은 5개의 총구만 받는다. 이때 힘은 숫자의 제곱으로 계산된다. 100에서 25를 빼면 75, 그 제곱근인 약 9명이 살아남는다. 강자는 한 명 남짓 잃고 이긴다.
교훈은 분명하다. 약자는 들판에서 싸우면 안 된다. 좁은 골목으로 끌어들여 일대일로 붙고, 한 골목씩 이겨 나가야 한다.
쿠팡과 네이버의 카테고리 검색 1페이지가 바로 넓은 들판이다. 판매량, 리뷰 수, 광고비가 제곱으로 작동한다. 1등의 3분의 1 체급인 2등이 이 들판에 광고비를 쏟아붓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목숨을 건 도박이다. 결정적 한 방은 채널을 다시 정의하는 것이다. 채널은 유통업체가 아니다. 고객이 모여 구매를 결정하는 곳이다. 결제가 일어나는 쿠팡이나 자사몰은 창구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평균보다 훨씬 강하고 정교한 니즈를 가진 0.1%의 고객이 모인 곳을 보라. 그들은 선도 고객이면서, 스스로 사진을 찍고 후기를 쓰는 크리에이터다. 전체로는 3분의 1이어도, 그 골목에서만큼은 2등이 다수가 될 수 있다.
부산의 한 시장 골목에 부부가 소규모로 꾸려 온 떡집이 있다. 아들이 합류해 백설기에 피자 토핑을 얹은 떡을 내놓았다. SNS에서 부산에 가면 꼭 먹어야 할 떡으로 입소문이 돌았다. 개점 전부터 줄이 섰고, 주말이면 오전에 물량이 동났다. 그러자 백화점이 찾아왔다. 서울의 한 백화점이 연 지역 떡집 팝업에 다섯 곳이 모였고, 구매자는 2만 명을 넘었다. 손님은 줄 서는 수고를 내주고, 남보다 먼저 맛봤다는 자랑거리를 받았다.
미국 유타의 여성 세 명은 쇼핑 블로그를 운영했다. 이들이 반한 텀블러는 판매 부진으로 재입고와 마케팅이 멈춘 상태였다. 생산을 이어 달라는 요청에 백 년 넘은 제조사는 다른 길을 제안했다. 직접 도매로 사서 독자들에게 팔아 보라는 것이었다. 블로그는 수천 개를 사들였고, 모두 팔려 나갔다. 생산이 재개됐다. 이 회사의 매출은 2년 만에 세 배 가까이 뛰었다. 홍보 매체로 여겨지던 블로그가 사실상 도매상, 즉 채널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2등들에게 고객의 구매 여정을 네 토막으로 나누라고 말한다. 결정, 결제, 이행, 관계다. 토막마다 써야 할 채널이 다르다.
첫째, 결정은 골목에서 일어나게 하라. 예전에 맘카페와 블로그는 평을 쓰는 곳이었다. 지금은 사는 곳이다. 기호가 비슷한 사람들이 공동구매를 하고, 내돈내산 후기와 사진을 퍼 나른다. 인스타그램 공구만 올해 8개월 동안 3만 건 넘게 열렸다. 술을 빚는 강원도의 한 마을기업은 술을 평가하는 인플루언서와 손잡았다. 그는 술을 깊게 음미하며 빚는 사람들의 철학과 이야기를 전한다. 그곳이 이 마을기업의 채널이다.
둘째, 결제는 창구로 쓰고 브랜드 검색어를 키워라. 1등은 카테고리 검색어와 브랜드 검색어를 모두 쥐고 있다. 카테고리 검색어는 광고비로 사는 들판이다. 2등이 키울 것은 브랜드 검색어다. 골목에서 결정한 고객은 우리 이름을 들고 온다. 쿠팡 검색창에 이름을 치거나, 우리 몰로 곧장 들어온다. 지금은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이 된 한 회사도 그랬다. 2001년 고3 학생이 만든 신발 사진 커뮤니티에서 구매 결정이 먼저 일어났다. 회원들이 정품을 믿고 살 창구가 필요해지자, 8년 뒤 스토어를 열었다.
셋째, 이행으로 연료를 공급하라. 유행은 들불처럼 번졌다가 꺼진다. 올봄 두쫀쿠 열풍에는 금세 '초단기 유행'이라는 피로감이 따라붙었다. 꾸준히 타오르게 하는 연료는 운영이다. 물류, 포장, 품질관리, 신제품, AS로 완전완비제품을 우리만의 색으로 다시 짜야한다. 광주의 한 떡집은 1965년 시장 안 작은 방앗간에서 출발했다. 일찌감치 온라인몰과 홈쇼핑으로 판로를 닦았고, 지난해에도 매출이 14% 넘게 늘었다. 그 체력 위에 올해 호박인절미의 불길이 붙었다. 서울 백화점 팝업에는 1주일 동안 1만 명이 넘게 몰렸고,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이 예상된다.
넷째, 관계는 자사몰에 쌓아라. 재구매는 쿠팡에서 일어나도 된다. 배송·반품·할인의 편의는 그쪽이 낫다. 2등은 1등을 위한 채널의 편의와 보증을 빌려 쓰면 된다. 하지만 고객 데이터베이스는 자사몰에 목숨을 걸고 모아라. 1등을 위한 채널은 기본 정보만 준다. 필자가 자문한 기업들 중에는 수신에 동의한 기존 구매 고객에게 보낸 카톡의 클릭률과 전환율이 그렇지 않은 고객보다 열 배 이상 높았다. 제품을 만들어 쿠팡과 네이버에 올리기만 했다면, 그건 판매가 아니다. 유통업자에게 넘긴 것이다. 그렇게 자신 있는가?
그렇다면 1등은 왜 이 골목에 들어오지 못하는가. 세 개의 족쇄 때문이다.
첫째, 떠날 수 없다. 국내 화장품 1위 기업은 쿠팡에 공식 입점했다가 두 달 만에 철수했다. 가맹점주들이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세계 1위 스포츠 브랜드는 자사몰로 직행하겠다며 도매 거래처를 대거 끊었다. 비운 진열대는 신생 러닝화 브랜드들이 채웠고, 1등은 결국 도매로 돌아왔다. 둘째, 새롭지 않다. 인플루언서는 팔로어에게 늘 새것을 날라야 산다. 누구나 아는 1등 제품은 새로운 발견이 되지 못한다. 0.1%의 크리에이터 고객에게 1등은 소개할 거리가 없는 브랜드다. 셋째, 작고 빠르다. 공구 한 번은 사흘에서 일주일이면 끝나고, 물량도 1등의 눈에는 티끌이다. 1등의 품의서가 결재 라인을 다 돌기도 전에 판은 닫힌다. 숫자가 작아 안건에도 오르지 못한다. 앞의 보온병 회사조차 숫자가 안 나온다며 그 텀블러의 재입고를 멈췄다.
경영은 한 방의 요행을 바라는 도박이 아니다. 채널 선택도 마찬가지다. 1등이 골든존을 지키는 들판에 1등만큼 광고비를 붓는 것은 채널전략이 아니다. 고객이 모여 있는 곳, 0.1%의 크리에이터 고객이 있는 곳이 채널이다. 싸움의 링을 옮기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있고 경쟁자가 아직 없는 곳에 링을 세우는 것이다. 1등은 그 링에 오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