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어서 가자꾸나 -완결-

by썬이

줄리아가 두 아이를 데리고 마리가 타고 온 마차에 올라탔다. 발판도 황금색이어서 괜스레 단단했던 입가가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듯했다.

마차 안은 조용했다. 로나와 로미는 나란히 앉아 두리번거렸다. 벽 장식을 손가락으로 건드려 보기도 하고, 시트를 꾹꾹 눌러 보기도 했다. 줄리아는 못 본 척 창밖을 바라봤다.

로미가 먼저 질렸는지 시트에 등을 붙이고 다리를 흔들었다. 로나는 달랐다. 벽에 새겨진 문양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따라 그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얌전하게. 어딘가 익숙한 듯이.

줄리아는 그 모습을 곁눈으로 봤다.

저 애는 어디서 저런 걸 배웠을까.

아니, 배운 게 아니었다. 그냥 아는 거였다. 피가 그런 것이다.


"엄마."

"로미 왜?"

"나 이 목걸이랑 세트인 반지 사줘."

"반지? 갑자기? 넌 너무 어리잖아."

"아니, 나도 갖고 싶어. 어차피 손가락은 계속 자라잖아. 지금은 목걸이에 차고 좀 더 크면 반지로 쓸게. 그러니까 사줘."

"아휴. 쓸데없는걸 사려고 해. 얼만데?"

"별로 안 비싸 20만 기니."


줄리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20만 기니면 한 달 식비나 다름없었다. 당장 끼니도 때울 수 없는 날이 허다한데, 20기니라니. 아이가 철이 없는 게 당연한데도 괜스레 둘째 로미가 미워서 가자미눈을 했다. 로미가 고개를 들며 자신을 바라볼 때만 줄리아는 표정을 숨겼다.

어떻게 쌍둥인데 저렇게 달라. 정말 아휴. 어이없어. 결국 로나가 다가와 로미의 머리통을 쥐어박고 울면서 사단이 끝이 났다. 겨우겨우 쌍둥이 아이를 씻기고 재운 줄리아의 머릿속에 일순 멜리아가 떠올랐다.


"하…. 진짜 얄미웠겠다."


실행력이 좋은 줄리아는 고민 없이 편지지를 들었다. 그리고 언니에게 긴 글을 작성했다. 결국엔 사과문이었다. 하지만 멜리아는 답변하지 않았다. 당연했다. 한평생 얄미웠던 동생을 받아줄 리 없었다. 이제는 귀족도 아니었고 그저 시정잡배인 자신을 좋아해 줄 리가 없는데 그때 줄리아의 집 앞에 한 마차가 도착했다. 거기서 익숙한 사람이 내렸다. 마리였다.


"아가씨. 대 공비 전하께서 집을 하사 하셨어요. 지금 가시겠어요? 아이들 아카데미도 바로 보낼 수 있게 준비하셨어요."


줄리아가 마른침을 삼켰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으나 아카데미란 말에 강하게 쥔 손이 서서히 펴졌다. 그래. 아이들 때문이다. 아이들 때문.


"마리. 어서 안내해."

"네. 아가씨. 두 아기 공녀님도 함께 모실게요."

"공녀라니?"

"오하라 공작 가문의 하나밖에 없는 손녀님들이시니까요."

"........ 마리."


줄리아의 빳빳했던 고개가 서서히 움직였다. 그녀의 발아래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것이. 마치 누군가에게 인사를 하는 것 같진 않아 보였다.

줄리아가 두 아이를 데리고 마리가 타고 온 마차에 올라탔다. 발판도 황금색이어서 괜스레 단단했던 입가가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듯했다.

마차 안은 조용했다. 로나와 로미는 나란히 앉아 두리번거렸다. 벽 장식을 손가락으로 건드려 보기도 하고, 시트를 꾹꾹 눌러 보기도 했다. 줄리아는 못 본 척 창밖을 바라봤다.

로미가 먼저 질렸는지 시트에 등을 붙이고 다리를 흔들었다. 로나는 달랐다. 벽에 새겨진 문양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따라 그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얌전하게. 어딘가 익숙한 듯이.

줄리아는 그 모습을 곁눈으로 봤다.

저 애는 어디서 저런 걸 배웠을까.

아니, 배운 게 아니었다. 그냥 아는 거였다. 피가 그런 것이다.


"엄마."

로미였다.

"우리 이제 여기 살아?"


줄리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을 뻗어 로미의 작은 손을 잡았다. 로미는 더 묻지 않았다. 로나는 여전히 벽을 구경하고 있었다.

마차가 골목을 빠져나갔다. 창밖으로 늘 지나치던 빵집이 보였다. 문이 닫혀 있었다. 그 옆 세탁소, 그 앞 우물. 줄리아는 눈을 감지 않았다. 다 봤다. 다 지나쳤다.

멀어졌다.

줄리아는 손 안에 잡힌 로미의 손을 느꼈다. 작고 따뜻했다. 아까 머리통을 쥐어박던 손이 맞나 싶게.


"다 내가 선택한 일이었구나."


나지막이, 혼잣말처럼.

떠나온 것도. 버텼던 것도. 편지를 썼던 것도. 답이 오지 않아도 기다렸던 것도. 그리고 지금 이렇게 마차에 올라탄 것도.

어쩌면 전부, 처음부터 내가 고를 일들이었다.

오랜만에 줄리아의 위엄있는 목소리가 성대를 타고 흘렀다.


"어서 가자꾸나. 마리."




1부 완결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부로 돌아오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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