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없는 게 분명했다

by썬이

행복했던 시간은 오래 가지 못하고 결국 두 사람은 이혼하고 줄리아는 쌍둥이를 데리고 나와 시장 끄트머리에서 자리를 잡았다. 다시 오하라 가문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시장 상인들과 어울리지도 못하니 답답함이 가득했다.

아이는 배가 고프다며 칭얼거렸고 줄리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때 호외 신문을 들고 가던 한 남자가 줄리아를 보며 신문을 툭 던졌다.


“줄리아 형. 이거 좀 읽어봐.”

“어. 베르크 잘 지내?”

“잘 지내지. 엔드류는 못 지내지만.”

“나랑 상관없는 사람 이야긴 꺼내지 마. 그래서 이 신문은 뭔데?”

“멜리아 오하라. 형네 언니 아니야?”


줄리아는 베르크 입에서 나온 익숙한 이름을 듣고 서둘러 바닥에 떨어진 신문을 주웠다.

그리고 첫 대목 글자를 그대로 읽었다.


“오하라 가문의 멜리아 영애가 세계 제일 남자 비에른을 얻었다. 황제의 숨은 아들. 오하라 가문, 이제 대공가의 힘이 실리나?”


기사를 읽은 줄리아가 마른침을 삼켰다. 대공이라니. 가끔 백작가의 생활도 그리워서 잠 못 이루는데 멜리아는 대공비가 될 지경에 이르렀다. 줄리아는 가슴이 답답했다. 허구한 날 저를 때린 언니 따위가 왜 이렇게 잘 사는 것인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신이 없는 게 분명했다. 불공평한 인생에 쓰게 웃으며 신문을 다시 베르크에게 던졌다.


“오하라 가문 이야기라면 나한테 말하지 마. 우리 언니 아니니까.”

“어…. 그래…. 쉬어 형.”

“응. 잘가 베르크. 엔드류한텐 내 이야기 하지 마. 꼴도 보기 싫어.”

“알았어….”


베르크가 떠나고 줄리아는 두 딸을 데리고 허름하고 퀴퀴한 냄새가 가득한 집으로 향했다. 엔드류가 모아둔 재산마저 생활비로 나간 줄리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젠 생활비가 없다. 주변에서 밥을 사준 것도 한두 번. 이젠 더는 손을 벌릴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을 때 그녀의 시야에 한 물체가 보였다.

그것은 비행기 모형이었다.

제국에서 가장 비싼 물건. 이것만 팔면 몇 달 치 끼니는 채울 수 있다만 평생 꾸던 꿈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저것만큼은 팔 수 없었다. 이젠 꿈을 방해할 사람도 없으니까. 낙담하던 줄리아는 집에 있는 감자를 조각내 밥을 하던 그때였다. 쌍둥이 중 큰아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이거 할머니가 보낸 목걸이인데. 이거로 우리 빵 사 먹자.”

“할머니가? 언제? 그리고 됐어. 엄마가 무슨 네 물건으로 빵을 사서 먹어. 엄마 믿어. 돈 벌면 돼. 금방 벌어. 시장 상인들이 다 엄마 좋아하는 거 알지?”

“응…. 알지. 아는데…. 나 이 목걸이 필요 없어서 그래.”

“됐어. 됐어. 자식아.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는 거야 알겠어?”


로나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아이가 돌아가자마자 줄리아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힘든 티를 낸 것일까. 아이마저 눈치를 보는 것같아 가슴이 따끔했다. 자신이 더 잘하면 되었다. 쉼 없이 일하면 언젠간 다시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때 쌍둥이 둘째인 로미가 찾아왔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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