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있던 자리에 달걀이 없던 날
우리 집 닭장에는 달걀을 찾으러 가는 자리가 있었다. 닭장 한쪽 구석에 지푸라기로 만들어놓은 둥지가 있었다.닭장에 들어가 그곳을 보면 알이 있는지 없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내가 가져올 때도 있었고, 할머니가 가져올 때도 있었다. 알이 있으면 소쿠리에 담아 집으로 가져왔다.
그날도 달걀을 가지러 갔다.
쇠철장으로 된 닭장 문에는 걸쇠가 달려 있었다. 걸쇠를 열고 들어가 늘 보던 둥지를 살폈다.
그런데 알이 없었다.
하루는 그럴 수 있었다. 다음 날 다시 가봤다. 여전히 없었다. 그다음 날도 없었다. 며칠째였다. 닭장 바닥은 흙이었다. 그 위에 지푸라기와 닭들이 흘린 것들이 뒤섞여 있었다. 닭들은 평소처럼 닭장 안에 있었고, 가끔 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닭은 있는데 알만 없었다.
“이것들이 알을 어디다 낳았나.”
결국 날을 잡고 다 같이 찾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들도 있었고, 할머니도 있었고, 나와 동생도 있었다. 원래 알을 낳던 둥지를 다시 보고, 흙바닥도 살피고, 닭장 구석구석을 뒤졌다. 닭장 밖에도 나가봤다. 하루치도 아니고 며칠 치였다. 분명 어딘가에 있어야 했다. 그런데 되게 웃긴 게, 닭들이 한쪽으로는 잘 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지나쳤다.
찾다 보니 그곳만 지푸라기가 조금 이상하게 모여 있었다.
'저기는 왜 저러지?'
땅을 파놓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누가 봐도 한 번쯤 들춰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닭들은 그쪽으로 잘 가지도 않았다. 나는 지푸라기를 걷어봤다. 그 아래에 알이 있었다.
“할머니! 알 여깄다!”
다들 그쪽으로 모였다.
하나.
둘.
셋.
아마 네 개쯤 됐던 것 같다.
며칠 동안 사라진 달걀이 그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흙도 묻지 않았다. 손에 쥐니 아직 뜨뜻했다. 찾아낸 알을 하나씩 소쿠리에 담았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한참 웃었다.
“지들도 살겠다고.”
매일 우리가 알을 가져가니 닭들도 나름대로 숨길 곳을 찾은 모양이었다. 늘 알을 낳던 자리는 비워두고, 엉뚱한 구석에 낳은 뒤 지푸라기까지 덮어놓았다. 우리는 며칠 동안 감쪽같이 속았다. 문제는 한 번 찾았다고 끝이 아니었다. 그 뒤에도 닭들은 새로운 곳을 찾았다. 늘 있던 둥지가 비어 있으면 닭장 구석을 다시 살펴야 했다. 지푸라기가 이상하게 모인 곳은 없는지, 닭들이 유난히 가지 않는 곳은 없는지 봤다.
사람들은 알을 찾고, 닭들은 또 다른 곳에 숨겼다.
찾아낸 달걀을 그날 어떻게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다른 달걀처럼 밥상에 올랐을 것이다.
대신 소쿠리를 들고 닭장 구석구석을 뒤지던 사람들과
지푸라기 아래에서 뜨뜻한 달걀이 하나씩 나오던 모습은 기억난다.
그리고 또 숨길 곳을 궁리했을 닭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