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우리 집에는 대문이 없었다

누구 있냐고 노래 부르며 들어오던 사람들

by마엘

우리 집은 마을 맨 끝에 있었다.

큰길에서 아스팔트를 벗어나면 시멘트길이 나왔다.

초입에는 빨갛고 큰 벽돌집이 있었다. 우리가 아랫집이라고 부르던 집이었다. 그 집을 지나 산 쪽으로 올라가면 가로등이 하나 나왔다.

조금 더 올라가면 무덤이 하나, 위쪽 초입에는 봉분이 하나 더 있었다. 왼쪽으로 밭과 논을 끼고 S자로 굽은 길을 따라가면 마지막에는 아주 가파른 언덕빼기가 기다렸다.

어린 내 눈에는 한 75도쯤 되어 보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 정도는 아니었겠지만, 그때는 정말 그랬다.

그 언덕을 끝까지 올라야 파란 지붕의 우리 집이 보였다. 산에 둘러싸인 마을의 가장 안쪽. 길도 거기서 끝났다.

아빠와 할아버지가 생전에 함께 지은 집이다.

우리 집에는 대문이 없었다.

울타리도 없었다.

그냥 길을 따라 올라오면 마당이었다. 마당은 시멘트와 흙이 섞여 있었다. 어디까지가 길이고 어디부터가 집인지 굳이 나눌 것도 없었다.

누가 언덕을 올라오면 얼굴보다 소리를 먼저 알았다.

시멘트길을 밟는 발소리.

비닐봉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차가 언덕을 올라오는 소리.

그러면 개가 먼저 짖었다. 그다음에야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 있냐아.”

옆집 할머니도 오고 아랫집 할머니도 왔다. 어떤 분은 꼭 노동요처럼 ‘누구 있냐아’를 길게 뽑았다. 그냥 크게 부르는 분도 있었다.

목소리가 들릴 때쯤이면 사람은 이미 마당에 들어와 있었다.

“종필이 있냐?”

이상하게 다들 할머니보다 아빠 이름을 먼저 불렀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 시절 어른들은 집에 오면 아들 이름부터 찾곤 했다.

아빠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한동안 사람들 입에는 그 이름이 남아 있었다.

“아이, 있지요.”

할머니는 어디에 있든 대답했다. 방에 있든, 부엌에 있든, 밭에 있든 그냥 큰소리로 받았다. 누가 왔는지는 그다음이었다.

어디에 있는지가 뭐 그리 중요했을까.

사람이 있다는 것.

부르면 대답이 돌아오는 것.

그게 먼저였다.

사람들은 마당에 서서 이야기하기도 했고, 안채 앞 대청마루에 걸터앉기도 했다. 어디가 중요했겠나. 우리가 모인 곳이 그냥 자리가 됐다.

손에는 대개 뭐 하나가 들려 있었다.

특히 참외가 많았다.

참외 몇 개를 비닐봉지에 담아 와서 별말 없이 내밀었다. 집에 있으니 가져왔고, 있으니 나눴다.

할머니는 칼로 참외를 잘라주었다. 우리는 노란 껍질째 베어 먹었다. 그렇게 마루에 앉아 참외를 먹고 이야기를 나눴다.

“밥해야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났다. 올 때도 약속이 없었고, 갈 때도 붙잡지 않았다.

밥때가 되면 그냥 돌아갔다.

할머니가 밭일을 나가 늦게 오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이면 나는 아랫집에서 밥을 먹었다. 놀다가 그대로 잠들기도 했다.

그러면 일을 마친 할머니가 나를 데리러 왔다.

“가자. 집 가자.”

잠에서 깬 나는 할머니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낮에 보이던 밭도 논도 밤에는 보이지 않았다.

중간에 선 가로등만 어둠 속에 떠 있었다.

그 불빛을 지나 할머니와 다시 언덕을 올랐다.

밥때가 되면 누군가는 나를 먹였고, 밤이 되면 할머니가 찾으러 왔다. 그때는 그게 특별한 일인 줄 몰랐다.

그냥 그렇게 컸다.

우리 집은 마을 끝에 있었지만 외로운 집은 아니었다.

누가 허락 없이 마당까지 들어오는 게 싫거나 무섭지도 않았다. 애초에 허락이 필요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누가 집에 오는 건 그냥 당연했다.

그 길로 들어오던 사람들 가운데 이제는 볼 수 없는 이들이 많다. 외증조할머니도, 그 친구분들도 많이 돌아가셨다.

집은 그대로인데 오가던 발소리와 목소리는 하나둘 줄었다.

지금은 그 집에 할머니 혼자 산다.

파란 지붕도, 시멘트길도, 가로등도, 두 개의 봉분도 그대로다.

우리 집에는 여전히 대문이 없다.

다만 “누구 있냐”고 부르며 들어오는 사람이 드물어졌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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