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가장 중요해진 나이
사춘기의 시작점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친구들이었다.
어릴 때의 너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집에 오면 가장 먼저 엄마에게 이야기하곤 했다.
오늘 급식은 어땠는지,
누구랑 무슨 놀이를 했는지,
쉬는 시간에는 무엇을 했는지.
엄마는 굳이 묻지 않아도 너의 하루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너의 하루는 엄마보다 친구들에게 먼저 향하기 시작했다.
방문을 닫고 친구와 통화하는 너의 모습이 처음에는 낯설었다.
언제 이렇게 친구가 중요해졌을까.
언제부터 엄마보다 친구와 나누는 이야기가 더 많아졌을까.
문이 닫힌 방 안에서는 끊임없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가끔은 깔깔 웃고,
가끔은 목소리를 낮춰 비밀 이야기를 나누고,
또 가끔은 별것 아닌 이야기로 한참을 떠들어댔다.
예전 같았으면 "이제 그만 끊어."
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그 시간은 너에게 아주 중요한 시간이라는 것을.
친구는 엄마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존재였다.
같은 교실에서 하루를 보내고,
비슷한 고민을 나누고,
서로의 비밀을 알고,
때로는 다투고 화해하며
조금씩 관계를 배워가는 사람들.
어쩌면 사춘기란
공부를 배우는 시기가 아니라
사람을 배우는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긴 통화 속에서 흘러나오는 너의 웃음소리는 방문 너머에 있는 엄마의 마음까지 환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문득,
함께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
물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친구 관계로 속상해하기도 하고,
생각하지 못한 일들로 상처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네가 스스로 겪어야 할 성장의 과정일 것이다.
엄마는 여전히 네 곁에 있지만,
예전처럼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해 줄 수는 없다.
그저 네가 기쁜 날에는 함께 웃고,
힘든 날에는 잠시 기대어 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을 뿐이다.
언젠가 너는 더 넓은 세상으로 걸어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어쩌면 지금,
방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친구들과의 웃음소리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을 건너,
엄마는 오늘도 너의 성장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