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글쓰기] 글쓰기의 미래

글쓰기

by오 영택

2-5. 글쓰기의 미래


AI 시대에도 글쓰는 능력은 필요할까요?


ChatGPT가 등장하고 보급화된 후, 고민했던 질문입니다. 그러나 내린 결론은 “영속될 수밖에 없다” 였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말(言), 즉 언어로 소통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이 발전하고, 키오스크 같이 비대면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일이 많아질지라도 말이죠. 오히려 AI 시대에 글쓰기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그 의미가 달라질 뿐입니다. 단지,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인공지능 모델들이 보급화된 이후부터는 AI가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보고서와 글을 쓰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AI는 놀라운 속도로 글을 써냅니다. 보고서, 기사, 광고 문구, 심지어 시와 소설까지요. 몇 초 만에 수천 자의 글을 만들어냅니다. 사람이 며칠 걸릴 일을 순식간에 해내죠.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방대한 자료가 필요한데, 아무래도 전 세계의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보를 조합하고, 문장을 만들고, 구조를 짜는 데 AI는 탁월한 능력을 증명합니다. 사람이 절대로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말이죠. 그렇다면, 앞으로 인공지능이 글을 쓰는 게 더 나을까요?


아닙니다. AI에게는 치명적인 한계가 존재하는데요, 바로 '환각(Hallucination')입니다. AI는 그럴듯하게 거짓말을 만들어냅니다. 존재하지 않는 논문을 인용하고,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서술하고, 없는 통계를 제시하면서요. 문제는 환각 현상에 대해 인공지능은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매우 자신감 있게 글을 씁니다. 예를 들어, “2019년 하버드 연구에 따르면...”이라고 시작하지만, 그런 연구는 없습니다. “노벨상을 수상한 김철수 교수는...”이라고 쓰지만, 사실이 아니거나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할루시네이션이 존재하는 한, 사람은 읽고, 검증하고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사실을 판명하기 위해서라도 사람에게 읽는 능력은 필요해집니다. AI가 쓴 글을 비판적으로 읽고, 사실을 검증하고, 출처를 확인하고, 논리를 따져보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죠.


사실, '환각'이라는 개념도 사람이 명명한 단어잖아요? 인공지능 입장에서는 그저 패턴을 학습해서 출력했을 뿐이죠. 수많은 텍스트를 읽고, 단어들의 관계를 파악하고, 확률적으로 다음에 올 단어를 예측하여 우리에게 제시한 것입니다. AI가 '조합하여 만든' 글이 '그럴듯'하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한 것입니다.


'조합하여 만든'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AI에게는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만의 '이야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AI는 '자신'이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그저 표현과 문장을 학습해서 제시해주는 역할을 수행할 뿐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나만의 글'을 쓰는 능력은 앞으로도 유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필요한 글쓰기는 무엇일까요? 사실, AI가 보급화되기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내용일 것입니다. 약간의 주의할 점이 추가된 정도랄까요.


첫째, '비판적으로 읽는 능력'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AI가 쓴 글은 그럴듯하지만 위험합니다. 환각이 자신감 있게 제시되기 때문입니다. 전형적인 사기꾼의 모습이죠. 그래서 읽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문해력(literacy)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과거에는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것이 문해력의 척도였다면, 이제는 AI를 활용해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것이 문해력의 척도가 될 것입니다.


둘째, '편집하는 능력'입니다. 인공지능 모델들이 제시하는 글을 읽고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글을 쓰는 작업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단지, 직접 처음부터 작성하는 수고가 줄어들 뿐이지요. 앞으로는 편집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AI에게 초안을 작성하라고 요청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그것을 '나답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AI가 작성한 문장을 읽고, 어색한 부분을 찾아내어, 나의 언어로 바꾸고, 자신만의 관점을 더하는 능력이 중요해졌습니다.


셋째, '질문하는 능력'입니다. AI는 질문에 답합니다. 하지만 좋은 질문을 만드는 것은 사람의 몫입니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다른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사람에게든, 자신에게든, AI에게든 동일합니다. 예를 들어, “글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답을 듣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왜 글을 쓰면 위로가 될까?”, “글을 잘 쓴다는 기준이 있어?”라는 질문에는 좀 더 구체적인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결국, 좋은 질문은 좋은 생각에서 기원합니다. 그리고 생각은 글쓰기를 통해 구조화되고 정교해집니다. 이는 다시 좋은 질문을 만드는 능력으로 이어지고요.


결국, 글쓰기는 사람만의 영역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AI 시대에는 '초안'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AI를 '대체제'로 보면 위험합니다. “AI가 나보다 잘 쓰니까 나는 안 써도 돼”라고 생각하면, 정말로 AI에게 대체될 것입니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는 말처럼, AI가 작성해준 글을 그렇게 바라봐야 합니다.


초고에서 퇴고가 필수적인 것처럼, 초안에서 검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루틴'을 대신해주는 역할로 바라봐야 합니다. 정보 수집, 형식 맞추기, 문법 검사, 초안 작성 같은 반복적인 작업을 도와주는 도구로서 말이죠. 과거에는 '잘 쓰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문법, 어휘, 구조, 형식 같은 것들에 말이죠. 하지만 이제 AI가 이런 것들은 대신해줍니다. 덕분에 우리는 '진실되게 쓰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내 생각과 감정, 경험과 관점을 어떻게 묘사할지 모색하면 되는 것이죠.


왜냐하면, 글쓰기는 인간성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문학 작품이든 비문학 작품이든 작가의 시선과 관점이 담겨 있기에 우리가 바카라을 읽는 것이니까요.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기보다 지적 유희를 누리고 싶은 이유는 작가의 감성과 경험이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공명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글쓰기는 영원히 사람만의 영역으로 남을 것입니다. '일기'에 대해 생각해봐도 그렇습니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자신을 관찰하는 행위이자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이라고 앞에서 말한 바가 있습니다. 물론, AI에게 일기를 대신 써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일기의 가치는 하루에 대한 기록에 있습니다. “무엇을 했다”를 쓰는 '업무일지'가 아니라, 어느 순간과 경험에 대한 기술(記述)이니까요. 내 감정을 들여다보고, 무엇을 쓸 것인지 선택하는 과정, 그에 관한 고찰 등을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야 하기에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음을 전달하는 편지는 어떤가요. 이 역시 AI가 써줄 수 있습니다. 문법도 틀리지 않고, 아름다운 표현들이 가득하고, 논리적인 구조를 갖춘 편지는 AI가 사람보다 더 잘 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편지에 마음이 담길까요? 아마 아닐 것입니다. 그 편지가 'AI가 쓴 것'이라는 걸 알면, 진심처럼 느껴지지 않을 테니까요. 편지의 가치는 '완벽함'이 아니라 '진심'에 있으니 말이죠. 서툴러도, 문법이 틀려도, 표현이 어색해도 그 사람이 나를 생각하며 시간을 들여 쓴 편지이기에 감동적인 것이고요.


이처럼, 인간의 글에는 불완전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불완전함이 글을 진실되게 만듭니다. 인간 자체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당연한 것이니까요. 실수하고, 망설이고, 모순되고, 변덕스러움은 누구에게서나 있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어제의 생각과 오늘의 생각이 다르고,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는 다르게 느끼기도 합니다. 확신했던 것도 한순간에 의심하기도 하고, 결심했다가 후회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불완전함, 일관되지 않은 감정, 모순적인 모습이 '인간다움'입니다. 그리고 이런 불완전함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가 '글쓰기'인 것이고요.


논리와 구조, 문법은 AI가 잘 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글에는 이것들 너머의 무언가가 있습니다. 바로 '망설임'과 '고민', 그리고 '수정'의 흔적입니다. 첫 문장을 쓰기까지 얼마나 오래 생각했는지, 이 단어를 선택하기까지 어떤 고민을 했는지, 이 문장을 쓰면서 어떤 감정들을 마주했는지, 그리고 이런 선택과 고민, 마주함을 글로 옮기는 과정이 글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고뇌의 흔적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불완전함은 '약점'이 아니라 '특징'입니다. 같은 주제를 써도, 같은 경험을 해도, 사람마다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느끼는 감정이 다릅니다. 왜냐하면 각자의 불완전함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감성'이자 '개성'이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툽니다. 그래서 간결하고, 담담하게 씁니다. 어떤 사람은 정리하는 데 서툴어서, 길고 구불구불하게 씁니다. 어떤 사람은 시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첫 문장이 무겁고 신중합니다.


이 각자의 서투름이 바로 '목소리'입니다. 2-3에서 말했듯이, “문체 속에서 그 사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기에 그 사람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고요. 역설적으로 불완전하기에, 유일무이하기에 가치 있는 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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