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글쓰기

by오 영택

2. 글쓰기


우리는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메시지를 보내고, 이메일을 작성하며, 보고서를 쓰면서 말이죠. 경험을 통해 아는 것처럼, 글쓰기는 단순한 문자의 나열이 아닙니다. 생각을 전달하고 목적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입니다. 일상에서의 글쓰기는 대부분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행동입니다.


'소통을 위한 글쓰기'이기 때문에 우리는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글자만으로는 오해가 쌓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표정을 볼 수 없으니, 같은 말이라도 상황이나 감정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아실 겁니다. 예를 들어, “알겠습니다”라는 한 줄의 답장을 받았다고 생각해보세요. 이것이 긍정적인 수락인지, 불만을 감춘 동의인지 글만으로는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글을 쓸 때, 좀 더 신경쓰게 됩니다. 오해가 될만한 표현들은 지우거나 바꿔가면서 말이지요. 이모티콘을 추가하기도 하고, “^^” 같은 기호로 감정을 더하기도 하고, “ㅎㅎ”, “ㅋㅋ”와 같은 웃음 표현을 통해 무거운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도 합니다. 길게 쓴 문장을 지우고 더 짧고 명확하게 다시 쓰기도 합니다. 상대가 이해하기 쉽도록 고려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한 번 더 신경써야 하기에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것이 글쓰기의 큰 장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상대를 생각한다는 측면에서 말이지요. 대화는 즉각적이라서 바로 대답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또한 한번 내뱉은 말은 되돌릴 수도 없지요. 그 순간의 감정이나 분위기에 휩쓸려 불필요한 말을 하기도 하고, 이로 인해 후회하기도 합니다. 반면 글은 다릅니다. '시간'이 있습니다. 쓰고, 읽어보고, 수정할 수 있습니다. 보내기 전까지 얼마든지 내용을 바꿀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상황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만들 수는 있습니다. 오해의 여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수 있고, 불필요한 감정을 걸러낼 수 있으며, 더 적절한 표현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말로 했다면 이미 상대의 귀에 들어갔을 문장을, 글에서는 다시 읽으며, “이건 과한 것 같은데?”라며 지울 수 있습니다. 완벽한 소통은 불가능할지라도, 더 나은 소통을 위해 노력할 여지가 주어지는 것이지요.


이 시간적 여유 덕분에 상대를 더 깊이 배려할 수 있습니다. “이 표현이 상처가 되지 않을까?”, “이렇게 쓰면 더 명확하지 않을까?”, “오해의 소지는 없을까?”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렇게 상대를 생각하며 글을 다듬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생각도 함께 들여다 보게 됩니다. 글쓰기는 상대와의 소통을 넘어, 자신과의 대화이기도 합니다. 소통의 방향이 외부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 향하는 것이죠.


복잡한 문제나 불안할 때를 떠올려보세요. 같은 생각이 맴돌아서 불면의 밤을 지새운 적이 있지 않으신가요? 이렇게 생각이 반복되는 이유 역시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메모'입니다. '글쓰기'라고 하면 문장을 갖춰야 할 것 같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문장력이 아닙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것들을 눈에 보이도록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생각이 쳇바퀴를 돌기 시작할 때, 종이에 적기 시작하면 자신의 생각과 감정들을 파악하기 쉬워집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인지가 하나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머릿속에서 맴도는 생각은 마치 안개와도 같습니다. 붙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고, 명확하게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글로 옮기려고 하면, 문장으로 만들어야 하기에 자연스럽게 생각이 정리됩니다. 생각이 가시화되기에 가능한 현상입니다.


일기를 쓰다가 자신의 감정을 깨닫거나, 보고서를 쓰다가 새로운 방법이 떠오르는 경험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심리학자 비고츠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언어로 생각한다.


글을 쓰는 행위는 완성된 생각을 옮기는 것이 아닙니다. 쓰는 과정 자체에서 생각이 만들어지고, 다듬어지며, 발전합니다. 글쓰기는 사고의 도구인 동시에 사고 그 자체인 셈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글쓰기는 두 가지 방향을 가집니다. 타인과 소통하는 외부 방향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성찰하는 내부 방향입니다. 외부로 향하는 글쓰기는 관계를 형성하고, 내부로 향하는 글쓰기는 자신을 알아가게 만듭니다.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가 우정을 깊게 만들듯이, 혼자 쓰는 메모나 글이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해주듯이 말입니다.


결국 글쓰기는 무엇일까요? 단순한 문자의 배열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생각을 문자로 표현하면서, 생각을 구조화하고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문자는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어 관계를 형성하고, 때로는 자신에게 돌아와 성찰의 계기가 됩니다. 그렇기에 글쓰기는 기술인 동시에 사고 방식이고, 표현 수단인 동시에 자아발견의 도구라 할 수 있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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