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기에 소질이 없다는 것은 어릴 적부터 알고 있었다.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 있으면 스스로도 ‘이것도 그림인가?’ 싶은 순간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대단한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 당시 새로 산 노트북에 펜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능이 있었고, 그저 신기한 마음에 한 번 따라 그려 본 것이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 자체가 낯설었다. 붓의 굵기를 바꾸고, 색을 고르고, 레이어를 켰다 껐다 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몇 번이고 선을 지우고 다시 그리며 겨우 감을 익혀 갔다. 늦은 밤 작은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한참 색을 고르고 있는 날도 많았다. 커피가 식어 가는 줄도 모르고 꽃잎 끝의 색을 조금 더 연하게 바꾸어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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