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파라와 유로비트는 (대체로) 운명공동체 - 3

난 25년째 파라파라나 추고 있다 - 14

by이정미

에이벡스가 제4차 붐을 부르짖던 시기마저 지나자 파라파라와 유로비트는 상업적으로 끝없는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Super Eurobeat의 발매 간격도 점점 뜸해졌고, 파라파라 이벤트에도 소수의 충성도 높은 팬들만이 남았다.


2010년에 발매된 Super Eurobeat 200집의 부록 DVD에서 에이벡스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마츠우라 마사토는 ‘유로비트는 나의 원점이므로 Super Eurobeat 시리즈는 단 한 장씩만 팔리더라도 계속 발매하겠다’라고 말했다. 유로비트 팬으로서는 감동적인 발언이지만, 한편으로는 단 한 장씩만 팔리는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유로비트의 매출이 낮았음을 엿볼 수 있다.


다만 기술의 발전으로 개인이 집에서 음악을 만드는 일이 점점 쉬워지면서, 일본에서는 대략 이 시기부터 인디 유로비트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된다. 기존에 일본산 유로비트(‘J-유로’)라고 하면 주로 이탈리아인이 작곡한 유로비트를 일본인이 번안한 것이었는데, 인디 유로비트는 대체로 처음부터 일본인이 작곡했다. 특히 인디 게임인 동방 프로젝트의 음악을 유로비트로 만든 ‘토호(동방) 유로비트’가 주목을 받았다. 초기에는 아마추어 느낌이 났지만, 이후로는 인디 음악이라는 것을 믿기 어려울 만큼 퀄리티가 높은 곡들이 나오게 됐다. 이런 시대의 흐름이 반영된 것인지, 2021년에 나온 오락실용 게임 ‘이니셜 D THE ARCADE’에서는 기존의 이탈리아산 유로비트가 아니라 일본산 인디 유로비트가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가 발전하면서 세계 시장도 열리게 된다. 일본 서브컬처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들 중 유로비트나 파라파라를 좋아하게 된 사람들이 나온 것이다. 이때 유로비트는 이니셜 D의 덕을 많이 봤다. 이니셜 D와 관련된 밈의 형태로 유로비트가 알려지면서, 유로비트와 운전을 결합한 밈이 전 세계에서 양산되기 시작했다. 파라파라는 유로비트만큼 널리 알려지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소비층을 찾았다. 특히 2000년대 말에서 2010년대 초쯤 남미의 여러 나라에서는 애니메이션 행사 등과 연계된 형태로 파라파라 행사가 열렸던 모양이다. (그 후에는 K팝이 부상하면서 K팝 행사에 밀려났다고 한다)


유로비트 아티스트들도 인터넷을 통해 팬과 직접 소통하게 됐다. 팬과 협업하는 아티스트들도 나왔다. 심지어 2018년 로베르토 가브리엘리(Roberto Gabrielli)라는 프로듀서는 자신이 작곡한 곡 ‘Bye3’의 공식 파라파라 안무를 한국 파라파라 팀 DUAL ACE에 맡겼다. 내가 Deja Vu의 한국어 가사를 의뢰받은 일도 그전부터 이런 흐름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2010년대 후반부터 일본에서는 유로비트와 파라파라가 다시 미디어에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유행은 시간이 약간 지나면 촌스럽다고 외면 받지만, 그보다 시간이 더 지나면 레트로가 되어 돌아온다.


2018년에는 유로비트에 나쁜 사건과 좋은 사건이 하나씩 일어났다. 나쁜 사건은 Super Eurobeat 시리즈의 정규 앨범이 250집을 끝으로 막을 내리고 매년 특별판 하나씩만 발매되는 형태로 바뀐 것이다. 에이벡스가 주도하던 기존의 유로비트 시장이 사라졌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고 할 수 있다. 좋은 사건은 댄스그룹 DA PUMP가 오래된 유로비트 곡 ‘U.S.A.’를 번안해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것이다. (다만 예전에 유로비트를 번안했던 대부분의 가수들과 마찬가지로 DA PUMP도 파라파라를 추지는 않았다)


파라파라는 유로비트만큼 뚜렷한 사건을 겪지는 않았지만 숏폼의 소재로 종종 쓰이면서 명맥을 이어 나가게 됐다. 리센느의 미나미가 2026년에 춘 Change My World [Going Mad Mix]도, 알고 보면 그보다 1년 전에 일본에서 숏폼으로 유행했다.


에이벡스도 파라파라를 잊지 않고 있다. 2020년 코로나로 ‘집콕’이 유행했을 때는 ‘집에서 파라파라!’라는 제목으로 예전 파라파라 영상을 유튜브에 대거 업로드했다. 2021년에는 파라파라 선수권 대회를 일시적으로 부활시켰다. 2026년에는 틱톡 위주로 활동하는 파라파라 그룹 MELty와 협업한 영상을 공개했다.


image.png미나미가 췄던 파라파라 안무는 그보다 1년 전 일본에서 숏폼으로 유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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