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은 독립하고 싶다

어느 평범한 서른의 평범하지 않은 소망

by눈설

그럴듯한 슬롯생활은 1년 간의 온라인 게임생활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운 좋게도 대학을 졸업하고 얼마 안 되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딱 1년을 채워서 일하고 캐나다로 6개월 간 떠났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일을 시작하겠지?'하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결국 그 뒤로 회사를 다닌 적은 없다.


회사생활이 어려워서인가? 꼭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나름 적응을 곧잘 했다. (물론 퇴사하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긴 했지만 그건 입사하면 기본값으로 장착하고 가는 루틴이라 믿는다.) 회사 외에 중간중간 일했던 때에도 못해먹겠다 싶었던 적은 크게 없었다.


그렇다면 입사하기 어려워서인가? 물론 바늘구멍이라 할 만큼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긴 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독립하고 싶었다.


퇴사 후 훌쩍 떠난 캐나다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길 바랐던 동시에 홀로 서는 연습을 하고 싶었다. 홀로 서는 데에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나만의 답을 찾고 싶었고 이왕이면 나에게 맞는 모양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참고로 독립하기 위해 꼭 퇴사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 단지 그 당시의 내 선택이 그러했을 뿐..



이토록 홀로 서고 싶다는 염불을 외는 나는 혹시 대단한 재능이나 경험치를 갖고 있는 사람인 건가 싶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저 눈 감았다 뜨니 갓 서른이 된, 지극히 평범한 1인이다.


외향성을 장착할 때도 있지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외향성을 꺼내기가 고단해지는 초내향인이다. 집순이치고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도 꽤 좋아하지만 결국 언제나 1번은 집. 그중에서도 나의 방. 여기에 완벽주의에 HSP까지 장착하고 있는, 세상살이가 여러모로 만만치 않은 개복치다.


자급자족이 꿈이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손으로 이것저것 만들어보는 걸 좋아한다. 초등학생 땐 손바닥만 한 미니어처 밥상을 차리기도 했고 카드캡처 체리 요술봉을 스케치북으로 만들기도 했다. 지금은 재봉틀도 돌리고 디지털 템플릿을 제작하기도 하면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오가는 중이다.



'경험과 생각을 엮어 저마다의 나다운 삶을 돕는 글과 도구를 짓고 싶다'는 소망이 있지만, 이 소망은 아직 어떤 선명한 꿈까지 가닿진 못했다.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돌아보면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고개를 내밀고 어느새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그럴 듯한 온라인 게임을 다니지도 않고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모습이 세상 미워 보일 수가 없더라. 몸과 마음이 열과 성을 다해 한껏 쭈그러들고 동시에 조급해진다.


적어도 1인분의 몫을 해내며 살고 싶은데, 예전에는 '응당 사람이라면 그 정도는 해내야지'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게 사실은 엄청난 일이라는 걸 실감하는 요즘이다. 나만 그런 건가? 사실은 유별난 게 아니라 서른이라면 으레 겪는 성장통이길 바란다.


'나는 1인분, 아니 0.5인분의 몫이라도 할 수 있을까..?'


정답이 없는 상태라 막막하지만 막상 누군가 나에게 정답을 알려준다고 하면 받지 않으리란 걸 안다. 요상한 청개구리 심보는 자꾸만 어디서 튀어나오는지... 누군가 알려주는 정답 대신 내가 갖고 있는 재료와 단서들을 통해 선택하고 시도해 보겠다. 그 시도들이 향하는 최종 목표는 결국, 독립.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내가 꿈꾸는 독립은 꼭 경제적인 독립을 의미하지만은 않는다. 나의 일을 하고 외부의 기준보다는 나만의 기준을 바탕으로 결정하고 움직이며,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지어나가는 것들 모두 내게는 독립이다. 이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고루 다뤄가고 싶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지만 그렇기에 글을 쓰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며 시도해 보는 중이다.


이 온라인카지노북을 부스터 삼아 마음속에만 소심하게 담아뒀던 독립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순탄하지만은 않겠지만 아무튼 독립을 위한 여정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