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건 많은데 왜 기운은 없을까
30대에 접어들면 그때부터 서서히 근육량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체력이 떨어진다는 무시무시한 소문이 종종 들려왔다.
비록 저질체력이긴 하지만 솔직히 그전까지는 체력의 한계에 부딪히는 일이 크게 없이 무난히 잘 지내왔다. 무기력할 때도 있었지만 체력을 길러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는 데까지 가닿진 않았달까.
그러다 체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든 데는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다.
서른을 앞둔 연말 즈음 몸 여기저기서 이상 증세가 나타난 것이 시작이었다. 하루 종일 몸이 축축 처지는 듯한 만성피로가 종종 오기도 했다.
한 번은 식사량이 비슷한데도 조금씩 소화력이 떨어지고 살이 붙는 느낌이 들어 동생에게 얘기했더니 동생이 말하길, "언니 나이 먹으면 나잇살 붙는다던데 그런 거 아냐?"
나잇살이라고..? 먼 얘기인 것 같던 나잇살이 나에게도 오는구나. 정확히는 나이가 들며 근손실이 일어나고 기초대사량이 떨어지는 증상이지만 나잇살이라는 그 세 글자가 주는 충격은 꽤 셌다.
이외에도, 배우고 싶고 해내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따라가지 못하는 나를 발견한 것도 한몫했다. 생각이 많아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데다가 하고 싶다는 커다란 마음에 비해 내가 가진 기운은 조그맣다.
맨날 주변 사람들에게 '건강만 하자' 말만 하다가 이제는 진짜로 건강을 챙겨야 할 차례다. 기초 체력을 기르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건 다양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세 가지 정도로 추려졌다.
운동
역시 체력 기르기의 1등은 운동. 운동을 하다 안 하다를 반복하다가 올해부터 꾸준히 하기 시작했다. 내향인인 나는 아무리 봐도 홈트가 제격이다. 유튜브 영상을 선생님 삼아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함께 하고 있다.
조금 전 해내고 싶은 건 많지만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생각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생각이 많을 때는 몸을 움직여줘야 한다.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무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으로서, 생각을 할수록 계속해서 파고들고 싶지만 그걸 내려놓고 몸을 움직인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다.
일명 '무게를 치는' 고강도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부작사부작 홈트지만,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매트 위에 서는 게 습관이 됐다. 처음만 해도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면 침대에서 주르륵 녹아내렸는데, 이제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찝찝해서라도 하게 된다. 아직 아픈 곳들은 있지만 자잘하게 속 썩이던 건강 이슈들은 많이 괜찮아졌다.
뺄 것 빼기
뺄 것을 빼는 건 체력을 기른다기보다는 체력 손실을 막는 데에 가깝다. 내가 빼기로 한 건 술, 커피, 그리고 스트레스. 원래 흡연은 하지 않았지만 술은 가끔씩 즐기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술을 마실 때의 즐거움보다 그 뒤에 감당해야 하는, 이를테면 두통과 숙취로 인해 골골대며 보내는 하루의 무게가 더 커졌다.
이제는 굳이 그것들을 감당하면서까지 술을 마시고 싶진 않아서 가끔씩을 제외하고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예전에는 맛있는 음식을 보면 반주 생각이 나곤 했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도 잘 들지 않는다.
종종 라떼를 마시긴 하지만 나에게 커피란 곧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겨울에서 봄까지는 커피를 꽤 잘 끊었다가 무더위가 찾아오자 도루묵이 되었다. 대신 집에서만큼은 카누를 3-4 봉지씩 타마시던 습관과 이별했다. 스트레스는 말해 뭐 해 가장 쉽지 않다.. 커피와 스트레스 두 가지는 매우 천천히 진행 중이다.
규칙적인 생활
체력을 기르기 위해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관건인 부분은 충분한 수면과 편안한 속을 확보하는 것이다. 적어도 7~8시간은 숙면에 쓰려는 편이다. 7시간보다 적게 잔 날은 일어나는 것부터가 고역이지만 수면 시간만 지켜도 일어나는 게 덜 힘겹다.
여기에 보태어 공복 상태를 12~14시간 동안 지키며 간헐적 단식을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아침에 일어나면 속이 더부룩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체력을 기르면 삶이 달라진다고들 말한다. 무엇이든 하기 위해선 일단 체력을 길러야 하고, 뭘 할지 모르겠어도 일단 체력을 기르라고 말할 정도니 말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나는 그 단계까지 가진 못했다. 어쩌면 아직 갈 길이 구만 리일지도..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단순히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체력을 기른다는 건 원하는 삶을 꿈꾸는 데에는 작지만 꽤 든든한 안전장치가 되어줄 것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그 안전장치는 가능성을 넓혀주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넓혀준다. 불안이 많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럼에도 나아갈 토대가 되어주기도 한다.
독립은 혼자 살아가는 능력을 갖추는 것뿐만이 아니라 원하는 삶을 가꾸어나갈 힘을 기르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지금 당장 그럴듯한 변화나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고, 일단 오늘 해야 할 운동부터 하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