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이면 비가 되고 싶었어
비따라 흘러내려 멀리멀리 가고 싶었어
빗물 따라 빗줄기 타고 흘러 흘러갔지
가로수길을 스쳐가며 노래를 불렀고
비탈길을 흘러내릴 때는 신나게 춤도 추고
웅덩이에 고였다 쏟아져 내릴 때는 소리도 질렀어
굽이굽이 꼬불꼬불 구석구석 흐르는 빗물 따라
몸을 맡기고 마음을 놓고
어두운 계곡을 지나니 하얀 뭉게구름
햇살이 눈부셔ㅡ여기는 어디일까
갈증이 인다
애타는 목마름으로 왔던 길을 돌아본다
어디까지 온 걸까 저너머 지나온길이 아득하다
되돌아갈 수 없는 길
소녀는 어디 갔을까 어디서 잃어버렸을까
스쳐 지나온 길목마다 흩어지는 잔상
쏟아져내리는 뜨거운 햇살에 바스러진다
눈을 감고 몸을 맡긴다
이제 날아오르려나 이제는 정녕 비가 되려나
비를좋아하던소녀는여전히비가되는꿈을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