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을 나눠가진 사이

나를 돌보는 글쓰기

by여름타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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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이 방에 바카라상과 의자를 한 켜에 두어 작업 공간을 마련했지만 얼마전까지 식탁이 내 작업대였다.

그러니 자연히 식탁의자가 내 작업의자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이 의자는 그리 편하지 않다. 모서리에 앉으면 다른 모서리에서 쑥 들어온 다른 식탁의자에 발이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의자에서 나는 정말 다양한 일을 했다. 밥도 먹었고 아이에게 밥을 해 먹이기도 했고, 글을 쓰기도 했고, 그냥 멍하니 앉아있기도 했다.

그 많은 날들을 묵묵히 받아준 의자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내 감정이 어떻든, 무슨 일을 하든 간에 내 하루의 무게를 온전히 받아 나를 머물게 해 준 너. 의자에게 죽음이 있을까? 어디가 부러진다거나 혹은 지겨워저 스티커를 붙인 뒤 버린다던지 하는 경우겠지. 하지만 왠지 이 아이는 불사조처럼 느껴진다. 이 의자와 나는 비밀을 나눠가졌다. 그에게는 입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침묵해야만 한다. 쉽사리 망가질 것 같지도 않은 튼실한 너. 만일 하루 아침에 내가 사라진대도 너는 어딘가에선 조각으로라도 남아 이 세상에 남겨질테지. 사람의 시간은 물건이 더 잘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네가 있어 그간 잘 버텨올 수 있엇어. 고마웠어. 불사조처럼 앞으로도 계속 나를 받아 주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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